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첫 아이 ‘꿀떵이’를 10주 차에 보내고 몸도 마음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6월 9일이 되던 날. 두 번째 아이의 존재를 처음 확인했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또 보내는 일을 겪을까 두려웠다.
산송장처럼, 침대에 붙어서 살다시피하며 12주를 보냈고 불안한 마음에 매주 병원을 찾았다.
1차 기형아 검사도 무사히 통과하며 귀여운 모습으로 엄마 아빠를 설레게 만들던 아이.
열무야, 우리가 지은 너의 태명은 ‘열무’란다. 어디 가지 말고 건강하게 열 달 동안 무사히 있다가 나오렴.
성별은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엄마 아빠가 조금 더 원했던 예쁜 딸이네. 내년 2월에 만나자. --- p.16~17
2020 02.21. fri.
열무에게 이름이 생긴 날.
오늘부터 너의 이름은 ‘이루다’란다. 뜻한 대로 되게 하다. 뜻하는 바 모두 이루며 살라고 지은 이름이야.
루다야, 엄마 아빠한테 와줘서 고마워. 그리고 반가워. --- p.36
2020 02.23. sun.
2015년 봄에 남편과 결혼하고, 루다를 만나기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루다를 낳은 뒤 5박 6일 동안은 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조리원에서는 2주간의 시간을 보냈다. 내일 모레, 화요일이면 드디어 집으로 돌아간다.
루다야. 너의 존재는 미치게 사랑스럽지만 너를 낳은 이후 엄마의 일상은 아주 서서히, 또 많이 달라질 거야. 아직은 낯설지만 그래도 괜찮아. 이제 엄마와 아빠 그리고 루다까지, 우리 세 가족이 있으니까. --- p.38
2020 08.26. wed.
꿈꾸는 루다. 좋은 꿈 꾸고 있니?
눈을 뜨자마자 손가락부터 빤다. 다리도 쭉쭉 늘려주고 엄마 아빠를 부른다. 요즘 루다는 혼자서 일어나려고 시도한다. 내가 일어나 안아주면 색색거리며 웃는다. 얼굴은 띵띵 부은 주제에 헤실거리며 웃는 것 좀 봐! 볼살을 앙 깨물어주고 싶구나. --- p.50
2020 09.27. sun.
이유식 먹일 때마다 전쟁을 한바탕 치른다. 스푼을 빼앗으려는 자와 스푼을 지키려는 자의 전쟁. --- p.115
2021 01.30. sat.
점점 따라할 줄 아는 행동과 말이 늘어난다. “아이 예뻐.”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준 적이 있는데 어느새 그 말을 따라하며 “예뻐.” 한다.
‘할미’하면 ‘음미(?)’라고도 하는데…. 푸하하. 아직 ‘할미’라는 말은 아직 발음이 어려운가보다. --- p.129
2021 05.03. mon.
며칠 전, 숫자를 가르쳐주며 ‘8’이라고 말했더니 루다가 본인의 팔을 든다. 으하하하. 그것도 맞네. 그것도 팔이고, 엄마가 말한 ‘8’도 팔이야. --- p.139
2020 07.22. wed.
루다를 낳고 알았다.
내가 누군가의 두피에 뽀뽀할 수 있다는 걸. 쉬는 날이면 낮 12시, 1시까지 자던 내가 2시간마다 깨고, 잠을 못 자도 버티고, 아침 6시에도 눈을 번쩍 뜰 수 있다는 걸. 누군가의 토를 손으로 받고 똥도 만질 수 있다는 걸. 7킬로그램짜리 아이쯤은 한 손으로 번쩍 들어올려 안을 수 있다는 걸.
내가 할 수 있는 게 생각보다 더 많았다는 걸 루다를 통해 앞으로 점점 더 많이 알게 되겠지.
전 세계 100만여 명에 육박하는 수많은 랜선 이모 삼촌들을 양산한 유튜브 채널 ‘진정부부’, ‘다정모녀’의 주인공 이루다! 그리고 여전히 육아엔 서툴지만, 그럴수록 더 많이 사랑하고 인내하려 노력하는 진정부부. 깨알같은 재미와 감동이 공존하는 세 가족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쏟아지는 육아 ‘꿀팁’ 속 잊지 말아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자연스레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