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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처방전 (큰글자책)

고양이 처방전 (큰글자책)

딱지책이동
이수연 | 단비 | 2024년 01월 1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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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1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180쪽 | 210*290*20mm
ISBN13 9791163501053
ISBN10 116350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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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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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헥헥거리다 이제 조금 덜 하긴 한데, 어떻게… 병원에 데려가야 하나요?”
“고양이가 머스타드를 먹고 잘못됐다는 얘긴 못 들었는데… 정 걱정되면 데려오세요.”
“헥헥거리는건…?”
“매워서 그럴 거예요.”
“네…?”

이 녀석.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 나는 마음을 쓸어내렸다. 세상이 새롭게 보일 정도였다.
--- p.31

기분 좋게 먹어 주는 존재가 있다는 게 어찌나 마음이 따뜻해지는지. 고작 밥을 먹는 일인데. 밥을 주는 일인데. 매일같이 행복할 수 있다니, 역시 고양이는 대단한 존재다.
--- p.36

“저희가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는데, 작은애가 형한테 맞은 뒤론 의기소침해요. 괜찮은 거겠죠?”

그때 동물병원에 앉아 있던 간호사와 기다리는 사람들 모두 “풋” 하고 웃는 소리가 들렸다. 까불다 맞고 충격받은 고양이의 모습이 눈에 선했을 것이다. 동물병원 원장님도 ‘풋’을 최대한 참으며 대답했다.
“밥 잘 먹고 물 잘 마신다면 아픈 건 아닐 겁니다. 그냥 잠깐 삐진 거예요.”
“아, 삐진… 풋!”
--- p.43~44

하지만 스트레스는 돈보다는 청소 문제였다. 고양이가 오기 전까지 집은 깔끔했다. 아주 깨끗해서 먼지 하나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런대로 깔끔함을 유지하며 살았다. 그런데 고양이가 오니 휴지를 엉망으로 풀어 헤치기도 하고 모래를 온 사방에 뿌리기도 하고 아무 데나 똥을 싸기도 하고 털까지 날리고. 하루가 멀다 하고 청소를 해도 다음 날 집에 돌아오면 그대로. 다시 또 청소를 해도 금방 지저분. 지저분한 걸 참을 수 없으니 다시 청소. 그런 루틴을 계속 반복하니 지쳐 가며 스트레스가 커졌다.
--- p.71

나는 살며시 꾹꾹이를 하는 니브 손을 감싸 쥐었다. 작고 보드라운 손에서 경이로움마저 느껴졌다. 나는 엄마 손 한번 제대로 잡기 부끄러워하는 딸인데, 내 고양이들은 스스럼없이 작은 손으로 꾹꾹 안마를 해 준다니. 이 경이로운 손으로, 작고 보드라운 손으로. 엄마가 떠올랐다. 엄마도 작은 내 손이 신기했을 때가 있었겠지. 저 혼자 큰 줄 아는 철없는 딸이 될 줄 모르고. 니브에게 받은 마음을, 이 감정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엄마 몰래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해 보며 망설였다. 그리고 엄마 손을 잡았다. 엄마는 어색한 듯 웃어 보였다. 손에서 손으로, 삶이 담기는 순간이었다.
--- p.78~79

‘아! 누군가를 진정 사랑하는 마음은 내가 슈어와 니브를 떠올릴 때의 마음 같은 건 아닐까? 계속 곁에 있고 싶고, 더 잘해 주고 싶고, 행복했으면 좋겠고, 건강했으면 좋겠고. 그런 게 사랑이 아닐까?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 깊숙이 따뜻함이 올라와서 손끝까지 온기가 전해지는, 그런 느낌이 사랑이지 않을까?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울게 되는 것이 사랑이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이 모여서 이제 사랑이 무엇인지, 조금 알 것 같다.
--- p.88

나의 삶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임스처럼 마약에 빠져 살진 않았지만, 삶의 어둠 속에 살았던 것은 분명하다. 알코올의존증을 겪기도 했고 기나긴 우울증을 겪으며 수없이 괴로운 나날을 견뎌야 했다. 열 개가 넘는 정신과 약을 복용하면서 집 밖을 나가지 못하고 어둠이 와도 불을 켜지 않았다. 몸을 일으킬 정신도,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런 날 보는 사람의 시선이 무섭기도 했다. 사람들은 이해하려 하지도 않고 쓴소리를 뱉어 냈다.

“도대체 뭐 때문에 그러는 거야?”
--- p.114~115

사랑받고 싶은가? 타인의 반응이 무서운가? 말꼬리 하나라도 잡히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드는가? 누군가의 가시 같은 말 한마디를 품고 계속 아파하는가? 혼자인 것이 외롭고 두려운가? 흔들리는가? 이 물음 밖의 아픔이 있는가?

나는 그렇다.
그렇기에 나를 사랑하고 싶다.
고양이처럼.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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