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하면서 쌉싸름한
인생의 진리와 통찰의 결정체
시인은 마음의 창문을 통해 보이는 현상을 지각하고 통찰력을 얻어 새로운 언어로 조각하며 시를 세상과 나눕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시인은 자연을 통해 관찰한 우주의 섭리와 세계와의 조화를 영혼의 깊은 곳에 투영합니다. 마치 도예가가 예술적 사유로 아름다운 작품을 만드는 것과 같이, 시인은 언어를 통해 정교한 시를 창조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구절에서 언급된 대로, 시인 리쿠이셴의 작품은 자연 현상에서 관찰한 경험을 기반으로 인간의 내면을 사유합니다.
칸트가 『순수이성비판』을 쓰면서 고민한 ‘인간이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는 본질적인 인지 능력’인 감성과 깨달음에 대한 그의 통찰력이 드러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리쿠이셴 시인의 아름다운 시는 본성적인 이성과 습득한 경험을 결합하여 창조되어 미학의 최고봉을 나타냅니다. 저는 리쿠이셴 시인의 작품을 깊이 감상하는 대한민국 독자로서 기쁨을 느낍니다. 그의 16번째 시집인 『台灣意象集(대만의 형상)』이 대만의 탁월한 문학 작품 중 하나로, 한국어, 영어로 번역되어 대한민국에서 출판되었다는 사실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리쿠이셴 시인의 한국어 번역 시집 추천글을 쓰게 되어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그는 대만어로 28권의 시집을 발간하였고 다른 언어로 발간된 시집까지 합하면 60권의 시집을 출판하였습니다. 그리고 세 번이나 노벨 문학상 후보로 지명되기도 한 명망 높은 시인입니다. 그의 시의 아름다움은 마음을 아름답게 가꾼 사람에게만 가능한 미학적 표현에 있습니다. 자연을 세심하게 관찰함으로써 그의 시는 고통과 깊은 사유를 통해 형성된 인간의 경험을 흡수하고 통합합니다. 리쿠이셴 시인의 작품을 읽을 때, 독자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삶의 달콤하고 쌉싸름한 맛에 공감하게 됩니다. 그의 시편은 깊은 통찰력을 제공하여 독자로 하여금 인간 세계에서 펼쳐지는 진리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합니다. 대만의 저명한 시인 리쿠이셴의 시를 읽을 기회를 얻게 되어 기쁩니다. 대한민국 독자들에게 리쿠이셴 시인의 작품을 깊이 감상해 보기를 권합니다. 리쿠이셴 시인의 작품이 대한민국의 독자들에게 소중하게 여겨지고 사랑받기를 바랍니다.
- 양금희 (梁琴姬, 시인, 국제펜 제주지역위원회 부회장)
자연과 합일되는 순간으로 인도하는
리쿠이셴 시인의 ‘비가’
대만을 대표하는 한 분인 위대한 리쿠이셴 시인의 시를 강병철 박사가 번역하여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서정성이 뛰어난 언어의 빛깔이 정제된 시의 무늬를 입고, 나비처럼 날아서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시는 새로운 관찰로 빛을 내는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언어의 성이다. 그 언어의 성은 예술의 최고의 경지에서 영혼을 울리는 성스럽고 아름다운 불꽃을 피운다. 모든 예술의 영역을 초월한 가장 성스러운 자리에 시가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평생 시를 쓰고 시를 사유하며 시인의 삶을 살아온 사람을 우리는 ‘시선’이라 부르는 것이다.
리쿠이셴 시인은 대만어로 28권의 시집을 출간하였고, 다양한 다른 언어로 번역된 시집을 합하면 60권이나 된다. 또한, 2002년, 2004년, 2006년 노벨문학상에 세 번이나 후보로 추천된 바 있다. 그러므로 리쿠이센 시인의 시를 접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선’을 직접 영접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번역된 그의 시가 한국, 일본, 캐나다, 뉴질랜드, 네덜란드, 유고슬라비아, 미국, 스페인, 브라질, 몽고, 러시아, 쿠바, 칠레, 폴란드, 니카라과, 방글라데시, 마케도니아, 세르비아, 코소보, 튀르키예, 포르투갈, 말레이시아, 이탈리아, 멕시코, 콜롬비아 등에 소개되었다.
세계적인 시인인 리쿠이셴 시인의 시는 심상의 울림을 넘어선 궁극의 경지를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오직 마음속으로만 울부짖는 / 노래가 하나 있네. /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노래야. / 고향 땅에서 일어난 고통을 /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까봐 두려워. / 마음속에 있는 노래는 / 오직 고향 사람들만을 위해 부르는 노래라네. / 그들은 외국 땅으로 추방되었고, / 아무도 듣지 못하지. / 이 노래는, / 다만 마음속에서만 신음할 뿐, / 감히 누구에게도 노래를 들려주지 못하지. / 고향 사람들의 슬픔을 /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
전체 시문에서 느껴지는 마음속의 절규는 오직 고향 사람들의 슬픔이 절제된 언어로 입술을 깨물게 한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고 아무도 들어줄 수 없는 노래는 영원히 가슴속에 묻어 두어야 할 비밀스러운 노래일 수밖에 없다. 그 쓸쓸하고 허전한 모천회귀의 감정을 노래하게 한다.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은 이 시가 주는 떨림이 어떤 심정인지 발가락 끝에서 오는 전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리쿠이센 시인은 「비가」에서 자신이 살아 있는 실존적 존재의 의미와 외로움을 담담한 필체로 수묵화를 일필휘지로 그려내듯이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사다리」에서는 “나는 귀뚜라미와 놀며 / 낮은 곳에 갇히는 것이 더 좋아. / 낙엽과 함께 먼지가 되어 / 바닥에 존재하며” 있다고 밝히고 있다.
「포도가 익어갈 때」 시를 음미하여 보자.
햇빛은 / 포도를 농부의 피부와 똑같은 / 보라빛 구리색으로 다듬고, / 큰 땀의 결정체인 / 유익한 결과를 얻었지. / 유혹적인 식욕은 / 달콤한 주스의 농도. / 이미 토양에 존재하던 짠맛은 / 소리 없이 흔적도 없이 / 증발했지.
리쿠이센 시인의 시는 초월적 힘을 시인의 가슴으로 빚어내고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를 던져 ‘자연과 합일이 되는 순간’의 기쁨을 선물하고 있다. 「비가」와 「포도가 익어갈 때」 두 작품을 연관하여 감상해보자. 토양에 존재하던 짠맛은 고향의 눈물이고 고향 사람들의 슬픔이고 우리 모두의 슬픔이다. 그러나 그것도 햇빛이 나자 소리도 없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유혹적인 식욕도 농부의 피땀도, 그리고 바닥에 존재하는 모든 욕망도, 그리하여 궁극적인 슬픔은 대지와 영혼이 하나가 될 때 우리를 구원해 줄 수 있는 것이다.
- 김남권 (시인, 한국시문학문인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