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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는 울지 않는다

모세원 | 북랩 | 2024년 01월 02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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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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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년 01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580쪽 | 500g | 152*225*28mm
ISBN13 9791193716007
ISBN10 1193716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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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정에 스물여섯 살의 영희가 안주인으로 들어온 것이다. 지옥같은 시집살이를 상상하고 마음 굳게 먹고 달려든 새아씨의 기대와는 달리, 안온한 공기가 그녀를 감싸고 돌았다. 남편은 싹싹하게 대해주었고, 세 살이나 위인 맏아들은 깍듯이 어머니로 모셨다. 동갑내기 딸은 십년지기처럼 곰살맞게 대했다. 막내아들은 영희보다 겨우 두 살 밑이면서도, 친어머니처럼 모시면서 어린아이같이 어리광까지 부리며 졸졸 따랐다.
--- p.38

야트막한 언덕을 등지고 남쪽을 향해 앉은 아담한 한옥 마당에서 모닥불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신호를 보내듯 타오르는 모닥불이 두 개였다. 이들은 스스럼없이 마루에 올라 옷을 홀랑 벗고 드러눕는 것이었다. 이 집은 높다란 황색 벽돌 담장으로 가려져 있다. 집 주위에는 소나무, 산단풍나무가 우거져 있으며, 뒷산에는 대나무가 촘촘히 심어져 집이 고풍스러워 보였다.
--- p.153

다음 날, 이들은 제석산에서 가까운 연산교 옆 원두막에서 또다시 뜨거운 밤을 보냈다. 이때는 황석영이 북한군이 다부동에서 패배하여 꽁지 빠지게 도주한다는 비보를 접하고 의기가 소침해진 시기였다. 내일이면 자신도 동무들과 북으로 철수해야 하는 비참한 처지였다. 그 밤이 마지막 밤이라고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려 소녀에게 할 말을 잊을 뻔했다. “여보, 당신은 처음부터 내가 빨치산이란 걸 알고 있었지요? 나는 황석영이라 하오.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됐소. 우리가 전투에서 패배하였소. 나는 북으로 도주해야 하오. 여기에 그대 이름과 주소를 적어주시오. 그리고 결혼을 하더라도 아들을 낳으면 황유범이라 지어 주시오. 내 언제고 반드시 다시 올 것이오!” 그 소녀의 이름은 명상아라 했다. 이렇게 두 사람은 두 번의 뜨거운 사랑만을 나누고, 기약 없이 헤어졌다.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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