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신기한 달리의 이중 그림은 단순한 눈 속임수 그림이 아닙니다. 초현실주의를 널리 알리려는 의도에서 그렸어요. 초현실주의란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생각과 감정들을 해방시키려는 의도를 지닌 미술운동입니다.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은 사람의 진짜 모습은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무의식에 감춰져있다고 믿었습니다. 이 무의식을 자유롭게 풀어주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다고 보았지요.
그러나 어떻게 무의식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까요?
달리는 꿈에서 해답을 찾았어요. 꿈은 사람들의 욕망과 감정을 보관한 비밀창고이며, 굳게 닫힌 창고 문은 오직 꿈속에서만 열린다고 보았답니다. 이제 달리를 천재로 부른 까닭을 알겠지요?
그 어떤 화가도 꿈을 그릴 생각조차 못했는데 달리는 천재답게 꿈을 묘사했어요. 그 뿐인가요? 꿈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정신병을 연구한 끝에 독특한 기법까지 개발했어요. 달리의 이중그림으로 인해 사람들은 무의식을 알게 되었으며, 꿈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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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의 물건들을 보세요. 머리빗과 유리잔, 화장용 붓을 침대나 장롱보다 크게 묘사했어요. 커다란 가구는 작게, 작은 화장용품은 오히려 크게 그렸습니다.
마그리트가 사물의 크기를 정반대로 표현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바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랍니다.
사물의 크기를 정 반대로 바꾸면 사람들은 저절로 의문이 생겨 그 대상을 주목하게 돼요. 왜 머리빗을 침대보다 작게 그렸을까? 궁금해지면서 마침내 그 의문을 풀고 싶은 충동이 들어요.
만일 머리빗을 작게, 침대를 크게 그렸다고 가정해보세요.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니까 빗과 침대에 관심을 기울일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그러나 큰 것은 작게, 작은 것은 크게 표현했기 때문에 이상하다 싶어 눈이 번쩍 뜨이지요? 다시 말해 마그리트는 사람들의 잠든 의식을 깨우기 위해 영혼에 순간점화를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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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유럽인들은 세계대전을 연달아 겪으면서 인간의 이성과 과학문명에 깊은 회의를 갖게 되었어요. 툭하면 전쟁을 일삼는 사람들이 사는 유럽은 더 이상 희망이 없는 땅이라는 비관적인 생각에 빠져들었어요.
전쟁의 참상을 체험했던 에른스트 역시 인간성을 상실한 채 살인기계로 돌변한 유럽인들에게 강한 분노를 느꼈어요. 에른스트는 전쟁의 공포를 보여주면서 생명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그림에 착수했어요. 바로 데칼코마니 기법을 사용해 유럽을 더 이상 인간이 살 수 없는 삭막한 땅으로 묘사했습니다. 그림 속 유럽은 지구가 아닌 먼 우주의 별나라와 같으며, 이상한 풍경과 생명체들 역시 우주적인 환상으로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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