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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의 아틀란티스 (하)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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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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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0년 05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73쪽 | 크기확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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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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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최수민
1956년 출생. 성균관대학교 졸업. 역서로는 앨리스 워커의 「은밀한 기쁨을 간직하며」, 스티븐 킹의 「캐슬록의 비밀」, 넬슨 드밀의 「장군의 딸」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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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에 머리가 빠지기 시작해서 마흔 대여섯 나이에 대머리가 완성되는 남자들이 있다. 바비의 아버지도 그 길을 가던 남자였다. 랜들 가필드는 서른 여섯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죽음으로써 그나마 완전한 대머리가 되는 것을 모면했다. 부동산 중개인이었던 그는 남의 집 부엌바닥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엇다. 집을 보러 같이 갔던 손님이 거실에서 무선전화기로 앰뷸런스를 부르는 동안, 바비의 아버지는 저세상으로 갔다. 그때 바비는 세 살이었다. 치켜들고 얼르다가 두 볼과 이마에 입을 맞추던 한 사나이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다. 바비는 그 사나이가 아버지였을 것이라고 대충 믿었다. 랜들 가필드의 묘지석에는 '슬프도록 그리운 이'라고 씌어 있었지만, 바비의 어머니는 좀체 그리워하는 것 같지 않았고, 그리고 바비로 말할 것 같으면.... 글쎄, 거의 기억에도 없는 사람을 어떻게 그리워 할 수 있겠는가?

아버지가 죽은 지 8년 후, 바비는 하위치 웨스턴 오토 상점이 진열창 안에 놓인 26인치짜리 슈빈 자전거와 격렬한 사랑에 빠졌다. 바비는 그가 아는 모든 방법을 써서 엄마에게 슈빈 자전거에 관한 암시를 주었고, 어느날 밤 영화관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마침내 엄마에게 자전거 얘기를 꺼냈다. (<어두운 계단 마루>란 제목의 영화를 바비는 이해도 못하면서 재미있게 보았다. 도로시 맥과이어가 의자에 앉아서 몸을 뒤로 젖히고 긴 다리를 보여주는 장면이 특히 재미있었다.) 상점 앞을 지날 때 바비는 저런 자전거를 열한 살 생일 선물로 받는 아이는 정말 복도 많은 아이일것이라고, 무심결엔 듯이 말했다.
엄마가 말했다.
''꿈도 꾸지 마라. 생일 선물로 자전거를 사줄 형편이 아니야. 네 아빠는 우리한테 아무것도 남겨주지 않고 돌아가셨어.''
랜들은 트루먼이 대통령이던 시절에 죽었고, 지금은 아이젠하워가 8년 임기를 거의 마쳐가는 때였지만, '네 아버지는 아무것도 남겨주지 않고 돌아가셨어'라는 이 말은 바비가 1달러 이상의 지출이 확실한 것을 요구하거나 제시할 때마다 엄마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대개는 아주 사나운 표정이 뒤이어지는데, 마치 그 사나이가 죽은 게 아니라 멀리 도망가 버렸다고 여기는 표졍이었다.
--- pp.9-10
나는 차 안으로 들어가서, 어젯밤에 내가 동정을 잃어버린 그곳에서 봉투를 뜯었다. 편지지가 달랑 한 장 들어 있었다. 말은 간결한 게 생명이다. 라고 셰익스피어가 말했던가. 그게 사실이라면 캐롤의 편지는 그 정신을 잘도 구현한 셈이었다.

피트에게,
우린 어젯밤의 일을 작별인사라고 생각해야 할 것 같아. 이 작별을 위해서 그 이상 우리가 무얼 할 수 있을까? 학교로 편지를 할지 하지 않을지, 지금은 모든게 혼란스러워서 나도 모르겠어. (아니 어쩌면 마음이 달라져서 아주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고!) 하여간에 앞으로 나한테 계속 연락이 닿았으면 좋겠어, 알았지? 날 사랑한다고 말한거 아직 잊지 않았어. 날 사랑하거든 나하고 연락이 끊어지지 않게 해줘. 나도 그렇게 할게, 약속할게. --- 캐롤

p.s. : 어젯밤은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가장 황홀했어. 거기에 그 이상의 무엇이 더 있다고 한다면 사람이 도대체 어떻게 그걸 감당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어.
p.p.s. : 바보 같은 카드는 제발 그만두길 빌어.

그애는 그것을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황홀한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편지 끝에 '사랑'이라고 쓰지 않고 그저 이름만 썼다. 그런데 또...... '그 이상의 무엇이 또 더 있다고 한다면 사람이 도대체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는지 앐 수 없다'고 했다. 나는 그애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를 알았다. 나는 손을 내밀어서 그애가 누웠던 자리를 어루만져 보았다. 우리가 누웠던 그곳을..

--- pp.13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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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60년대의 자식이고, 월남전쟁의 자식이며,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늘 그 시대와 그 시대의 사건들에 관한 얘기를 할 수 있기를 빌어왔다. 간단히 말해서 나는 바로 나 자신이 속한 세대의 얘기를 하고 싶었다. 어느 작가가 그러지 않을 것인지? 그러나 거기에 덤벼들어 봤자 참으로 형편없는, 죽도 밥도 아닌 것을 만들고 말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어느 때에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한다는 것은 창작에 해롭다, 몸시도 해롭다..... 그리고 나는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를 쓰기 시작했고, 생각을 그리 많이 하지 않았다. 나는 한 세대 전체를 설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나 자신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이 글을 쓰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우리가 거의 가질 뻔 했던 것, 우리가 잃어버린 것, 그리고 나중에 마침내 우리에게 남겨진 것들에 관해서 얘기를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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