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수학자로 꼽히는 독일의 천재 수학자 가우스는 이렇게 말했다.
수학은 과학의 여왕이고 정수론은 수학의 여왕이다.
그의 말처럼 일찍이 농경 시대에서 자연스럽게 싹이 튼 정수로부터 시작된 수학은 오늘날 과학 문명의 꽃을 피운 주역이 되었다. 지금도 수학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세분화되면서 컴퓨터 과학, 물리학, 공학, 암호학, 경제학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필수 도구가 되고 있다. 스마트폰, 컴퓨터, 인공지능, 인터넷, 텔레비전을 포함하는 모든 과학의 산물들 속에는 다양한 수학이 들어가 있다. 따라서 공부하는 학생이든 사회생활을 하는 일반인이든 지금의 첨단과학 시대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뼈대가 되는 수학을 개념 정도라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상에는 이미 수학에 관한 책들이 넘쳐난다. 어떤 책들은 초등생들도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쓰였고, 어떤 책들은 특별히 수학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이나 일반인들을 위해서 깊이 있게 쓰였다. 이렇게 다양한 수학 서적들이 있는데 필자가 여기서 굳이 비슷한 수학책 한 권을 더 남긴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번에 특별히 세상에 내놓게 된 이 책은, 기초 수학에서부터 현대 수학에 이르기까지 수학의 중요한 개념들을 일부 ‘시’에 담아서, 수학을 어려워하고 기피하는 사람들도 흥미를 갖고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학과 시는 서로 다른 분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과는 달리, 시와 수학은 의외로 닮은 데가 많이 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과학자/수학자들은 수학을 ‘수학 시’라고 부르거나, 수학의 개념을 ‘시’를 지어서 소통하려고 했다.
이탈리아 수학자 타르탈리아가 1539년에 3차 방정식에 대한 해법을 ‘시’로 그의 친구 수학자에게 알려 준 일화는 아주 유명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영국의 수리 물리학자 켈빈 경이 ‘푸리에 방법’을 한 편의 ‘수학 시’라고 말한 것이나, 아인슈타인이 “수학은, 그 자체로, 논리적 사고의 시이다.”라고 말한 것도 실은 수학이 시처럼 아름답고 간결한 언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수십 년 이상을 대학 강단에서 직접 수학을 가르쳐 왔다. 그 시절 수업을 진행하면서 이렇게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곤 했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수학을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을까?” 그래서 필자가 생각해 낸 것은 수학 강좌에 시를 접목시켜 보는 것이었다. 이번에 『수학을 시로 말하다』를 집필하면서 곳곳에 시인인 필자의 시를 비치한 것도 공학수학을 가르칠 때 학생들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서 사용했던 아이디어임을 밝힌다.
지금까지의 수학사를 보면 원주율, 미적분, 푸리에 변환, 리만 기하학 등의 발견으로 인해 우리 과학이 크게 발전했음을 알 수 있다. 앞으로도 새롭고 흥미로운 수와 수열, 그리고 변환 방법들이 계속해서 출현하여 과학계를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본다. 그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인간 지능을 초월하는 양자 알고리즘, 차원을 넘나드는 변환 기술, 통일장 방정식 등이 혜성처럼 등장하여 인류의 과학 문명을 더 크게 발전시켜 줄지 모른다.
이 책에는 수의 탄생과 진화, 수열 이야기,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주식 이야기, 해답에 대한 개념, 미분 이야기, 호모사피엔스 파동, 타코마 다리 이야기, 시공을 넘나드는 마술 이야기 등이 등장한다. 이 책을 통해서 ‘수학은 현재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앞으로도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라고 독자들이 새롭게 인식하게 되길 바란다. 본문은 크게 1부, 2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총 9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역사가 오래되어 우리에게 매우 낯익은 수와 수열을 포함한 기초 수학에 대해 주로 다루었다. 2부는 우리 주변의 자연 현상과 공학 문제들을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서 들여다보고자 하였고, 이때 등장하는 다양한 ‘미분 방정식’에 대해서도 개념 위주로 살펴보았다. 여기에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문제를 비롯한 일상의 전기적/기계적 문제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밖에 파동 방정식과 연립 방정식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는 수학을 꺼리는 일반인들도 흥미를 갖고 수학의 일부 개념만이라도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장마다 시들을 수록하였고, 시들을 통해서 수학을 개념 위주로 재미있게 설명하고자 했다. 그러나 간간이 출몰하는 수식이나 수학 개념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 부분은 건너뛰어도 무방하다. 여기에서는 수학의 방대한 주제 중에서 일부만을 한정하여 다루었으나 더 다양하고 자세한 내용을 알기 원하는 독자들은 주석이나 참고문헌을 찾아보기를 권한다.
이 책을 통해서 현재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수학이 흥미롭고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인식하게 되었으면 한다. 시와 함께 약간의 상상력을 데리고 ‘수(數)학 여행’을 즐기시길 바란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