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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느리가 묻고 시어머니가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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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가족 에세이 top20 6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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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150*215*20mm
ISBN13 9791171680160
ISBN10 117168016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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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아내 덕분에 어머니 속내와 삶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들로 4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왔지만 처음 듣는 이야기는 어머니가 어떤 고난에도 흔들리지 않는 거대한 산이 아니라 여리디 여린 여인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어머니도 매일 이른 새벽에 일어나 늦은 밤까지 일하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가게에서 손님들과 보내는 시간이 아닌 집에서 가족들과 온전히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한번 쯤은 가족이 아닌 어머니 꿈을 위해 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그저 앞으로 걸어가야만 했던 가여운 여인의 지난 시간을 따라가며 가슴이 먹먹해져옵니다.
--- p.11

이렇게 글 쓰면서 엄마 생각하니까 좋아.
내 나이 67살에 글 쓰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김 서방이 옆에서 많이 도와주고 있어.
엄마가 김 서방이랑 짝 지어주었잖아.
엄마, 아무 걱정 말고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
나중에 만나면 옛날 얘기 하면서
웃어도 보고 울어도 보자.
졸려.
이만 쓰고 잘게.
--- p.19

지금 어머니 글을 읽고 보니 어머니께서 보내 주신 건 고구마가 아니라 사랑이었네요. 고구마 보면서 옛 생각에 눈물 삼켰을 어머니, 저에게 고구마 보내주실 생각에 기쁨 가득이었을 어머니, 호들갑 섞인 제 전화에 흐뭇하게 미소 지으셨을 어머니 생각하니 저도 웃음이 나요.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불러도 불러도 싫지 않고 보고 싶은 우리 어머니.
다음엔 제가 맛있는 고구마랑 막걸리 한 잔 들고 갈게요.
--- p.29

엄마,
칠십이 넘으면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걸까 궁금해.
나이 상관없이 지금처럼 열심히 사는 거?
몸이 안 따라줘서 열심히 살 수 없으면 어떻게 해?
자식들 잘 되게 기도하는 삶을 살고 싶은데
기도도 정신이 건강해야 할 수 있는 거고.
금방 칠십이 될 텐데 생각이 많아져.
여행 전날,
멀미약 준비해 놓고 잠도 못 자는 나는
칠십 인생을 문득문득 떠올리는 나는
걱정을 타고 났나 봐.

엄마 생각은 어때?
지금 가르쳐 주면 안 될까?
--- p.46

“어머니, 오늘 잘 쉬셨어요?”
“응, 잘 쉬었어. 쉬면서 집 청소하니 개운하고 좋다. 이따 점심 먹고, 마당 청소하려고.”
잘 쉬셨다고 하시는데 제가 듣기에는 다 일하신 이야기로 들리네요.
어머니 이제 좀 쉬시는 게 어떻겠냐는 제 말에 하도 일만 하고 살아서 어떻게 쉬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말씀하셨지요? 그 말씀이 너무 공감돼서 마음이 무거웠어요.
--- p.60

엄마, 오늘은 시장이 한가하네.
엄마가 장사할 때는 여름엔 더워서 땀띠나고
겨울엔 연탄불에 데여 물혹 났잖아.
지금은 여름에는 에어컨 켜고
겨울에는 난방 틀고 천국이야.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이라 하면서도
자식 걱정에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던
엄마 말이 가슴에 콕 박혀 있어.
나도 엄마 마음 닮아서 이왕 사는 거
열심히 살아야지 마음먹어.
엄마가 자랑하고 싶은 딸이 되고 싶어서 노력 많이 했어.
--- p.88

지금까지 시련, 고통, 외로움, 많이 겪으면서 살았어.
속내를 이야기할 사람이 엄마밖에 없었는데
엄마도 일찍 하늘나라로 올라가시고 혼자 힘들었어.

이제는 며느리가 둘이나 있으니까 참 좋아.
모든 일이 순리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
고생을 많이 했지만 후회는 하지 않아.
그만큼 사회공부 많이 했잖아.
경험은 돈 주고도 못 사는 거고.

엄마를 보고 싶어 하는 마음도 귀하고,
엄마가 했던 일을 이어서 하고 있는 경험도 귀하고,
내 가족이 곁에 있고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끼는 것도
귀하고 말이야.
--- p.107

도시로 가고 싶어도 차를 못 타니까 친구들이 서울로 가자고 해도 가질 못 했어요. 서울에 가면 차가 너무 많아서 내 명대로 못 살 것 같았거든요. 차만 보면 골치가 아파서 ‘나는 공기 좋은 시골에서 살아야 할 팔자인가 보다.’라고 생각하며 살았더니 마음 편했어요.

스무 살로 다시 돌아간다면 어떻게 살아보고 싶을까 오늘 하루 종일 생각했어요. 나는 우리 엄마, 아빠와 안 아프고 재미있게 살고 싶어요. 엄마, 아빠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장사를 하셔서 우리와 같이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어요. 재미있고 좋은 추억이 없어서 아쉬워요. 그래서 내가 이렇게 억척스럽게 살았나 봐요.
--- p.134

속이 후련해졌어요. 지금까지 살면서 내 속에 있는 말을 이렇게 시원하게 할 기회가 없었어요. 세연이가 속 시원하게 말할 수 있게 판을 펼쳐 주니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정말 신나게 두서없이 말해봤어요. 사실 나이가 들수록 외롭거든요. 글을 쓰고 며느리와 대화하며 밋밋했던 내 인생에 불빛이 환하게 들어오는 것 같아 정말 좋았어요. 며느리에게 글을 써 보내면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고맙다고 말해주고, 괜찮다고 위로해주니 무심코 흘려보냈던 일상에 자연스레 의미를 부여하게 되더라고요. 그 날이 그 날 같았던 예전과 다르게 재미있고 오늘은 또 어떤 일이 생길까 하루하루에 대한 기대가 생겨 정말 좋았어요.
--- p.152

이렇게까지 하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질문을 통해 여러 감정을 체험하는 다양한 분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150명에 가까운 분들에게 질문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드렸어요. 그로 인해 더 많은 분들께서 만들어 주신 질문과 그 질문을 만들게 된 이유를 취합해서 볼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을 누렸어요.

이렇게 주옥같은 질문들을 저 혼자 보는 것이 아쉬워 수많은 독자분들과 나눠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비슷한 질문끼리 엮어 각 질문 30개와 소감을 부록에 정리하였고, 개인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질문은 따뜻한 응원과 사랑을 담아 제 마음에 보관했어요.
--- p.158

시간이 멈추지 않고 자꾸만 흘러가니 허망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 젊을 때는 시간이 더디 갔는데 환갑이 넘으니 물처럼 속절없이 흘러가 무섭더라. 말로 하면 금방 잊어버리는데 그 시간을 우리 세연이 덕분에 글로 적고, 책으로 나온다니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있겠나 싶어. 고마워.

우리 집에 네가 처음 인사하러 오던 날 나는 첫눈에 알아봤어.
똘똘해서 잘 살겠다 싶어 보였거든.
네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내가 많이 응원할게.
우리 더 재미있게 잘 살아보자. 알았지?
세연아 사랑해.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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