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긋닛 6호 : 돌봄사회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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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130*200*20mm
ISBN13 9772951413062
ISBN10 2951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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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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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원히 달릴 수 있는 버스는 없다. 우리의 삶이 돌이킬 수 없는 순간순간의 총합이듯이, 지금의 한국 사회 역시 그렇다. 많은 이들이 저출생과 고령화를 우려하고, 사회적 돌봄의 필요를 이야기하지만, 동시에 그로 인해 일어나야 할 삶의 구체적인 변화는 상상하고 싶지 않은 듯이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그 결과를 목도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제, 누군가는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조금 더 천천히 달려도 괜찮습니다, 라고.
_안지나, 「저속운행해도 괜찮습니다」
--- p.12

나는 어린아이처럼 칭얼대며 몸부림치는 할머니를 바라볼 때 엄마의 표정을 알고 있다. 정해진 시간에 약을 먹이고, 오물이 묻은 기저귀와 이부자리를 정리할 때의 표정이 어떤지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순간 나를, 식사하는 가족들을 바라보던 엄마의 얼굴은 떠올릴 수가 없다.
_김본, 「뱀이 쫓아온다」
--- p.53

할머니는 죽기 일 년 전 요양원으로 보내졌다. 마지막으로 찾아갔을 때는 나를 알아보지도 못했다. 사실 할머니가 알아볼 수 있을 만한 건 더이상 존재하지 않기도 했다. 할머니는 납작하고 때가 탄 메밀베개를 어디든 안고 다니며 먼지라고 불렀다. 할머니가 마침내 세상을 떠났을 때, 가족 중 누구도 울지 않았다. 때로 너무 오래 살면 죽고 나서 흘려줄 눈물이 고갈된다는 것을 알았다.
_김본, 「뱀이 쫓아온다」
--- p.54~55

저기요, 아이를 잠시 부탁드려도 될까요?
여긴 어린이집이 아니라 문구점입니다만……
한 번 더 묻고 난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답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인가 해서 급하게
CCTV를 켰다. 사십대인 듯한 한 여성이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를 데리고 전화를 하고 있었다. 아이는 이러저리 뛰어다니며 장난감을 구경하느라 바빴고 아이 엄마의 표정은 어딘가 다급해 보였다.
저 보이세요?
아이 엄마가 CCTV 앞에서 손을 휘휘 휘저었다.
네, 보입니다만……
저 여기 단골인데……
아이 엄마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CCTV에서 몇 번 본 것처럼 낯이 익었다. 어느 순간 아이 엄마가 하소연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어린이집에 있는 둘째가 아파서 대학병원에 가야 하는데 첫째를 맡길 데가 마땅치 않다는 내용이었다. 충분히 공감이 됐다.
_오한기, 「숲 체험」
--- p.94~95

굶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굶었어. 그는 정종의 뚜껑을 닫고 병을 잡풀이 가득 찬 자루에 던진다. 가까이에서 제초기 소리가 들린다. 고요하다. 까마귀들은 먼 축대에도 앉아 있다. 그의 주머니에서 벨소리가 울린다. 그는 자루를 내려놓고, 오른손의 장갑을 벗고, 전화를 받는다. 그래. 그는 전화를 끊고, 주머니에 전화를 넣고, 왼손의 장갑까지 벗어 뒷주머니에 꽂고, B501 시작점으로 빠르게 걸어간다. 벗어둔 가방을 메고, 제초기를 들고, 비탈을 내려간다. 긴 의자에 앉아 있던 노인이. 등이 굽고, 마르고, 머리를 조금 떠는, 백발의, 검버섯이 얼굴을 덮은, 노인이. 가방에서 비닐을 꺼냈다. 감자인지. 달걀인지. 삶아진 뭔가를 꺼내서 조심스럽게, 주변의 눈치를 한참 살피다가 한 입, 베어물었다. 그리고 다시. 로키가 언제 왔는지 비탈에 서 있다. 비탈 아래 흰 트럭이 보인다. 신입이 트럭 앞에 서 있다. 로키. 로키는 그를 따라 트럭 앞까지 간다. 신입이 주머니에서 간식을 꺼내 로키에게 내민다. 무엇을 확신할 수 있습니까? 로키의 혀가 잠깐 신입의 손가락에 닿는다. 간지러워.
_윤해서, 「변성」
--- p.1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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