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가기를 무서워하는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
---고현진(nica924@yes24.com)
병원을 무서워하는 아이들의 불안한 마음을 잘 그린 그림책으로, 볼로냐 라가치 상과 독일 룩스 상을 받았습니다. 양쪽 날개가 없는 펭귄 인형, 눈과 팔을 다친 곰 인형, 밴드를 붙인 개구리 인형, 코가 부러진 피노키오 인형이 어두컴컴한 방안의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닫혀진 문틈으로만 가느다랗고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지요. 인형들의 초조함, 두려움, 그리고 놀라움의 감정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문이 열리고, 하나가 나왔어, 하나가 들어가고'라는 말이 반복되면서 인형들은 문 안으로 들어갑니다. 어, 그런데 모두들 치료를 받고 나와 기뻐하네요. 그곳엔 누가 있을까요?. 마지막 다섯 번째로 피노키오 인형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문 뒤에 숨어 있던 비밀이 드러납니다. 독자는 환하게 웃고 있는 의사 선생님의 얼굴과 마주하게 되지요.
절제된 언어로 표현되는 에른스트 얀들의 시와 노르만 융에의 다채로운 그림이 썩 조화롭습니다. 빛과 그림자의 변화, 가지각색인 인형들의 표정, 아픔이 그대로 느껴지는 모습의 인형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피노키오 인형의 차례가 되었을 때 모습을 드러내는 의사 선생님 등과 같은 그림들은 에른스트 얀들의 시를 더욱 돋보이게 한답니다.
이 책은 병원에 가기 싫어하거나 의사 선생님을 무서워하는 어린 아이들에게 읽어 주기에 적당한 책입니다. 반복적인 말놀이가 쉽고도 재미있어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도 좋답니다. 계속해서 들어가고 나오는 환자 인형들을 보면서 어린 아이들은 피노키오 인형의 심정이 되어 자기 차례를 기다리게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