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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2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442쪽 | 518g | 138*197*23mm
ISBN13 9791198183071
ISBN10 1198183071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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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 사람들을 믿지 않는 게 좋아.”
미쓰바는 그렇게 말하며 지히로의 시선으로부터 이를 보호하려는 듯 살짝 감싸 쥐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파우치에 담아 바지 주머니에 도로 넣었다.
── 이 마을 사람들을 믿지 않는 게 좋아.
미쓰바의 말이 지히로의 가슴속에 서서히 퍼져나가며 어렴풋한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그게 무슨 말이야?”
“다들 한통속이 돼서 사람을 죽였거든.”
무슨 말인지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지만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침을 삼켜보려 했으나 굳어버린 근육 탓에 목 부근이 움찔거릴 뿐이었다.
--- p.27

사이타마에 있을 때 나는 어떻게 지냈었지?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생각했지? 겨우 이틀이 지났을 뿐인데 이미 그때의 기억이 어렴풋해졌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아, 진짜 짜증 나.”라던 엄마의 예민한 목소리. “너는 네 엄마를 빼다 박았구나.”라던 아빠의 혐오감이 깃든 얼굴.
즐거웠던 일도 분명 많았을 터인데 불쾌한 기억들만 끊임없이 떠올랐다. 애써 즐거운 추억을 떠올리려 하자 그것은 자신과 꼭 닮은 다른 누군가의 기억인 양 낯설게 느껴졌다.
정말 즐거운 일이 있기는 있었나? 이런 의문이 커져만 갔다. 마치 내가 나에게서 분리되는 것 같았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졌다.
지히로는 눈을 꼭 감았다.
눈꺼풀 안쪽의 짙은 어둠 속에서 작은 파편이 나타났다. 미쓰바의 손바닥 위에 놓여 있던 치아였다.
어쩌면 살해당한 여자도 흙 속에 파묻혀 이런 식으로 서서히 기억을 잃어 갔던 것은 아닐까.
--- p.31

“그 세 명이 죽었으면 좋겠냐고.”
지히로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려 했다. 하지만 미쓰바가 자신을 시험해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부정하면 자신에게 실망한 미쓰바에게 버려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죽었으면 좋겠어──. 차마 소리 내어 말하지는 못하고 살짝 고개만 끄덕였다.
미쓰바는 또다시 지히로의 귓가에 대고 “우리 할아버지 집 창고 말이야, 열쇠가 안 잠겨있어.”라고 속삭였다.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어어, 하는 얼빠진 소리가 새어 나왔다. “급식에 넣어보면 어때?”
지히로는 그제야 미쓰바가 살충제를 말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미쓰바의 할아버지 집 창고에 사람을 손쉽게 죽일 수 있는 살충제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었다.
미쓰바는 시험하는 듯한 눈빛으로 지히로를 바라보았다. 지히로의 내면을 꿰뚫어 보고, 점수를 매기고, 합격 여부를 판가름하려 하고 있었다.
--- p.180

“나도 너랑 똑같아. 나는 그 사람들의 친자식이 아니라고 했잖아. 딱 보면 알지.”
지히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미쓰바의 말을 진심으로 믿는 것은 아니었다.
미쓰바의 부모를 몇 번인가 본 적이 있었다. 지방으로 가득한 몸을 인형 탈처럼 뒤집어쓴 두 사람은 무뚝뚝한 표정과 지저분한 옷차림까지 쌍둥이처럼 똑 닮아 있었다.
“나는 중학교를 졸업하면 살해당할 거야. 너는 아직 괜찮아. 3년 넘게 남았으니까. 나는 이제 아홉 달 남았어. 으음, 유예 기간이 조금 더 있을지도 모르지.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죽이면 의심받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얌전히 살해당하지는 않을 거야. 죽기 전에 먼저 죽일 거니까. 반드시 그렇게 할 거야. 그러니까 너도──.”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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