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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림없는 내가 될 때까지

걷는사람 시인선-108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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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64쪽 | 168g | 125*200*10mm
ISBN13 9791193412220
ISBN10 1193412226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의자는 그의 유일한 벗
죽으려는 뜻마저 온몸으로 지지해 주었지만,

살아 보려고 뭐라도 하려는 인간과
죽어 버릴까, 망설이는 인간은 한통속이어서

그를 위해 마련된 단 하나의 의자는 다리가 부러졌다
---「단 하나의 의자」중에서

엊저녁엔 품에 죽어 가는 새를 안고
함께 호흡을 맞추며 잰걸음했었지

살릴 수 있어. 살 수 있어. 살 거야.

그렇다면 나는 괜찮은 사람인가
나 정도면
나 정도 쓰면
이 도시의 잉걸불을 아름다운 점묘화라 말할 수 있나

그런 말을 가슴에 품는다고 다 시인인가

아, 오늘도 기어코 새는 죽지를 않는구나
---「남문사거리」중에서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는 없고
마주하게 되는 영 엉뚱한 사람들
울고 웃고 때론 고개 숙이고
또 부끄러워지고

경수야, 이만큼은 해야 사람들이 알아봐

이름 석 자를 내걸고 산다는 건

한뉘 거리에 나뒹굴며 세상이 알아줄 때까지
치욕을 짓씹는 유치한 짓은 아닐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려도 수년째
광장에 주저앉아 생존권을 요구하는 보통 사람들

이름으로 불리지 않고 저치라며 욕 들어도
살아내기 위해

이름 같은 건 버린 이들을 모른 척 지나치면
양쪽으로 늘어진 흥성이는 먹자골목 간판들
얼굴을 내건 주방장의 웃는 눈과 마주친다

야, 문경수! 쪽팔린 줄 알아, 새끼야, 좀 제발.

사람들이 제 이름을 소리 내 부르지 않는 까닭
알면서도
뭐라도 된 듯

나 아냐고
나 들어 본 적 없냐고

같은 이름의 누군가를 불러 본다

버려선 안 될 것을 버려 가면서까지
그게 틀림없는 내가 될 때까지
---「문경수」중에서

소방차들도 하나둘 철수하고 숯등걸도 긴긴 잠에 빠지는 그곳에서

난 무엇과 싸웠나 나 이제 와 고백한다

불 앞에 서는 것보다
불을 끄고 난 뒤
폐허가 된 현장의 암흑과 추위를
더 무서워하고 있었음을

나는 진정 나 자신과 싸워 본 일이 없음을
---「화마(火魔)」중에서

손잡지 마 옷을 잡아야 살점이 안 무너져
사람이 사람일 수 있도록 망가지지 않도록

한 발 다가가면 섬 뒤로 숨는 작은 무지개 같은 건 아예 등져 버리고 나는 돌아서련다
한 발짝만 움직여도 한 아름 안기는 희고 맑은 빛 덩어리 쪽으로
사람이 사람일 수 있도록 망가지지 않도록

가족들은 다리 위에서 먼바다에 저마다 머금던 슬픔을 투망하고
깨진 무지개, 그 파편에 찢긴 옷, 윤곽만 남은 사람을 트라포드 위로 건져 올린다

두 눈을 감는다
사람이 사람일 수 있도록 망가지지 않도록
---「새연교-정수에게」중에서

독한 약을 한 움큼 삼켜도
앙상한 뼈마디에 걸린 혹 같은 건 도무지 씻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무는 손차양을 하면서 이파리를
절벽 아래로 던지고 있는 동안에도
땅만큼은 움켜쥐고 있는 거라고

하늘도 달빛을 게워내 그물코 사이로
비어져 나오는
제 허물을 바다에 헹구며 흐느끼고 있다

뜯어낸 손톱 위에 굽은 등
누르면 아픈

섬.

슬픈 꿈을 꾸는 우리의 자세
---「미드나잇 선즈」중에서

죽고 싶다며 눈감는 사람의
가슴을 함부로 짓이겨도 되는 걸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그는
잠긴 문 너머를 상상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까만 동공에 심어 둔 투시경이
두꺼운 갑종방화문을 뚫는다

(중략)

빨간 십자가
문을 열고 사라진 사람은
소식이 없다

그나저나 이 사람 그때 밥은 먹었으려나
---「하트세이버-준환에게」중에서

길바닥에 떨어진 내 나이 또래
오백 원짜리 동전 앞에 멈춰 선다

이젠 이런 게 기쁘지가 않아
예전의 내가 아니거든

애써 말해 보지만
주울까 말까 누가 먼저 줍진 않겠지
걸음을 떼는 척 발로 짓이긴다

학창 시절을 줄곧 괴롭혀 온 건
꼭 서너 푼씩 모자라는 애매한 생활비보다도
이런 빈곤에 익숙해진 나머지
하잘것없는 것에 깡마른 몸을 움츠려
자발적으로 승복해 버리는 습성 아니었나

종합 상가 유리 벽 앞에 엉거주춤 선 나를 마주할 때
짓밟혀도 붙어먹어야 산다 살아남는다

바닥에 해진 마음 하나
손으로 훔쳐내려다 놓치자
납작한 새 울음소리가 들린다
---「습성」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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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 내내 미간에 잔뜩 힘을 주게 되었다. 도무지 아름답지 않아서. 시인이 그려낸 풍경이 너무 캄캄하고 너절해서. 이래도 되나? 이렇게 발가벗어도? “공공 근로 나가는 어머니”(「아침 드라마」)와 “구멍 난 양말을 벗어 뒤꿈치에 박인 각질을 도려내”는 아버지(「4B」), “막일을 마치고 온” 아버지를 향해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나’(「서향」). “쏟아진 수면제”나 “비문 가득한 유서” 같은 것(「하트세이버」)이 곳곳에 득시글한데……. 이 곁에서 시인은 “울면서 살려 달라고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비굴하게 설치다가 부러진 의자처럼 옆으로 쓰러”지기 일쑤지만(「단 하나의 의자」).

그런 그가 나는 좋았다. “이 도시의 잉걸불을 아름다운 점묘화라” 말하지 않아서(「남문사거리」). “쪽팔린 줄”(「문경수」) 모르고 삶의 치부로 내달릴 줄 알아서. 기꺼이 엎어질 줄 알아서. 그러다가도 “몽동발이가 된 어머니의 지팡이를 짚고”(「올레길」) 일어설 줄 알아서. 예리한 시선을, 악착한 생활의 자세를 애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따금 “벼린 칼로 길목을 썰”며(「승희미용실」) 소중한 것을 지켜내는 남다른 결기 또한.

시는, 좋은 시는 저마다 날카로운 어떤 것을 쥐고 있다고 믿는다. 문경수의 시에서 그런 칼을 감지하게 되는 것은 단지 처절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죽어가는 새를 품에 안고 달리며 “살릴 수 있어” 되뇌면서도 이런 “나는 괜찮은 사람인가 나 정도면 나 정도 쓰면” 자문하는 일. “잘 살고 있는 거 맞죠?” 시시로 묻고 “병든 개처럼” 울부짖는 일(「카운트다운」). 스스로를 정직하게 대면하는 자 특유의 회의가 이토록 선연한 때문.

“못난 마음”을 뉘우치기 위해 시인은 자신의 가슴을 다름 아닌 “쇠갈고리에 걸”쳐 둔다(「네 멋대로 써라」). 시가, 몸에 새긴 칼자국이 기어코 “빛의 일렁임”(「올레길」)을 드리울 줄을 아는 것이다.
-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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