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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의 숨가쁜 동행

8년의 숨가쁜 동행

: 할배와 철부지 손주의 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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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3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355쪽 | 540g | 153*224*30mm
ISBN13 9791156340157
ISBN10 115634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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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한판암
수필가이며 테마수필 필진,「수필界」편집위원,「문예감성」수필부문 심사위원,「시와 늪」명예고문 등으로 문인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며 경남신문 객원 논설위원, 경남IT포럼 회장이기도 하다. 수필집으로 「우연」(해드림출판사 : 2009)「월영지의 숨결」(해드림출판사 : 2010) 「마음의 여울」(해드림출판사 : 2011) 「행복으로 초대」(해드림출판사 : 2012) 『절기와 습속 들춰보기』(해드림출판사 : 2013) 『8년의 숨가쁜 동행』 외 다수가 있으며, 칼럼집으로 『흔적과 여백』(해드림출판사 2011)이 있다. 현재, 경남대학교 공과대학 컴퓨터공학부 명예교수(경영학박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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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가 밥상을 차려 줘야 하는 며느리로 매도할 법도 하다.
우리 집 사정을 잘 모를 경우라면 그런 오해를 할 개연성이 다분하다. 결혼을 하고 몇 해 되었지만 부부는 외국에 나가 있다 방학에 잠깐 귀국했다가는 철새처럼 떠나간다. 그래서 우리 집 살림살이 사정을 모르기 때문에 시어머니가 계속하여 주관하는 쪽이 편하다는 계산
에 연유한 현상일 뿐이다.
태아의 두뇌 발달에 견과류가 좋다고 한다. 식탁 위에 놓여 있는 호두와 잣이 담겨있는 통들을 시도 때도 없이 들이밀었다. 나와 아내가 경쟁적으로 그렇게 한다. 아마도 거기에는 우리가 늙어서 기댈 가능성이 가장 큰 며느리에게 미리 환심을 사려는 불손한 마음이 깔려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그 견과류가 담긴 통들을 대령하면 체면치레로 겨우 몇 개 집어먹는 시늉을 하고 제자리에 가져다 놓기 일쑤다. 그런데 어찌하랴. 전혀 낌새를 차리지 못한 아내가 또다시 동일한 통들을 가져다가 며느리의 코앞에 들이미는 해프닝도 자주 발생한다. 이런 세례에는 숨겨진 또 다른 두 가지가 있으니 그를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지극 정성으로 권하는 견과류는 누구를 좋게 하려고 권하는가. 따지고 보면 산모를 위함이 아니고 태아에게 좋다고 하기 때문인 셈이다. 너무도 속이 뻔히 들여다보여 낯이 간지러운 일임에도 계속하는 우리 부부는 진정 누구인가. 한편, 그 견과류들의 출처에 대한 일화이다. 그것들은 사돈댁에서 보낸 것이다. 다시 말하면 며느리 친정에서 보내줬다._‘먹순이’


*빈틈없이 부자 상봉 준비를 했는데도 비행기가 도착할 무렵에는 공연히 쑥스럽다며 내숭을 떨기도 했다. 예상보다 십여 분 지연해 도착한 아비를 맞아 제법 그럴싸하게 상봉하며 기념사진을 촬영하면서도 딴에는 어색했던지 한사코 할머니 품으로 엉겨 붙으며 응석을 부리던 위인이었다.
집에 돌아와 자정을 넘은 시각에 모처럼 삼대(아들인 나를 비롯해서 손주인 나의 두 아들 그리고 증손인 유진이)가 선고(先考) 제사를 모셨다. 물론 제사를 모시던 순간을 비롯하여 그 다음날까지 아비가 익숙하지 않아 어색해했다. 공연히 고개를 외로 꼬고 묻는 말에 겨우
대답하며 내 품을 파고들던 손주가 며칠 사이에 태도나 행동이 돌변했다. 물론 아직도 아비가 익숙하지 않아 대화를 나눌 때는 꼬박꼬박 존댓말을 한다. 그에 비해서 조부모인 우리에게는 친구를 대하듯이 거침없이 반말을 해대는 모양새를 유추해 보면 심정적으로는 우리를
더 친숙하게 여긴다는 방증이다.
참으로 경천동지할 일이다. 그동안 한결같이 유치원에 등원시키거나 집에 데리고 오는 것을 전담하며 다양한 베풂을 거듭했던 우리 내외였다. 그런데 귀국해 며칠 되었다고 사사건건 아비와 함께 하겠다는 의견을 스스럼없이 곧이곧대로 내뱉는다.
유치원 오가는 길도 아비요, 저녁에 목욕도 아비를 지정하며, 놀이도 아비와 함께하겠단다. 잠자리도 함께하기를 원하지만 아비가 피로 누적으로 감기가 심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다. 태어나서 곧바로 우리와 함께했는데 낯설기 짝이 없는 아비에게 찰거머리처럼 들러붙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어쩌면 이런 생각은 부모와 자식이라는 천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맥(脈)도 모르고 침통(針筒)을 흔드는.’ 격이 아닐까.
한 핏줄이 이어진 혈연관계의 피붙이라고 해도 모든 관계가 동격(同格)이 아님을 실감한다. 최소한 여섯 해 동안 동고동락하며 최선을 다했던 조손이다. 아주 특별한 선린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아비가 나타나면서 일조일석에 표변하는 모습이 당황스럽다. 물론 직접적으로 핏줄이 이어진 부모자식 관계와 격대관계(隔代關係)인 조손을 같은 무게의 추로 재려는 미련함을 고집하지 않으련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서운한 감정의 일단을 숨기기 어렵고 묘한 기분을 다잡기 어렵다.
---‘핏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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