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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 _소설가 정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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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이디스 워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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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렌스카 백작 부인의 일 때문에 오래전에 정착된 굳은 신념이 흔들려 그의 마음속을 위험하게 표류했다. “여자들도 자유로워야 합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유로워야 해요”라는 그 자신의 외침은 그의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간주하기로 합의된 문제를 뿌리까지 뒤흔들었다.
--- p.64 그는 친구들의 (행복해 보이는) 결혼 생활을 되짚어 보았지만, 메이 웰랜드와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은 관계로 상상한 열렬하고 다정한 동지애와 일치하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 상상 속 관계가 이루어지려면 그녀에게 경험과 융통성과 판단의 자유가 있어야 하지만, 그녀는 그런 것들을 갖추지 않도록 세심하게 교육받았다. 자신의 결혼이 다른 대부분의 결혼처럼 한쪽의 무지와 다른 한쪽의 위선으로 지탱되는 물질적, 사회적 이해관계의 무미건조한 결합이 되리라는 불길한 예감에 몸을 떨었다. --- p.65 “아, 나도 알아요, 안다고요! 하지만 불쾌한 말은 듣지 않는다는 조건이 따르죠. 내가 말하려고 하니 웰랜드 이모가 딱 그렇게 말하시더군요…. 여기서는 아무도 진실을 알려고 하지 않나요, 아처 씨? 진짜 외로운 건 가식적으로 행동하라고만 요구하는 이런 사람들 사이에서 사는 거예요!” --- p.110 그렇지만 아처도 그런 온갖 문제에 대해 확고하고 약간 공격적인 의견을 지녔을 때가 있었다. 그의 소규모 일족의 예절과 관습에 관련된 모든 것이 세계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처럼 보이던 때가 있었다. ‘그러는 내내 어딘가에 진짜 사람들이 살았고 진짜 일이 그들에게 일어났겠지….’ 그는 생각했다. --- p.253 아처는 대대로 물려받은 결혼에 대한 케케묵은 생각으로 돌아갔다. 전통을 따르고 그의 모든 친구들이 아내를 대하듯이 메이를 대하는 것이 족쇄를 차지 않은 총각 시절에 막연히 그리던 이론을 실천하는 것보다 덜 골치 아팠다. 본인이 자유롭지 않다는 생각이 손톱만큼도 없는 아내를 해방시키려고 애쓰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었다. --- p.270~271 “내 결혼은… 당신을 여기에 있게 할 구경거리가 아니에요.” 그녀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고 그는 말을 이었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당신은 나한테 처음으로 진짜 삶을 보여줘 놓고 동시에 가짜 삶을 이어가라고 부탁했어요. 인간이 견딜 수 없는 일이에요. 그뿐입니다.” --- p.334 “난… 난 어떻게든 그런 말이… 그런 범주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으로 당신과 달아나고 싶어요. 그저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으로, 서로가 삶의 전부인 두 사람으로 살 수 있는 곳으로요. 다른 것은 무엇도 중요하지 않는 곳으로요.” --- p.395 뭔가 놓쳤다는 것은 알았다. 삶의 꽃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너무나 달성하기 힘들고 일어날 성싶지 않은 일로 여겨져 그 일로 푸념하는 것은 복권에 일등으로 당첨되지 않았다고 절망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의 복권은 수억 개가 발급되었고 일등은 단 하나였다. 그가 당첨될 가능성은 아예 없었다. 엘런 올렌스카를 생각하면 책이나 그림에서 상상의 연인을 생각하듯 추상적이고 담담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그가 그리워하는 모든 것이 혼합된 환상이 되었다. --- p.473~474 |
관습의 굴레에 묶여 ‘삶의 꽃’을 놓쳐버린 한 젊은이의 사랑과 회한의 이야기,
그리고 의무와 열정 사이에서 고뇌하는 모든 이들에게 던지는 삶의 본질을 꿰뚫는 질문! 매력적이고 성공한 젊은 변호사 뉴랜드 아처는 자신이 사는 뉴욕 상류사회의 규칙과 기준에 따라 행동한다. 그는 예쁘고 자신만큼 관습적인 메이 웰랜드와 약혼한 사이이고, 이 엄격한 엘리트 세계에서 그녀와의 결혼은 그의 평탄한 앞날과 지위를 보장할 터였다. 그렇지만 메이의 사촌인 이국적이고 매력적인 올렌스카 백작 부인이 유럽에서 돌아오면서 삶은 온통 혼란에 빠진다. 관습보다 개인의 자유, 사회에서 요구하는 의무보다 자신의 열정에 더 충실했던 올렌스카 백작 부인의 등장은 관습에 얽매여 그간 억눌러 온 뉴랜드의 감정과 욕망을 일깨우며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줄 아는 여자였던 올렌스카와의 만남으로 뉴랜드는 결혼을 약속한 메이가 상상하지 못하게 정신을 밀봉하고 경험하지 못하게 마음을 밀폐하는 강요된 순수의 결정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진정 원하는 것은 포기해야만 했던 관습의 굴레에 묶여 ‘삶의 꽃’을 놓친 채 구세대의 전통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워튼은 변화를 거부한 채 그들만의 문화에 집착하는 상류사회와 그 사회에 염증을 느끼고 괴로워하면서도 결국 ‘구시대의 모래성’을 무너뜨리지 못한 채 관습적인 삶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뉴랜드의 선택을 섬세하고 우아한 문체로 생생하게 그려낸다. 『순수의 시대』는 작가를 거장의 반열에 서게 한 대표작이자 문학의 표본으로까지 일컬어지는 작품이다. 그 이유는 이 소설이 구시대의 위선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의 전통과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융합하려 했다는 데 있다. 즉, 진정 원하는 것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구시대의 상징 뉴랜드뿐 아니라, 운명을 동등한 존재로 보는 자신감 넘치는 그의 아들을 새로운 시대의 상징으로 묘사함으로써 관습과 자유, 이성과 감정, 의무와 열정의 융합을 꿈꾸었다는 데 있다. 다가올 시대를 향한 희망과 함께! 이런 점에서 『순수의 시대』는 관습과 자유, 의무와 열정 사이에서 고뇌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삶의 본질을 꿰뚫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그리고 이 질문은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위험한 시대에 글을 썼던 여성들 앤의서재 여성작가 클래식! ‘앤의서재 여성작가 클래식’은 고전 작품 중 여성이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옮기는 행위만으로도 ‘용감하다’, ‘무모하다’ 평가받았던 시대에 펜을 들어, 수많은 독자들에게 영감을 준 여성 문학가의 책들만을 엄선해 소개합니다. 그저 욕망에 충실하고 자유로운 삶을 꿈꾸던 평범한 사람 중 하나였을 그들의 글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용기가 필요한 독자들, 꿈꾸는 삶을 향해 오늘도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 독자들에게 시대를 초월하여 큰 울림을 줄 것입니다. |
『순수의 시대』는 1870년대 초 뉴욕을 배경으로 이른바 구세대 상류층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허위와 모순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그들은 시대의 변화와 진보를 눈앞에 두고도 이를 체득하지 못했고, 계급주의와 관습을 극복하지 못해 우스꽝스러운 겉치레에 힘을 쏟았다. 소설의 주인공 뉴랜드 아처는 자신이 속한 사회에 염증을 느끼면서도 벗어날 방법을 찾지 못한다. 그런 그의 앞에 한 여자가 나타난다. 엘런이 ‘제대로 말할 줄 아는 여자’였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그녀는 모두가 숨기는 말, 입만 벙긋거리고 마는 말, 두려움에 차마 하지 못하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그 말들이 뉴랜드의 견고했던 세계를 무너뜨린다. 엘런은 뉴욕을 벗어나 더 넓은 세계까지 가보았고, 그보다 많은 것을 경험한 여자였다. 뉴랜드는 그녀로 인해 딱딱한 일상 너머 있는 삶의 본질에 대해 깨닫는다. 가장 뜨겁고 강렬한 앎, 사랑의 방식으로. - 정한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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