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추천의 글 _소설가 강화길
서문 1부 2부 3부 작가 연보 |
Mary Shelley
메리 셸리의 다른 상품
김나연의 다른 상품
친구, 열의와 함께 경외와 희망으로 빛나는 그대의 눈빛을 보니 내가 깨우친 비밀을 털어놓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는 모양이나, 그건 절대 안 될 말이다.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면 내가 왜 이 비밀을 함구하는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으리라. 그때의 나처럼 몸을 사리지 않고 열의에 들뜬 그대가 파멸과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으니, 나의 일화를 통해 깨달음을 얻었으면 한다. 배우고 싶지는 않아도 깨달을 수는 있을 것이다. 지식을 얻는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좁은 세상이 전부인 줄로만 알고 지낸 사람이 본성을 넘어서 한계를 뛰어넘고 위대해지고자 하는 욕망을 품은 자보다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도.
--- p.72~73 첫 성공으로 인한 흥분이 나를 감싸고 그 가운데 태풍처럼 몰아치던 다채로운 감정들을 그 누가 상상할 수 있을까. 삶과 죽음의 경계가 돌파해나가야 할 가장 이상적인 경계였다. 그리하여 어두운 세상에 폭포수처럼 빛이 흘러내리리라. 새로운 종이 생겨나고 존재의 창조주이자 근원이 될 나를 모두가 찬양하리라. 헤아릴 수 없는 행복과 본성이 내 손에서 탄생하리라. 나만큼 후대의 감사를 받아 마땅할 아버지가 이 세상에 다시는 없으리라.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겠다고 다짐하니, 지금 당장은 불가능해도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죽음으로 부패한 육신에도 새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피어올랐다. --- p.74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버렸다. 천둥은 그쳤지만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고, 사방은 한 치도 내다 볼 수 없는 어둠뿐이었다. 지금껏 잊어보려 발버둥 쳤던 일이 다시 머릿속을 사로잡았다. 창조를 향했던 모든 순간, 내 손으로 빚은 생명체가 침대 맡에 서 있었고, 그리고 그대로 사라졌었다. 처음 생명을 얻은 밤 이후로 이 년이 지난 지금까지, 과연 이게 첫 번째 살인이었을까? 아! 결국 나는 살육과 고통에서 기쁨을 찾는 저주받은 괴물을 이 세상에 풀어버렸구나! 과연 놈이 내 동생을 죽이지 않았던가! --- p.114 아, 프랑켄슈타인. 모든 이를 공평하게 대한다면서 오직 나에게만 차갑게 굴지 말란 말이다. 나야말로 그대의 정의와 사랑, 관용을 모두 받아 마땅한 존재이다. 기억하라. 내가 그대의 피조물이다. 나는 그대의 아담인데 어찌 타락한 천사가 되어 잘못한 것도 없이 기쁨을 빼앗기고 그대에게서 쫓겨나야 한단 말이냐. 주위를 둘러보면 모든 것이 축복받은 것들뿐인데 어째서 나만 이렇게 홀로 배척을 당한단 말이냐. 나도 한때는 자애롭고 선했다. 비참함이 이렇게 악하게 만들었다. 나를 다시 행복하게 만들거라. 그럼 다시 미덕을 갖춘 존재가 될 것이다. --- p.153~154 그럼 이 땅은 인간에게 위험하고 공포로 가득한 세상이 될 수도 있다. 과연 내가, 내 자신을 위해, 영원히 이어질 후세에 이런 저주를 내릴 자격이 있는 것일까? 전에는 내가 창조한 존재의 궤변에 흔들릴 때도 있었다. 그 악마의 협박에 분별력을 잃었다. 이제 내가 한 약속의 사악한 결과가 밀어닥치고 있다. 후대가 나를 역병과 같은 존재로 저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손발이 떨렸다. 혼자만의 평안을 얻는 대가로 전 인류의 존폐를 주저 않고 팔아버린 이기적인 인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 p.258 |
괴물을 보는 독자의 관점과 해석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최고의 고전
시간이 지나도 끊임없이 재발견될 『프랑켄슈타인』의 진면목!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인류를 구할 수 있다는 ‘오만한’ 열망에 사로잡혀 연구와 실험을 거듭하고 끝내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인물 ‘프랑켄슈타인’과 그가 창조해낸 ‘괴물’에 관한 이야기를 치밀한 구성과 심리 묘사로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열아홉 살의 천재작가 메리 셸리는 공포소설과 SF의 장르적 특징을 살려 읽는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 신의 뜻을 거스른 인간과 평범한 인간이 되고 싶었지만 꿈을 이루지 못한 괴물 간의 대립과 파멸의 과정을 통해 과학기술의 명암과 윤리의식 문제, 인간의 본성과 내적 성장, 고독, 그리고 인간다움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들을 시대를 앞서 과감하게 던지고 있다. 이 책의 비범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괴물을 바라보는 독자의 관점과 해석, 그리고 시대에 따라 매번 전혀 다르게 읽히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프랑켄슈타인』의 초판은 글쓰기가 당시 남성의 고유 영역이었던 관습 탓에 익명으로 출간되었는데, 우리는 이름을 잃은 여성작가가 만든 캐릭터인 이름 없는 괴물에게 오랜 세월 인간의 기본 권리와 기회를 박탈당하고 자신의 이름으로마저 살 수 없었던 여성들의 모습을 투영할 수 있기에 페미니즘의 관점에서도 읽을 수 있다. 또한 사회적 기준을 정해두고 나와 조금이라도 다르면 배척하는 몰인간화, 탈인간화의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하면 우리 사회에 두려움과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렇듯 읽을 때마다, 읽는 사람마다,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다양한 분석과 토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 책은 미래 세대에게도 끊임없이 재발견될 최고의 고전이다.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위험한 시대에 글을 썼던 여성들 앤의서재 여성작가 클래식! ‘앤의서재 여성작가 클래식’은 고전 작품 중 여성이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옮기는 행위만으로도 ‘용감하다’, ‘무모하다’ 평가받았던 시대에 펜을 들어, 수많은 독자들에게 영감을 준 여성 문학가의 책들만을 엄선해 소개합니다. 그저 욕망에 충실하고 자유로운 삶을 꿈꾸던 평범한 사람 중 하나였을 그들의 글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용기가 필요한 독자들, 꿈꾸는 삶을 향해 오늘도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 독자들에게 시대를 초월하여 큰 울림을 줄 것입니다. |
나는 이 책을 잊은 적이 없다. 그럴 수 없는 이야기였다. 처음에는 오로지 눈동자만 기억했다. 누군가를 위협하고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시선. 이 소설은 바로 그 눈빛을 가진 존재에 대한 이야기다. 메리 셸리. 바로 그녀가 프랑켄슈타인을 만들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 그러나 사랑받고 싶은 마음. 거절당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 비록 그 결말이 비극일지라도 계속 걸어가는 인간의 마음. 그게 삶이라는 것을 알았던 여성. 그녀가 아니었다면 나는 나를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 강화길 (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