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앞머리에서 나는 "미래를 예언하는 사람은 그가 진실을 말할지라도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는 오래된 아랍 속담을 인용한바 있다. 나는 여기서 우리 모두가 합의해야 할 기본적인 요점을 강조하기 위해 다시 이 말을 인용한다. 우리가 무엇을 하든지 미래를 예언할 수는 없다. 그것은 언제나 무지의 베일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이것은 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눈앞이 캄캄한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기업들은 앞으로 일어날 상황들을 예측하며 지금 당장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텔레비전을 만드는 회사는 지금으로부터 3~5년 후에 디지털 텔레비전을 얼마나 생산해야 할지 알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고대 아랍인들이 씁쓸하게 일깨워주는 것처럼, 앞으로 수요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지금으로서는 알 도리가 없다. 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가 얼마나 호황을 지속할 것인가'와 같이 간단하고도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서도 대답할 수 없다.

결국 우리는 오늘 어떤 식으로 투자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올바른' 결정을 할 수가 없다. 이렇게 오늘의 결정이 논리적으로 그리고 필연적으로 그릇된 것일 수밖에 없다면, 왜 굳이 바른 답을 얻어내기 위해 애쓰는 것인가? 당신은 도대체 무엇하러 귀찮게 그런 것을 하려고 하느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이 당혹스러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미래라는 것은 그저 닥쳐오기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얼마간은 우리 스스로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다. "미래는 만드는 사람의 몫이다"라는 옛 속담이 있다. 우리가 지금 하는 모든 결정은 미래의 모습에 얼마간 영향을 미치며, 그 자체가 그것이 올바른 결정이 되도록 이끌어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 경제 여러 분야의 구조를 왜곡시킨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경제성장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난공불락의 성채로 여겨지던 재벌들이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전망의 부재와 국민경제의 발목을 잡는 부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힘없이 무너지고 있다. 일단 안정적인 상태에 올라서면 소비자와 경쟁자들에 대해 언제까지고 우월한 지위를 누릴 수 있던 시대는 지났다. <br/><br/>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변화가 일어나 경제와 경영의 바탕을 뒤흔들고 기업들을 낯설고도 위험한 상황으로 내몬다. 그리고 그 변화에는 어지러울 정도로 가속도가 붙고 있다.『데스티네이션 Z-기업환경 시뮬레이션』은 이렇게 미래를 설득력 있게 전망하는 일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경영요소일 뿐 아니라, 경영의 현재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일이 된 이 시점에 맞춰 우리에게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한다.<br/><br/>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너무도 생생해서 마치 과거의 일인 양 느껴지는 다섯 가지 시나리오의 내용이다. 저자는 일본식 계열형 경영이나 대기업형 경영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비판이 주조를 이루는 아카데미 블록과는 판이한 견해를 보인다. 그런 경영이 주류를 이룰 수박에 없는 기업환경이라면 그런 환경에서 최상의 결과를 내는 기업은 있기 마련이고 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그리는 미래 비즈니스의 모습은 우리를 압도하고 불안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아울러 그는 미래에 우리에게 다가올 도전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을 제공한다. 볼독의 시나리오는 두 가지 면에서 다른 경영 지침서를 뛰어넘는다. <br/><br/>먼저 기업환경의 변화를 주도하는 요소를 설명하는 그의 관점은 기술혁신과 소비자 행태 그리고 사회심리적인 변화까지 포괄하는 설득력 있는 거시분석과 각 시나리오의 모범사례에 포함된 인과관계를 섬세하게 추적하는 생생한 미시분석을 동시에 제공한다. 또 저자는 미래 기업환경의 전개 가능성을 다섯 가지 구체적인 시나리오로 제시하는 가운데 기업이 창조해 나가는 미래와 대처해야 하는 미래의 모습을 동시에 제시함으로써, 기업환경 변화에 대한 시나리오가 수동적인 예측인 동시에 적극적인 선택의 가능성임을 보여준다.<br/><br/>장기적이고 설득력 있는 전망과 대안 없이는 이제 어느 것도 기업의 생존을 보장하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에, 신선하고 유려한 문장과 앨빈 토플러를 연상케 하는 통찰력을 갖춘 이 시나리오는 경영의 원론과 실천 양쪽에, 그리고 경영자와 직장인 모두에게 반가운 충격으로 다가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