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폭력에 노출된 은주는 온순하고 조용한 성품을 지닌 인물. 다문화센터에서 한글을 가르치며 낯선 문화에 적응하며 뿌리내리려 애쓰는 이들을 돕는다. 언제나 친절하고 온화한 모습으로 다가가지만 그 내면엔 폭력에 대한 공포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그런 은주를 친엄마보다 더 잘 챙기는 이는 그녀의 친구 성희의 엄마, 지숙. 지숙은 과거, 도움을 청하는 친동생을 외면했던 한 사건에 대한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로, 그 아픈 기억을 상쇄하고자 타인(은주)을 보살피고 소외되고 그늘진 사람들(다문화인)에 대해 온정을 실천하는 캐릭터.
한국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터키에서 유학 온 에민은 은주에게서 한글을 배우며 가까워진다. 이어 두 남녀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지만 부모의 폭력으로 그늘진 은주는 에민과의 사랑을 더 이상 진전시키지 못한다. 에민 역시 은주에 대한 감정에 확신을 못 갖고 주저한다.
오경애(은주의 엄마)는 은주가 가출하면서부터 더욱 난폭해지고 남편 하동만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하는 과격한 인물. 이미 몇 해 전 남편(하동만)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아들(하용주)이 가출하고, 그 후로부터 정신적 고통을 받아오던 오경애는 딸(은주)이 가출하자 더욱 난폭해져 심한 정신적 갈등을 겪는다.
에민은 은주를 애써 잊은 채 공부에 전념하다 졸업을 앞두고 은주가 가출했다는 사실을 알고 시름에 빠진다. 그리고 그녀가 그간 폭력적인 부모 밑에서 갖은 고생을 해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그녀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자신에게 내재해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