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을 잘못 이해하는 것은 창의성 발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심각한 것은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 많다’는 점이다.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한 ‘창의성 신화’가 창의성을 단순히 신비로운 현상으로만 보게 한다.
--- p.74
창의성 개념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시기를 거쳤다고 할 수 있다. 첫째는 고대부터 르네상스까지의 형이상학적 시기로, 신의 영감을 받은 일부 천재들이 무에서 무엇인가를 창조하는 것으로 믿던 시대이다. 둘째는 르네상스부터 20세기 중반까지의 귀족적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일부 카리스마 있는 천재들이 무엇인가로부터 창조를 하는 것으로 생각하던 시대이다. 셋째는 20세기 중반부터 지금까지의 민주적 시기로, 누구나 어떤 것에서든지 무엇인가를 창조할 수 있다고 믿는 시대이다.
--- p.79
창의성은 사회적인 구성이며,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는 개인, 새로움을 수용할지 거부할지 결정하는 일군의 문지기들, 그리고 해당 분야의 규범, 방식, 관점 등의 문화적 복합체인 영역이라는 세 가지 서로 다른 원천들의 합류에 의해 구성되는 체계이다.
--- p.154
길포드의 영향으로 창의적 사고는 자극이나 문제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은 반응이나 다양한 해결안을 생각해내는 능력인 확산적 사고로 정의되었다. 물론 창의적 과정에는 확산적 사고와 수렴적 사고가 모두 필요하다. 수렴적 사고는 특정 문제에 대한 정확한 답이나 최상의 해결안을 찾는 능력이다.
--- p.183
노년기의 창의성 감퇴를 보여주는 연구들은 앞서 보았듯이 대개 TTCT와 같은 표준화된 확산적 사고 검사를 사용하는 심리측정 접근에 근거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창의적 사고가 쇠퇴하는 것은 ‘확산적 사고’ 기술과 같은 ‘일반적인’ 맥락에서 나타날 수 있지만, 일상적 문제해결 기술과 같은 보다 ‘구체적인’ 맥락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일반적인 확산적 사고 검사로 측정된 창의성에서의 쇠퇴는 단순히 쇠퇴라기보다는 창의적 과정에서 구체적인 영역으로의 질적인 변화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 p.309~310
신경과학 연구에서 ‘유레카’의 순간에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본 결과, 관자놀이 부근 전상측두회가 반복적으로 활성화되었는데, 이 부위는 ‘유레카 영역’으로 불린다. 이곳은 명확한 목표 없이 산책하거나 버스 창밖을 내다보는 것과 같이 자유롭게 ‘멍 때릴 때’ 활동하는 뇌 영역이다. 그런 면에서 멍 때리기는 부화기와 유사한 측면이 있고, 이 시기에 상대적으로 제약이 없는 즉흥적인 사고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 p.325
무에 대한 우리의 무지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부재의 경우’와 ‘인식하지 못할 뿐 실제 존재하는 경우’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뿐만 아니라 ‘무슨 일이 안 일어났는가’에 대해서도 늘 주의를 기울인다면 문제발견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 p.369~370
세 번째 약점이 가장 주목할 만한데, 정상적인 인물은 전기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의 삶에는 그리 극적인 내용이 없기에 주목을 받지 못한다. 반면, 별나거나 이상하거나 정신질환이 있는 창의적 인물은 흥미로운 소재가 되기에 더 많은 전기나 기록이 남게 된다. 따라서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영위한 인물보다 상대적으로 불안정하고 병리적인 삶을 산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 더 많이 남게 되고, 그로 인해 창의성이 정신병리와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더 강화되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 p.413
이 연구에서 주목할 것은 창의성의 영역에 따라 두드러진 동기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시각 예술, 문학, 음악 영역에서는 ‘표현’과 ‘대처’ 동기가 높게 나타나지만, 공예와 요리 영역에서는 ‘친사회적’ 및 ‘인정’ 동기가 높게 나타났다.
--- p.501
사람들은 과제에 도움이 되는 기분 상태에 있게 해줄 음악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창의적 과제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즐거운 음악을 선택하고, 분석적 과제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슬픈 음악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 p.586
음악 관련 훈련이 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교해보면, 반구 전문화가 독특하게 나타나는데,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은 음악을 듣고 인식할 때 우반구를 사용하지만, 훈련된 사람은 두 반구 모두를 동등하게 사용한다. 일반인들의 경우 타이밍과 리듬 감지는 좌반구에서, 음고와 음색 인식은 우반구에서 이루어지지만, 전문 음악인들은 패턴이 바뀌어 좌반구의 역할이 더 커졌다.
--- p.612
네메스는 다수와 소수의 영향력 과정이 주의나 문제해결에 미치는 효과로서, 다수는 당시의 지배적인 입장에만 주로 집중하도록 유도하지만, 소수는 소수의 영향력이 없었다면 고려되지 않았을 다른 대안들을 고려하고 주목하도록 유도한다고 하였다.
--- p.664
한국은 1980년대 후반부터 조기 해외 유학 붐이 일기 시작하였고, 유학 국가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서구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였다. 또한, 1989년에 전면적인 해외여행 자유화가 이루어졌다. 사이먼턴의 연구에 근거할 때, 1980년대 한국 사회의 문화적 다양성 증가가 오늘날 ‘한류의 세계화’와 같은 창의적 성취의 밑거름이 된 것일 수도 있겠다.
--- p.737
흥미로운 결과 중의 하나로 각 나라에서 창의적인 인물로 언급된 인물들을 직업군으로 분류하였을 때, 나라별로 직업군이 상당히 달랐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나타난 직업군은 ‘과학자’였지만, 중국에서는 ‘정치인’, 일본에서는 미국과 유사하게 ‘예술가’였다.
--- p.773~774
아이디어의 창의성은 주관적 판단이고 실시간으로 평가하기 어렵지만, 아이디어의 생산성은 쉽게 드러나는 수행 지표이다. 아이디어 생산의 어려움은 뚜렷하게 경험이 되므로 이런 생산성 저하를 창의성의 저하로 잘못 해석하게 된다. 그러나 여러 경험적 연구에서 아이디어의 창의성은 결코 생산성과 같이 점차 감소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 p.830
창의성은 예술가나 소수 천재에게만 나타나거나 요구되는 것이라는 신화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그러나 창의성은 예술가, 음악가, 기업가, 엔지니어, 과학자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잘못된 믿음이다. 테러리스트나 범죄자에게도 창의성이 필요한 것처럼, 인간 세계에서 선한 창의성뿐만 아니라 악한 창의성도 발휘될 수 있다. 창의성은 좋은 목적을 위해서도, 나쁜 목적을 위해서도 사용될 수 있는 역량이자 도구인 것이다.
--- p.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