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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무거운 마음은 시가 되고 종종 그대가 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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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152쪽 | 116*188*20mm
ISBN13 9791167564443
ISBN10 116756444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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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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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록수는 말했다
나도 사실은 변한다고
한결같이 푸르지는 못하다고

푸름에는 정의가 없단다
어떤 것은 바람을 만나 짙푸름이 되고
어떤 것은 비를 만나 검푸름이 되기도 한단다

그저 품으면 된단다
그저 풀지 않으면 된단다,
우리가 쥐고 있는 초록을
우리는 이미 초록이라는 사실을

상록수는 말했다
너도 나도 제각기 온몸으로 빛나는 초록이니
그러니 너는 너의 초록을 살라고.
---「너는 너의 초록을 살아」중에서

시계의 침을 멈추다 못해 떼어내어
시간의 닻으로 쓰고 싶은 순간들
시간의 걸음 앞에 아무리 덫을 놓아봐도
시간은 이내 훌쩍 넘어가버린다

시간은 늘 달리기에
인간은 시계라는 운동장에 가두었다

출발과 끝을 모르는 건 우리일 뿐,
시간은 끝없는 원을 달리고
우리는 12 라는 원점으로 스스로 최면을 건다

가두었기에 얼마나 오래 달렸는지 알 수 없다
어쩌면 모르기 위해 가두었는지도 모르지

오늘,
지나가는 계절이 비밀처럼 세월을 속삭이기에
문득 바라본 원형시계.

애초에 가두어질 수 없는 시간 속
거꾸로 가두어진 우리를 보았다.
---「시계에 시간을 가두어」중에서

겨울은 남몰래 한 한숨조차
눈에 띄게 만들더라
다른 계절은 그저 모른 척해 주던데

하늘에 멀리 뱉어버리다
지나가는 입에서 뿜는 숨의 모양들을 본다

호흡이었나 한숨이었나
그저 하얗고 몽글하다 불꽃처럼 흩어지는 것들

아, 어쩌면
모두의 숨결에 물감을 풀어 놓아
내 한숨 묻히도록 숨겨준 배려였을지도

모든 숨의 깊이와 무게 도통 알 수 없게
고른 색 입혀 날려준 친절이었구나

오늘 내 검디검은 한숨도
하얗게 하얗게 덮어주어서

고마워, 겨울.
---「고마워, 겨울」중에서

윤슬.

버리고 버렸어도
기어코 떠오르고 마는
심연에 버렸어도
기어코 반짝이고 마는

하늘과 바다가 윤슬로 만나는 곳
그 무경계의 경계로
그곳이면 더 이상 떠밀려오는 일은 없을 거라며
얼마나 한참을 밀고 또 밀어 너를 보냈던가

그때부터였을까

무심코
바다의 은하수를 따라 걷다 보면
너와 내가 살던 우주에 닿을 때가 있어.
---「기어코 반짝이고 마는」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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