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궁리궁리하다가 새벽 무렵에 퍼뜩 좋은 생각이 났어. ‘삐삐, 삐아, 삐애, 삐로’야. 네 마리가 내는 소리가 같은 거 같아도 가만히 들어 보니 조금씩 달랐거든. 시작할 때 ‘삐-’는 같은데, 끝은 세기나 여리기나 높낮이가 조금씩 달라. 그 조금씩 다른 소리를 생각해서 ‘삐’ 자 돌림으로 지었어. ‘삐삐, 삐로’는 수컷이고, ‘삐애, 삐아’는 암컷이야. 수컷은 남자 이름처럼, 암컷은 여자 이름처럼 생각해서 지었어.
--- p.18-19 「아기 노루 네 마리」 중에서
무엇을 먹이면 되는지 알아보았어. 곤충이나 벌레를 먹을 거라고 해. 파리, 지렁이, 잠자리 같은 걸 잡아다 줬어. 그런데 안 먹고 가만히 있어. ‘어떻게 하지? ’ 고민하다가 문득 ‘새니까 병아리가 먹는 것도 먹지 않을까? ’ 하는 생각이 들었어. 병아리도 새 종류니까. 집에서 보리쌀, 콩, 옥수수를 갖다가 잘게 부숴서 접시에 놓아 주니까 조금씩 쪼아 먹었어. 종지에다 물을 담고, 학교에서 아이들한테 점심 배급으로 주는 옥수숫가루하고 가루우유도 조금 줘 보았어.
--- p. 70-71 「태극 무늬 파랑새」 중에서
숲속에 난리가 났어. 새매 두 마리가 “깨액-깩-깩-.”거리면서 소나무 위 하늘에서 날다가 틈만 나면 나하고 창근이 쪽으로 내리 덮쳐. 그때마다 경수가 “야! 얏, 얍!” 하면서 장대를 휘두르고. 매는 장대 끝 노가지 바늘잎에 맞을 것 같으면 재빨리 방향을 바꿔서 날아올라 가고. 솔가지를 발톱으로 후려치듯 스치면서 덤볐다가 날아오르고……. 그건 전쟁이야. 새끼를 빼앗아 가려는 아이들과 새끼를 지키려는 새매 부부가 벌이는.
--- p.88 「태극 무늬 파랑새」 중에서
긴 아카시아 나무를 톱으로 잘라 와. 낫으로 잔가지와 가시를 쳐내서 장대를 만들어. 장대 끝에 대못 세 개를 거꾸로 박고, 장대 끝을 철사로 꼭꼭 동여매. 못이 빠지거나 흔들리지 않게 묶어야 해. 어떻게 못을 거꾸로 박느냐고? 간단해. 먼저 대못 가운데를 집게로 꼭 잡고 못대가리를 장도리로 때려서 떼어 내. 장도리는 노루발장도리라고도 해. 한쪽은 뭉뚝하여 못을 박는 망치로 쓰고, 다른 한쪽은 노루발처럼 둘로 갈라져 있어 못을 빼는 데 쓰는 연장이야. 못을 박거나 빼는 두 가지 일을 하기 좋은 도구야.
--- p.93, p.98-99 「새매한테 지은 죄」 중에서
여름 방학이라 아침에 삼거리 냇가에 나가면 온종일 노는 거지. 파랑새는 어깨나 머리에 올려놓고, 새매는 나무막대에 얹어 양쪽에서 들고 가 냇가 나뭇가지 사이에 걸쳐 두고 놀아. 놀다가 잠자리나 매미를 잡아 파랑새 새참 주고, 개구리 잡아서 새매 점심 주고. 그 무렵에 새매가 뭐든지 잘 먹어서 개구리 뒷다리는 우리가 구워 먹고, 개구리 몸통만 새매를 주면 자기가 발톱으로 움켜쥐고 잘 찢어서 먹어.
--- p.100 「새매한테 지은 죄」 중에서
한참 만에야 새매가 내 눈치를 살피듯이 푸드덕푸드덕 힘없이 날아 내려왔어. 기분 좋으면 부리를 내 옷깃이나 손등에 문질렀는데, 그런 행동도 안 해. 풀이 죽어서 가만히 있어. 발목에 묶었던 끈을 풀고, 창고 밖으로 안고 나왔어. 두 손으로 높이 들어 하늘로 힘껏 던졌어.
“잘 가, 새매야. 정말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어.”
새매는 학교 지붕에 앉아 한참 나를 내려다보더니 이윽고 마음을 굳힌 듯 하늘 높이 날아올라 갔어. 도릉계 위 하늘을 빙빙 돌았어. 도릉계는 공기리 중심 마을로 공기초등학교가 있는 우리 마을 이름이야. 그러다 마을 뒷산인 높은배기를 넘어 삼방산 쪽으로 날아갔어. 까만 점이 되어.
--- p.107쪽 「새매한테 지은 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