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소득공제

2024 신춘문예 당선평론집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 판매지수 216
정가
15,000
판매가
13,5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  국내배송만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12쪽 | 153*225*20mm
ISBN13 9788958244929
ISBN10 895824492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1. 멸종과 박탈 사이
“인간이 망친 세상에서 살면서 인간을 믿는다는 게” (『랑과 나의 사막』, 70) 가능할까. ‘지금은 대체 어떤 세계인가'라는 어느 철학자의 물음을 떠올려 본다. 지구의 한쪽에서는 이상 기후와 플라스틱 쓰레기들로 인해 생명들이 죽어가고, 또 그 반대편 도심의 거리에서는 구멍 난 안전망으로 단시간에 수백에 달하는 죽음들이 발생한다. 이 사건들은 얼핏 각기 다른 차원의 문제로 구분되는 듯 보이지만, 자본주의 속에서 인간이 엉망으로 만든 세계의 끝에 다다랐다는 지점에서 서로 겹쳐진다. 일상적이다 못해 상시적으로 일어나는 죽음과 그에 대한 애도를 빠르게 종결하고 복귀하라는 명령이 짝패처럼 엉겨 있는 이 세계에서, 과연 상실 이후의 삶은 어떻게 모색될 수 있을까.

2022년 10월 29일 벌어진 참사는 또 하나의 사건을 연상케 했다. 물론 이태원과 세월호 사이에는 손쉽게 등치될 수 없는 맥락들이 존재하지만, 참사 1주기를 막 지나온 시점에서 이를 되짚어보는 일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한국문학장에서 세월호 서사는 “살아남은 자의 ‘말할 수 없는’ 언어”로써 침묵의 잠재성을 발굴하는 방식으로 다뤄져 온 한편, 재현불가능성의 건너에서 사건에 대해 “충분히 의식하고 재현할 수 있는” 정교한 언어의 필요성이 요청되기도 했다. 이태원 참사에 이르러 아직 담론의 양상을 뚜렷이 명명할 수는 없다고 해도, 신자유주의 비판과 함께 “그 체제 속에서 숨 쉬고 살았던 개인 주체들”에 천착하는 상실 이후의 서사가 다시금 읽혀야 한다는 점은 주목을 요한다.

그리고 여기, 유독 상실의 장면들에서 떠나지 못하고 오래 머무르려는 작가가 있다. 천선란의 소설은 분명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넘어서는 사랑과 우정을 그려내지만, 그 관계맺음이란 무해하고 낭만적인 공존보다는 오히려 선명한 슬픔과 고통을 향해 있다. 특히 사랑했던 대상을 떠나보내고 남겨진 자들이 결코 상실 이전과 똑같아질 수 없음을 뼈아프게 자각하는 순간들은 곧 엉망이 되어버린 세계를 인간의 힘으로 재건하려는 목표가 환상에 불과하다는 목소리와 포개어지며, 상실을 껴안고 살아가는 삶에 대해 상상하도록 한다.

다만 최근의 한국문학에서 인간과 비인간이 논의되는 방식은 이미 한 차례 변화를 겪은 듯하다. 탈인간중심적 전회가 인간의 위치성을 “지상으로 끌어내림으로써” 비인간과의 “긍정적인 연결”을 가능케 하는 것이라 본 관점이 비교적 초기의 흐름이었다면, 이를 전면적으로 반박하는 견해 또한 제출된 바 있다. “인간과 비인간의 공생적 관계라는 당위”는 성급히 윤리성만을 확보하고자 하는 비평적 오독을 낳았으며, 현실에 그어진 “견고한 분할선”으로 인해 낙관적 연대가 어렵게 된다는 요지가 그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오히려 그 ‘지난한’ 지점으로부터 공존이 모색될 수 있음을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 “많은 생물종이 서로 조화를 이루지도, 정복하지도 않으면서 함께 살아가는, 교란에 기반한 생태”가 바로 천선란 소설 속 세계이다.

원자 폭탄이 떨어진 히로시마 지역에 처음 등장한 생물이 송이버섯이었으며, 산업화 시기 대규모 산림 벌채가 이루어진 민둥산에 소나무가 스스로 싹을 틔웠다. 이토록 불안정한 세계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할 때, ‘그릇된 삶에서 올바른 삶을 이끌어낼 수 있는가’에 대한 아도르노의 망설임은 이제 그 불확정성의 마주침에 기대어 대답해 볼 수 있을 듯하다. 그러니까 “0.01퍼센트는 불가능의 수치와 맞먹는 것일지라도 (…) 그 숫자는 ‘존재한다’”.(『랑과 나의 사막』, 113) 이로써 천선란은 인간이 망친 세상의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가, 그곳에 남은 자들이 삶을 어떻게 일으키는지를 그려낸다.

2. 죽음을 붙잡아두는 힘
천선란 소설 속 인물들은 곁의 누군가를 자꾸만 떠나보낸다. 근작 『이끼숲』 에서 지상으로부터 쫓겨나 땅 밑에 지하도시를 건설해 살아가는 인간들은 대부분 죽음의 그림자에 노출되어 있다. 용역업체에 소속되어 경비 일을 하는 마르코와 은희는 매번 약속되지 않은 추가 업무를 하고도 아무런 대가를 받지 못하고, 연구원들과 달리 ‘막일’을 한다는 이유로 카트를 탈 수 없어 휴게시간을 쪼개 걸어서 먼 근무지를 오가야 한다. 차별적인 회사의 태도에 마르코의 선배 커커스는 동료들과 파업을 선언하는데, 이에 마르코와 같이 선택을 유보한 이들이 대타 출근과 초과 근무에 동원된다. 늘어난 업무량에 혹사당하면서도 이전보다 훨씬 늘어난 벌이와 여유로워진 삶에 만족을 느끼던 마르코는 어느 순간 커커스를 마주치고, “자신이 커커스의 숨을 빼앗아 쉬고 있다”(74)는 사실을 목도한다.

이때 타인의 죽음을 통해 자기 삶이 유지되고 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마르코조차도, 계약한 월급보다는 많지만 근무 시간에는 훨씬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다는 점은 문제적이다. 꼬박꼬박 일을 나가는 마르코도, 반년 넘게 파업을 이어가던 커커스도, 돈이 필요해 아바타에게 목소리를 팔아버린 은희도 전부 ‘살 만한 삶(livable life)’을 위해 노동하지만, 오히려 일을 계속하면 할수록 점점 더 죽음에 가까워진다. 다시 말해, 이들은 모두 “삶을 위해 삶을 버리는”(230) 모순에 처해 있다. 소설의 결말에 이르러 커커스는 끝내 복귀하지 못한 채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은희는 언젠가 스스로 예견했던 것처럼 “죽음의 잔해”(50)인 ‘바다눈’이 되어 흩어져 내린다. 결국 떠난 이들을 앞으로 영영 보지 못하리라 직감하는 마르코는 “닫힌 세계”(87)에 홀로 남아 끝없는 상실을 겪는다.
---「정우주, 상실의 자리로부터 ― 천선란론」중에서

회원리뷰 (0건) 회원리뷰 이동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3,5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