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말하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하지만 수업 시간에는 한자리에 앉아 쉴 틈 없이 들려오는 말을 듣기만 할 때가 많습니다.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학원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고요. 그렇다보니 자신이 배운 부분에 대해 스스로 꺼내 볼 기회가 적고, 막상 배우는 시간에 생겨난 질문을 꺼내는 것도 약점을 드러낸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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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터널』2)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야만 하는 토끼에게 어떤 일이 생겼는지 자세하게 들여다보기도 하고, 친구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 아이들은 새로운 마음을 느끼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일이에요. 또 미처 보지 못하고 놓쳤던 장면에서 새로운 의미가 느껴지기 시작하고요. 그래서 아이들은 그림책 장면을 더 자세히 보려고 애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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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을 키우는 키워드 중심 생각대화. ‘키워드 중심 생각대화’는 말 그대로 그림책을 읽고 어떤 주제나 키워드를 중심으로 자기 생각을 꺼내는 방식입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경쟁하는 시간이 아니라, 자신이 중요하게 느낀 키워드를 자유롭게 고르면서 서로 다른 시선으로 그림책을 바라봅니다. 다른 사람의 평가를 기다려야 하는 일이 아니라서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탐구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도 하지요. 그렇게 아이들은 편안하게 꺼내는 키워드를 서로 환영하면서 자신감도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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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이켜보는 성찰 중심 생각대화. 일상에서 아이들은 자신을 돌아보는 대화를 얼마나 하고 있을까요? ‘성찰 중심 생각대화’에서는 그런 대화를 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그림책을 읽고 자신을 돌이켜보는데, 그림책 장면과 연결해서 나는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떠올려 보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그림책 속 장면과 나를 계속 견주면서 나를 낯설게 바라보는 것이죠. 이렇게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대화를 나누면서 따뜻한 느낌이 감돌아요. 대화에 참여한 나도, 다른 사람들도 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면서 자신을 더 깊게 이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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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수업 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그림책 수업은 그림을 보여주며 글만 읽어주어서인지 아이들이 편안한 미소를 짓기만 했다면, 생각대화를 하면서부터는 고민하는 아이들이 보였거든요. 그 이유는 바로 지금까지 제대로 다루어보지 못했던 자기 생각을 꺼내야 하는 순간순간인 까닭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아이들은 그림책 장면에서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살펴야 했고, 그 생각을 제대로 꺼내서 전달해야 했어요. 당연히 아이들이 꺼낸 생각이 모이면서 대화는 풍성해졌어요. 아이들 표정은 고민과 편안함을 반복해 나갔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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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특해 생각대화에서는 그림책 『마음여행』이 주제도서입니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주인공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잃어버리고 나서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했을 때, 스스로 마음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낀 부분을 아이들도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였어요. 이 그림책의 주인공처럼 우리 아이들도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래서 슬픔, 화, 짜증 속에 갇혀 지내기도 쉽고요. 그런데 주인공 아이가 그 상황 속에 그대로 있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찾아 나서는 과정을 통해 지금 당장 자신에게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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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도 자신의 대답을 쓰면서도 계속 질문이 생겨나요. 그 질문은 주인공 아이에게 했던 질문이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질문이기도 하죠. 이렇게 질문하는 시간을 보내고 난 뒤에는 아이들 얼굴에 밝은 미소가 떠오릅니다. 바로 내 마음에 집중하면서 그것을 이해하고 인정했을 때 볼 수 있는 표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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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책에서 나온 등장인물과 인물의 마음, 있었던 일, 중요한 장소 등을 말하는 것도 어려워했어요. 사정이 이러하니, 그림책 장면을 연결해서 아이들 각자의 생각을 나누도록 하는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죠. 그로 인해 한 권의 그림책이 아이들에게 대충 몇 장면만 기억하고 스치는 대상이 되는 듯했어요. 이렇게 안타까운 마음이 발단이 되어 ‘수레바퀴 생각대화 질문’이 탄생했습니다.
--- p.31
키워드 칸칸 생각대화 주제도서는 그림책 『불 뿜는 용』입니다. 그림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아요. 주인공 ‘버럭이’는 불같은 화를 냅니다. 어느 날 갑자기 화가 생긴 바람에 버럭이는 불편한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잘 몰랐어요. 그리고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타난 화는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상처를 주고 말았죠. 이 장면을 바탕으로 저는 아이들이 버럭이처럼 감정을 쏟아내기 급급했을 때를 떠올려 보도록 합니다. 화를 꺼내기만 했을 때 상황이 좋아졌는지 생각해 보게도 하고요. 그러면 예상대로 아이들은 버럭이와 같이 화가 점점 커지는 불씨처럼 덩치만 커졌을 뿐, 멈추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꺼내 놓습니다. 또 화를 쏟아내는 친구 곁에 있고 싶지 않다고도 하고요.
--- p.47
첫 번째 질문은 “그림책을 읽고 난 뒤 떠오르는 키워드는 무엇인가요?”로, 편안한 마음으로 가운데 칸에 키워드를 쓰도록 합니다. 이때는 친구들을 잘 지켜보면서 중복되지 않도록 씁니다. 떠오르는 키워드가 많은 친구는 마음껏 자기 생각을 써도 되지만, 신중하게 키워드를 작성하는 친구들을 배려합니다. 이 활동의 장점은 키워드 선택이 어려운 친구들은 빠른 속도로 키워드를 꺼내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이를 통해 함께 참여하는 친구들이 활동지를 쓰는 것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수 있습니다. 당연히 친구들과 겹치지 않도록 신경 쓰면서 서로의 이야기에 더 귀 기울이게 됩니다.
--- p.49
질문 중심 생각대화 역시 4개의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 4가지 생각대화는 다양한 방법으로 질문을 만들면서 대화를 나누도록 돕는데, 가장 큰 장점은 참여하는 그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 덕분에 질문 중심 생각대화는 뿌듯함이 충만한 수업을 이어 나가도록 합니다. 전체 구성은 단어와 감정을 연결해 자기 질문을 만드는 ‘단감 Q 생각대화’, 2개의 키워드에서 질문을 정하는 ‘안경 Q 생각대화’, 여러 가지 키워드를 살펴보면서 질문을 끄집어내는 ‘벌집 Q 생각대화’, ‘왜, 만약, 어떻게 하면’의 물음을 활용하여 질문을 완성하는 ‘왜만어 생각대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p.63
‘어떤 생각이 있는지 한번 살펴볼까?’ 이는 제가 그림책 생각대화를 나누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중 하나입니다. 생각대화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처음부터 완전하게 말하려고 애쓰거든요. 하지만 완벽한 모습만을 추구한다면 대화는 계속해서 이어지지 않게 됩니다. 반대로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을 대하면 지치지 않고 완주합니다. 대화에 책임감도 생겨나고요. 한마디로,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나타내기 위해 연습을 하는 마음으로 참여한다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듣게 되고 그 마음들을 소중히 여기게 되지요.
--- p.170
편안한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아이들은 어떤 힘이 길러질까요? 첫눈에 들어오는 장면을 자세히 살펴보는 힘, 같은 장면을 보아도 다른 방향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듣는 힘, 자기 생각이나 느낌을 친절하게 설명하면서 말하는 힘, 대화를 마치고, 자기 생각을 근사하게 정리하면서 쓰는 힘, 대화를 나누는 것이 이렇게 신나는 일인지 느끼면서 계속해서 누군가와 함께하는 힘,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공감하는 힘, 들려주는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하고, 신나서 대화 자리를 지키며 머무는 힘, 선물같이 거대한 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요. 막막하고 부담스러웠던 일을 차분하게 생각해요. 예전처럼 머뭇거리지 않아요. 함께 대화 나누며 보낸 시간이 선물 같은 힘으로 일상을 든든하게 살아가게 해줄 테니까요.
--- p.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