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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의 조카

비트겐슈타인의 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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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3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156쪽 | 230g | 140*210*20mm
ISBN13 9788998045425
ISBN10 8998045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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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이 수년 동안 그 자신의 광기에 휩싸인 채 죽음을 향해 내달렸듯이, 나 역시 수년 동안 나 자신의 광기에 휩싸인 채 어느 정도는 스스로 죽음을 향해 내달린 것이 맞다. 그러다 파울의 경우는 매번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것으로 죽음의 질주가 일단 중단되곤 했으며, 내 경우는 매번 폐병원에 와서야 한바탕 광기가 중단되곤 했다.” (30쪽)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비트겐슈타인이란 이름은 높은, 아니 최고의 수준을 보장했다. 미치광이로서 파울의 수준은 철학자로서 루트비히의 수준을 분명 따라잡았다. 우리가 철학을 철학이라 부르고 정신을 정신이라 부르며, 그런 어휘들이 지칭하는 것, 즉 도착된 역사 개념을 광기라고 부른다면, 그러면 한 명은 전적으로 철학과 정신의 역사에서 최고봉에 도달했고 다른 한 명은 전적으로 광기의 역사에서 최고봉에 도달한 것이다.” (40쪽)

“상식이란, 상이 주는 돈만 아니라면 이 세상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고역이다. …… 상이란 한 사람에게 똥물을 뿌리는 행위 이상은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상을 받는다는 것은 남들이 내 머리 위에 똥물을 뿌리도록 허용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하면 상금이 지불되니까. 나는 항상 상을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최대의 굴욕으로만 여겨 왔지 한 번도 칭송으로 받아들인 적은 없다. 상이란 누군가에게 똥물을 뿌리고 싶어 안달하는 인간들, 상을 넙죽 받는 누군가에게 실컷 똥물을 한 번 뿌려 보겠다고 작정한 무지렁이들이 수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94~95쪽)

“내 메모가 지금 말해 주듯이 지난 십이 년간 나는 그의 죽음의 과정을 추적해 온 것이다. 그러면서 그의 죽음을 이용했다. 그의 죽음을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이용해 먹었다. 사실 나는 그의 죽음을 십이 년 동안 지켜본 증인에 지나지 않으며, 십이 년 동안 죽어 가는 친구로부터 나 자신이 살아남기 위한 에너지를 빨아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138~139쪽)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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