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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던 고향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 39년생 김동훈의 파란만장 해방일지

리뷰 총점10.0 리뷰 2건 | 판매지수 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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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1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140*210*21mm
ISBN13 9791157063260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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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는 내가 태어난 곳을 남양으로 여태껏 읊고 있지만 행정구역상으로는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면이다. 온성군은 한국 최북단의 지명이다. 한반도 지형을 토끼로 묘사하자면 길쭉한 귀의 끄트머리에 붙은 곳이고, 호랑이로 보자면 만주를 향해 포효하는 호랑이의 오른쪽 앞발톱에 해당한다. 여기서 부산 수영천보다도 폭이 좁은 곳이 지천인 두만강을 넘으면 오늘날의 옌볜(연변)자치구, 과거의 지명으로는 도문, 용정 등이 나온다.
---「아버지의 유학과 슈퍼우먼 어머니」중에서

그때의 만주는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와 비슷했다. 개척하고 개간하고 소출을 거두면 도적 같은 만주국 관리들이 눈에 불을 켜고 몰려왔고, 마적들이 서부 영화 속 인디언들처럼(인디언들은 나쁜 사람들이 아니었지만) 불시에 뻔질나게 총칼 휘두르며 쳐들어와 사람들의 목숨과 재산을 노렸다. 내가 이도구 살던 무렵에 그들에게 습격당한 적은 없었지만 성벽 넘어 먼발치에서 ‘행군’하는 그들을 본 적이 있다. 더럽고 남루한 옷을 입은 수십 명의 무리가 가족들까지 데리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저것들이 마적들이야.” 그게 내가 봤던 유일한 마적이었다.
---「달 속 십자가의 조짐」중에서

청진 역시 추위는 만만치 않은 동네였다. 11월쯤 되면 무시로 영하로 떨어졌다. 그런데 영하 10도가 넘는 꼭두새벽에 학교에 나갈 일이 생겼다. ‘새벽송’을 부르기 위해서였다. 김일성도 기독교 집안 출신이라 그런지 김일성이 하는 짓은 기독교를 본뜬 게 많았던 것 같다. 이북에서 처음 실시하는 선거 날 새벽, 아이들로 하여금 가가호호를 돌아다니며 ‘새벽송’을 부르게 한 것이다. (중략) 크리스마스에 새벽송 부를 때는 하나도 추운 걸 몰랐는데 내키지 않는 걸음 때문인지 그날 추위는 유난히 혹독했다. 그때 내가 부른 선거 종용 새벽송 가사 일부를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내세우자 인민의 대표」중에서

국군이 들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수많은 사람이 손에 손에 태극기를 들고 나와 만세를 불렀다. 대체 이들은 태극기를 어디에 숨겨놓고 살았던 것일까.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인공기를 펄럭이던 사람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태극기가 들려 있었다. (중략) 어린 나는 어른들이 그렇게 좋아하니 마음이 놓이면서도 불안한 구석이 있었다. 국군을 볼 때 머리부터 보았다. 머리에 뿔이 나지는 않았는지 꼬리는 없는지 궁금했다. 교육의 힘이었다. 인민학교에서 마르고 닳도록 들은 얘기가 머리에 뿔 난 괴뢰 국방군이었으니까. 학교에서 “입이 세 개요 코가 둘이요 기형으로 생겨서 어린아이들을 보면 잡아먹는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내 생애 최고의 한 달」중에서

몇 년 전 영화 〈국제시장〉이 설 연휴를 앞둔 겨울에 개봉되었다. 1950년 크리스마스에 며칠 못 미치던 그즈음 흥남부두에 열두 살 소년으로 서 있었던 나는 영화가 개봉되자마자 아내와 함께 극장을 찾았다. 주인공 덕수는 딱 내 나이였다. 막내 여동생을 안고 악착같이 배에 오르던 그 모습에서 나의 옛 모습이 오버랩됐다. 뜻하지 않게 덕수와 헤어지게 되는 덕수의 아버지 모습을 볼 때는 아버지와 떨어져 부둣가에서 대성통곡하느라 갈라지던 목소리가 몸을 감아왔고, 실감나게 재연된 흥남부두 풍경에서 그날의 추위가 다시 엄습해왔다. 며칠 뒤 아들과 사위 가족을 만났을 때 나는 물었다. “영화 국제시장 봤냐?” 아들이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벌써 봤지요. 재미있게 봤어요.” 나는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또 봐라. 내가 돈 내줄게.” (중략) 가족 모두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그날 흥남부두를 벗어나지 못했다면 대구 사람 사위 외에는 지금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흥남부두는 우리 가족의 출발지 같은 곳이었다.
---「흥남부두를 떠나며」중에서

문익환 목사의 부친 문재린 목사는 만주에서부터 아버지와 절친한 사이셨고, 문익환 목사의 동생 문동환 목사는 후일 둘째 형 동식과 잘 어울려 다녔다. 그 친척 가운데 환(煥)자 돌림이 또 한 명 있었는데, 거제도에 함께 있었다. 그 집안에 문성근 같은 배우가 나왔으니 얘기지만, 그 사람의 끼도 매우 충만했다. 다들 배곯고 헐벗었던 어느 날 교회에서 소풍을 갔다. 그때 그 문씨 친구는 딱 깍지를 끼고 열렬하게 기도를 시작했다. “저에게 복을 주시려면 멋들어진 한‘복’ 하나 주시옵고, 저에게 벌을 주시려거든 양복 한 ‘벌’을 주시옵고….” 사람들이 뒤집어져서 웃는데 그는 연이어 찬송가 한 곡을 능청스럽게 불렀다. 원곡은 “내 평생에 소원, 내 평생에 소원, 대속해주신 사랑을 간절히 알기 원하네”였는데 이 노래 가사를 바꿔 불렀다. “내 평생에 찰떡, 내 평생에 찰떡, 찰떡에 기름을 발라서 한 조각 먹길 원하네.” 다들 처음엔 배를 쥐고 웃다가 잠시 뒤엔 모두 사무치게 같이 불렀다. 갑자기 배가 얼마나 고픈지 배들을 부여잡고서. 처음에는 깔깔대던 아이들이 나중에는 울먹이며 불렀다.
---「내 평생의 찰떡」중에서

“야 동훈아, 이리 와서 앉아 봐라. 너 왜 공부 안 하냐.” “공부에 취미가 없어요. 제가 전학을 수십 번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공부하는 법을 잊어버렸어요.” “이 자식아. 그럼 네 형은 어디 붙박이로 있었냐. 핑계는. 그래 어디까지 배웠어. 이 문제 풀어봐.” 성락이 형이 내미는 문제를 보고 내가 한 대답은 지금 생각해도 걸작이다. “소수점 찍을 줄을 모릅니다. 그래서 진도를 못 따라가요.” 고등학교 2학년이 소수점을 찍을 줄을 모른다? 입을 헤 벌린 채 뭐라 할 말을 잇지 못하던 성락이 형의 표정은 지금도 기억 속에 박제돼 있다. 그런데 이 형이 뜻밖의 결단을 내린다. “알았다. 너 오늘부터 나랑 공부 좀 하자.” (중략) 문리가 트인다는 말을 그때 약간이나마 경험한 듯싶다. 소수점도 못 찍던 아이가 유리수와 무리수를 구분하게 됐고, 루트와 근의 공식을 이해하게 됐다. 처음에는 도망가지 못해 안달이었지만 나중에는 공부에 재미가 붙는 초유의 경험이었다. 공부가 재미있을 수도 있구나.
---「행운과 액운의 쌍곡선」중에서

나는 첫 데이트에서 나름의 온갖 화술과 유머를 발휘하여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믿었다. 다시 만나줄 것을 청하고 서울 처녀가 고개를 끄덕였을 때는 하늘을 날아오르는 것 같았다. (중략) 2차 약속 역시 다방에서 만나 택시를 타고 동작동 국립묘지 공원으로 이동했다. 빈약한 공무원 월급으로 택시는 과했으나 당시로서야 달러 빚을 내서 캐딜락이라도 빌릴 기세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동작동 국립묘지 공원은 호젓하게 걷기 좋은 곳이 많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걷다가 벤치에 앉게 됐다. 사실 두 번째 만난 남녀가 무에 할 말이 그리 많겠는가. 서로 어색해지려는 찰나, 나는 교회 성가대원이었던 아내에게 이렇게 제안을 해봤다. “노래 같이 해보시겠습니까?”
---「노총각의 세 가지 원칙」중에서

나는 동원산업 김재철 사장을 찾았다. 항상 근엄한 모습에 올려다보기도 어려울 만큼 여러 구름 위에 있던 고려원양 이학수 회장과 달리, 친구 최 차장에게 보여주던 서릿발 같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김재철 사장은 생글생글 웃으며 나를 맞아주었다. 그리고 나에게 매우 중대한 제안을 해오셨다. “지금은 동원산업이 다른 회사에 비해 별로 크지 않지만 언젠가는 우리나라 굴지의 회사로 키울 거야. 내 꼭 그렇게 할 거야. 김 과장 얘기는 내 최 차장을 통해서나 다른 사람 통해서 들었어요. 김 과장, 나랑 같이 일해봅시다.” 살아오면서 내가 교류하고 만났던 사람 중에 가장 큰 인물이라면, 즉 거인이라면 나는 김재철 사장, 후일의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을 꼽겠다. 아직 그를 잘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첫 만남과 제안에서 나는 이 사람의 포부와 국량이 보통이 아니라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그 제안의 내용도 파격적이었다. “부산 지사장을 맡아주시오. 부산 책임자로 가란 말이야.”
---「거인과의 만남」중에서

“당신 참치 통조림 한번 만들어볼 수 있겠소?” 이미 서구에서는 참치 통조림이 일반화돼 있었지만 당시 한국에서 참치는 통조림 ‘따위’로 만들기엔 너무 귀한 생선이었다. 어찌 참치를 고등어나 꽁치 정도로 만드는 통조림으로 만들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김재철 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난감해 보이지? 하지만 이제 한국 국민소득도 높아지고 있고 외국처럼 참치 통조림이 일반화될 날이 올 거요. 어떻게 할 수 있겠소? 참다랑어는 안 되더라도 가다랑어는 되지 않을까?” 이 질문에 “못하겠는데요”라고 대답하는 직장인은 지구가 끝날 때까지 없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중략) 라벨링도 없고 포장도 없는, 노란 양철캔 통조림이 완성되자 나는 집으로 가져와서 아들에게 먹여보았다. 당시 중학생쯤 됐을 아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뭐 비린내는 덜 나네요.” 녀석은 몰랐지만 그것은 한국에서 참치 통조림이 소비자의 입에 처음으로 들어가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한국에서 참치 통조림을 처음 먹은 사람은」중에서

4년 전 가족이 모두 모여 자그마한 팔순 잔치를 할 때 아들 형민에게 “나중에 내가 세상 떠난 후 문상하러 온 사람들에게 내 살아온 이야기를 글로 남겨 소개하고 싶다”고 했는데, 이게 내가 평생 배우지 않았던 워드프로세서를 익혀 어쭙잖은 한평생을 정리해본 이유다. 그리 내세울 것 없고 자랑할 것도 없지만, 거인의 일생이든 무명소졸의 평생이든 내뿜는 빛이 다를지언정 삶의 무게는 비슷하지 않겠는가.
---「글을 마치며」중에서

바람이 있다면, 이 책처럼 아버지 세대의 여러 분들이 스스로의 일생을 정리해보거나, 또는 후대가 나서서 선대(先代)의 지난날을 ‘개인(個人)’의 역사로 가다듬는 작업이 더 풍부해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내 인생을 책으로 묶으면 대하소설감’이라는 분들이 이 나라에는 아직도 수십만 수백만이 계실 터인데, 그분들의 스토리가 속절없이 땅에 묻힌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겠습니까. 이 책이 하나의 본보기로 내세워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아들의 후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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