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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사람, 이현옥

: 앎이 볕처럼 스며들던 시간에 관한 기록

리뷰 총점9.5 리뷰 4건 | 판매지수 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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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272g | 140*205*14mm
ISBN13 9791190413640
ISBN10 119041364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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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그 와중에 나는 두 번의 결혼을 하고 네 아이를 낳았다. 그간 내 대신 아이들을 키워주고 살림도 해주던 부모님은 내가 막내를 낳고 전업주부로 들어앉자 고향으로 내려가셨다. 그리하여 밥도 살림도 할 줄 모르던 나는 갑자기 네 아이의 구체적인 엄마가 되어, 지지고 볶는 긴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생각해보면, 직장을 완전히 그만두고 집에 들어앉아 온전한 가정주부가 되었던 시간, 그러니까 네 아이의 엄마와 한 남자의 아내로서 맡은 역할이 내 정체성의 전부였던 30대 중반부터 40대까지의 그 시기가 내 인생에서 가장 ‘버라이어티’한 시절이 아니었을까 싶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수많은 사건이 일어났고, 아이들은 쑥쑥 자랐으며, 그 틈새에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아우성을 치던 한 여자가 있었다.
--- p.29

어째서 밥하고 살림하는 일이 이렇게 두렵고 힘들고 지겨운 걸까? ‘즐겁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좀 덜 지겹고 덜 힘들게 할 방법은 정말로 없을까? 진짜 죽도록 힘이 들었기 때문에 꽤 끙끙대며 생각해봤는데, 밥하는 일이 그렇게나 부담스러운 것은 내가 그 일을 ‘잘할 수 없기 때문’인 것 같았다. 능숙하게 척척 잘할 수 있는 일은 절대 힘들게 느껴지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하고 났을 때 뿌듯함을 주지 않던가! 반대로 서툰 일을 억지로 할 때는, 해야 한다는 걸 알아도 피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들어서 나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게 된다. 의욕도 활기도 없는 데다 이미 찌그러진 몸으로 하는 일이 제대로 될 리 없으니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이치였다.
--- p.42

지금도 여전히 세상 어디서나 비슷한 이야기를 듣는다. “사람이 다른데 생각이 다른 것도 당연하지.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참 아름다운 말이다. 그러나 나는 저런 얘기가 아무것도 해결해줄 수 없다는 걸 경험으로 안다. 내 마음이 내 맘대로 된다면야 가능하겠지만, 아무리 마음을 먹어봐도 싫은 건 싫은 거고 인정이 안 되는데 어쩌겠는가. 그래서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되는 건지, 어떻게 해야 마음이 싹 바뀌는 그런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소상히 얘기해보시오!”, 요렇게 되돌려주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 p.46

이래저래 나에게 돈은 아무리 벗어나려 발버둥 쳐도 점점 더 깊은 물속으로 나를 끌어당기는 물귀신 같은 것이었다. 이래서야 어떻게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돈을 벌지 않고는 자유로워질 방법이 정녕 없는 것일까, 꼭 돈을 벌어야 한다면 어떻게 벌 수 있을까, 막상 돈을 벌게 된다면 또 다른 방식으로 돈에 휘둘리게 된다는 것도 경험상 잘 알고 있는데 그때는 또 어떻게 그 너머를 볼 수 있을까. 이 역시 내가 공부를 시작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다.
--- p.60

목욕하고, 산책하고, 친구 만나 수다를 떠는 등 소소한 방법을 활용해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런 식의 기분전환은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내가 모르는 근본적 해결 방식이 꼭 있을 것만 같았다. 왜냐면 세상에는 내가 살고 싶은 그런 모습으로 살았거나 살아가는 사람이 분명 존재하는 것 같으니까. 아직 좋은 삶이 어떤 것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이제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은 희미하게나마 그려볼 수 있었다. 자기 안에 실타래처럼 엉켜 있던 어려운 문제들을 풀거나 치워버려 마음이 가벼운 사람. 그리고 꽤 무거운 짐도 넉넉히 감당할 만큼 힘이 센 사람! 이미 그렇게 살았거나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렇게 살 방법 또한 분명 있다는 뜻 아닌가.
--- p.67~68

처음 공부하러 갔을 때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기초반, 중급반, 고급반 같은 것이 나뉘어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학원은 물론이고 하다못해 ‘자녀와의 대화법’을 배울 때조차 기초반과 심화반이 따로 있었는데, 이곳에는 그런 경계가 없었다. 그냥 선생님들 각자의 관심과 공부 목표에 따라 기획한 강의가 공지되면 관심 있는 사람들이 등록을 하고, 그들이 모여 몇 달에서 길게는 1년까지 함께 공부하는 과정이 주1회 정도 진행되는 식이었다. 모여드는 사람들도 천차만별이어서 똑같이 루쉰을 공부하겠다고 왔어도, 나처럼 공부가 뭔지 감도 못 잡는 생초보부터 이미 10년 이상 공부하고 있는 선배들까지, 그러니까 초등학교 1학년과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을 한데 섞어놓고 공부가 진행되는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나이도 20대부터 50대까지. 이래서 어떻게 공부가 되겠나 싶었다. 초보자라고 누가 더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무시하거나 잘난 척하는 사람도 없었다. 나이로 나누고, 성별로 나누고. 성적으로 나누고, 경력으로 나누고… 이런 식의 위계에 따라 결정된 구역 안에서 50년을 살아온 내게는 엄청 신기한 경험이었다.
--- p.78~79

아주 가끔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 생각해본 적은 있는데, 이상하게도 양심의 가책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니 내가 공부를 시작한 이래 동양철학, 불교, 문학 등 여러 분야를 기웃거리고 나서 결국 철학, 더 정확히는 윤리학에 집중하게 된 건 당연한 귀결인 듯하다. 예전에는 철학이 삶과 동떨어진 추상적이고 복잡한 학문인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철학이야말로 일상과 가장 가까운 공부였다. 범박한 설명이기는 하지만 철학이란 각각의 철학자가 개념을 도구 삼아 그린 삶의 지도 같은 게 아닐까? 철학자들은 자기가 발명한 개념으로 일상에서 드러나는 삶의 현상을 설명하고, 자신의 개념이 삶을 이해하고 삶의 방식(윤리)을 새로 발명하는 데에 유효하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한다.
--- p.87~88

학교 밖 공부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건, 나 혼자였다면 절대 고를 수 없었고 접할 수도 없었을 엄청난 책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삼사십 대에는 아직 살아갈 날이 무척 많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셰익스피어의 유명 희곡들이나 푸슈킨,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고골, 안톤 체호프 같은 러시아의 대단하다는 작가들의 작품, 말로만 듣던 나쓰메 소세키의 글, 또 뭔지는 모르지만 뭔가가 있을 게 분명해 보이는 붓다의 가르침도 사는 동안 언젠가는 읽게 되리라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다. 마치 ‘언젠가는 내 인생에도 좋은 날이 오겠지!’ 하는 막연한 희망처럼.
--- p.114

유일한 어려움이 있었다면 그렇게 만난 텍스트들이 내 수준에 비해 너무나 높았다는 것, 즉 어려웠다는 이야기다. 마치 외국어로 된 책을 해석하는 것처럼, 전체 맥락을 잘 이해하기는커녕 한 줄 한 줄이 낯설고 그 한 문장을 다음 문장과 연결시키는 일이 무척이나, 아니 지독하게 힘에 부쳤다는 걸 고백할 수밖에 없겠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졌지만 지금도 새로운 텍스트를 처음 만날 때면 여전히 그런 어려움을 겪는다. 공부 초기에는 이런 어려움이 낯설었고 나로서는 납득이 되질 않았다.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일찍이 한글을 깨친 이래로 책을 읽는다고 읽었고 대학물도 먹었는데 한글로 된 책이 독해가 되지 않는다는 게 말이 돼? 솔직히 조금은 이런 마음이 들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사태를 이해하게 되었다.
--- p.117

사실 공부와 관련해서는 여러 복잡한 마음이 있었다. 예를 들어 처음 만난 누군가가 “뭘 하는 분이세요?”라고 물으면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선뜻 얘기할 수가 없었다. 처음엔 내가 죽기 살기로 열심히 공부를 하지 못해 그런가 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그보다는, 칠팔 년을 공부한다고 했는데도 무슨 자격증이 하나 생긴 것도 아니고 살림이 편 것도 아니니, 내가 공부를 한다고 얘기하면 ‘팔자 좋은 아줌마가 고급스러운 취미 생활을 하는구나’ 정도로 생각할 것 같아 그게 싫어서 내 마음이 방어를 하는 거였다.
--- p.129

뭐랄까, 그래도 그동안 내가 해온 공부가 이런 큰일 앞에서 대처할 힘을 주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예전 같으면 어떤 게 진짜 내 마음인지 모르겠다며 징징댔겠지만 이번에는 다른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었다. 내가 정말 두려워하고 있는 게 무언지 직시할 수 있었고, 그 두려움이 어디서 어떻게 생긴 것인지도 알 수 있었으며, 두려움에 그냥 먹혀서 그 두려움이 나 대신 결정하도록 방치하지 않고 정신 줄을 붙들고 생각과 판단이라는 것을 할 수 있었고, 마침내 나에게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었다. 만약 항암을 하는 쪽으로 결정했다면? 그 결과는 지금과 같았을지 몰라도 나에겐 결과에 이르는 이 과정이 중요했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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