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박상영 소설을 읽는 것이란 주먹을 쥐어보는 일이다. 사랑의 형태를 규율하고 강제하려는 사람들에게, 삶의 정상 상태라는 기만에 취한 이들에게 그건 아니라고 강하게 모션을 취하는 것이며 동시에 그렇게 해서 감각된 손가락 하나하나의 힘, 내 스스로의 체온과 악력에 기대 기꺼이 ‘아닌’ 세상과 결별하는 것이다. 왜냐면 그런 룰이란 우리의 것이 아니니까. 우리의 룰은 그런 위선의 세계가 아니라 한없이 망가져버린 듯한 슬픔에 빠져 있는 어느 새벽, 택시를 잡아타고 형의 집으로 달려 마침내 들을 수 있는 “왔어요?” 하는 인사말 속에, ‘못생기고 귀엽고 가여운’ 연인의 성공을 빌며 공항을 빠져나오는 평일 오전의 안녕 속에 있다. 우리는 그 주먹의 감각으로 대도시를 주행하다가 어딘가에서 마주칠 것이다. 한눈에 반하고 포옹하고 서로의 내면으로 흘러들어가다가 더러는 이별하고 말겠지만 그렇게 주먹을 풀고 발견하게 될 순간의 고독조차 때론 우주적 차원에서 우리를 감싸안아주지 않을까, 박상영의 소설이 있다면. 그래서 우리는 아프고 취하고 울고 있어도 괜찮은 것이다, 사랑의 생존을 한번 더 믿을 수 있는 것이다.
- 김금희 (소설가)
이 이야기들은 세상에서 가장 마음 아픈 코미디 같다. 사랑이란 마흔여덟가지 감정을 합친 것보다도 더 알 수 없는 일. 어떤 사랑은 ‘몸을 함부로 굴리는’ 속도감 사이로 깃든다. 어떤 사랑은 무지막지하게 상대의 사랑을 말려 없앤다. 어떤 사랑은 나를 집어삼켰다가 사라져버린다. 어떤 사랑은 있는 동안은 권태인 줄만 알았다. 있다가 없는 것, 없어지고 나서야 뒤늦게 도착하는 것,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는 것. 『대도시의 사랑법』은 빠르고 가벼워 보인다. 그러나 빠르다고 해서 남지 않는 것이 아니고, 가볍다고 해서 진짜가 아닌 것도 아니다. 당신은 현란한 게이스러움에 혀를 내두를 수도 있고 그에 따르는 ‘경박함’에 혀를 찰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이 결코 할 수 없을 한가지는 이 이야기들을 읽다 마는 것이다. 그저 너무 재미있어서, 또는 ‘이것들이 어찌 되나 보자’ 하는 마음으로 읽어가다보면 아, 마지막에는 속수무책으로 눈물을 흘리게 된다. 누군가를 안고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을 느껴본 당신이라면. 그러니까, 사랑을 해본 당신이라면.
- 김하나 (수필가·카피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