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05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63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0730513
ISBN10	898073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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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났다. 1984년 '소중한 사람'으로 가수로 데뷔하였고 이후 MBC-TV의 '뽀뽀뽀', '영 11', '젊음이 있는 곳에', '쇼 네트워크'와 KBS-TV의 '가요 톱 10', '둘이서 한마음', SBS-TV의 '사랑의 징검다리'를 진행했으며, KBS 2라디오 '가위 바위 보', '밤을 잊은 그대에게', '정오의 가요 쇼', '음악이 흐르는 곳에', 'KBS 라디오 쇼', MBC-FM '정오의 희망곡' 과 KBS-FM '3시와 5시 사이'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서 DJ로 활약하였다. 1984년 '소중한 사람'으로 KBS 가사 대상 수상하였고 1984년 MBC 연기 대상 신인상(MC부문) 수상, 1992년 MBC 연기대상 우수상(라디오 DJ부문)을 수상하였다.
음반으로는 1984년 '소중한 사람' 1989년 '우울한 샹송, 사랑 굿', 1991년 '이별의 풍경'과 1996년 시 낭송 CD를 발표했다. 저서로는 1997년 에세이 『그럼에도 행복하다』1998년 시집 『사랑하고 있습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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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를 걱정해주고 있구나. 함부로 나를 버려서는 안되겠구나 하는 책임감이 어깨를 눌렀다.
''수많은 암환자와 그 가족들이 길은정씨를 보고 있어요. 길은정씨 절대 쓰러지면 안됩니다. 아셨죠? 부디 힘내세요. 길은정씨가 쓰러지면 다른 암 환자들도 희망을 잃게 됩니다.''
암환자협회 회장으로부터 이런 전화가 왔을 때, 나의 투병이 이미 개인의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앗다. 나는 이렇듯 혼자가 아니었다. 많은 환자들도 전화를 해왔다. 더러는 상담도 하고 하소연도 하고, 자신도 아프고 힘들텐데 나를 위로하기까지 했다. 누군가 무엇을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도 하던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단 한번 씩이라도 '아유, 걔,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라고 걱정한 것이, 그 기가 모여 큰 힘으로 내게 전달되는 것 같았다.

편지의 답장을 쓰거나 전화를 받고 가끔 청탁받은 원고를 쓰면서 정신없이 바쁘게 날들이 흘러갔다. 내 마음은 호수처럼 평화로웠다. 나는 돈에도 명예에도 아무런 감각이 없었고 삶 자체에도 그다지 의미를 두지 않았다.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고 욕심도 나지 않았다.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서 내가 얼마나 행운이 많았던 사람이었는지도 깨닫게 되었다. 그저 모두에게 감사하는 마음만 들었다. 특히 이런 아름다운 감정을 알게 한 '암'이라는 병에게 무엇보다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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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정 씨는 조급한 목소리의 암 환자들로부터 이러한 독촉의 전화를 받았을 때, 암에 관련된 이 책이 갖는 의미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전문적인 의료지식을 전달하거나 획기적인 치료방법을 소개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다만 길은정 씨가 직접 투병하면서 겪은 신체적ㆍ심리적 상황들을 솔직하게 풀어놓음으로써 병과 씨름하는 사람들에게 병보다도 더 무서운 적이 되는 두려움과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하는 바람에서 씌어졌다. 그리고 투병 중에 있는 수많은 한자들과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접함으로써 '병'을 갖고 있다는 마음의 그늘에서 벗어나 행복한 미소로 건강한 하루하루를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또 기적같은 이링 일어나 건강을 되찾았으면 기도하는 맘으로 이 책을 썼다고 머릿글에서 말하고 있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의 참담한 기분. 그러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수술. 환자의 입장에서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권조차 없는 상황이고 보면, 벼랑 끝에 내몰린 기분일 수밖에 없다. 의지할 수만 있다면 나뭇가지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내가 죽어야 한다니. 죽음이란, 이제까지 나와 인연이 많은 것들과 영원한 이별을 의미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것과, 내가 하고 있던 많은 일들 그리고 앞으로 하려했던 일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는 그야말로 '끝'이라는 단어 그 자체이다. 오히려 죽는 것보다 수술로 인한 장애인이 되어 살아야 한다는 것 때문에 나는 더욱 더 기가 막혔다. 만감이 교차하면서 나의 뇌리에는 미친 듯 열심히 했던 방송만이 남았다. 외로웠다. 처절하게 울었다. 다른 사람들은 건강하게 살아가는데 나는 지금 죽어간다. 죽음에 대한 생각들은 나를 괴롭혔다. 창 밖으로 스쳐가는 풍경들 하나하나, 어쩌면 이것들도 못 보게 될 것 같아 눈물이 흐른다. 모든 게 다 우울하고 슬퍼졌다. 가족들도 만나는 게 싫어졌다. 그러나 아무에게도 기대하지 말자. 삶도 죽음도 모두 내 몫이다. 나는 끔직한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 다시 홀로 서기를 했다. 나는 이미 자살을 결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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