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과 강이 만나는 숨결은 낮고 또 넓다. 만날 때, 강들은 멀리서부터 그 흐름의 숨결을 고르면서 들에 낮게 깔려 넓은 유역을 적시며 다가온다. 그래서 강물이 만날 때, 강물은 합치되 부딪히지 않는다. 강물은 소리도 없이, 흔적도 없이, 구획도 없이, 합쳐서 하나를 이룬다. 양수리에서 합쳐진 물은 서쪽으로 커다랗게 방향을 틀면서 바쁘게 출렁거리는 산맥의 먼 언저리를 돌아서 바다를 향하는데, 합쳐서 새로운 전환을 이루되, 먼 발원부터의 흐름과 귀순하는 지류들의 시원을 모두 거느리고 나아간다. 그것이 강들의 전환이다.
--- 본문 중에서
소금창고는 지상의 모든 건축물 중에서 가장 헐겁고 남루해 보인다. 소금창고들은 서로 멀리 떨어져서 군집을 이루지 않는다. 소금창고들은 시선의 방향으로 소멸하는 개별성이다. 소금창고는 공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의도를 드러내지 않는다. 오직 실용적일 뿐인 이 건축물은 어떠한 장식적 구조도 없이 필요한 선과 면 몇 개만으로 이 세상의 시공과 경계하고 있는데, 이 경계는 느슨하다. 소금창고는 이 위태로운 사실성의 경계 위에서 햇볕과 바람에 풍화되는데, 검은 콜타르를 칠한 목재들은 색이 바래어지고 목질이 뒤틀리면서 풍화되는 것들의 속살결을 드러낸다.
--- 본문 중에서
바다의 속살 위로 자전거를 몰아가는 이 마른 갯벌의 낯선 풍경은 시간의 작용과 공간의 작용이 합쳐져서 이루어내는 생성과 소멸이었고 지속과 전환이었는데, 시간과 공간은 바닷물 밑에서 만나 시간도 아니고 공간도 아닌 세상을 열어내고 있었다. 거기서는 생성, 소멸, 지속, 전환 따위의 어떠한 개념적 언어도 저 혼자서 독자적 의미의 힘으로 자립할 수 없을 것이었다. 아마도 저절로 되어진 모든 것들은 필연적일 것이고, 바다의 속살이 말라가는 이 갯벌에서는 필연이 자유의 반대말도 아니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