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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브 사막 풍뎅이의 생존법

: 소설로 떠나는 남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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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1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187쪽 | 248g | 135*200*10mm
ISBN13 9791196192518
ISBN10 1196192510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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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동안 해발 고도 4천 미터가 넘는 사막을 가로지르는 지프의 양쪽에는 사막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풀 한 포기 보이지 않았다. 저 멀리 보이는 설산은 높고 그 위로 흰구름은 흘러가고 지프가 지나간 자리에는 뿌연 먼지가 풀풀 날렸다. 그 어디에도 푸른색이 없었다. 이런 곳에도 사람들이 살아가고 라마와 홍학들이 있다.

...............주어진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야 하니까 살 수 있는 것일까. ......이상하게도 마음이 점점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가라앉고 가라앉아 황폐하고 삭막해진다. 단단하게 무장했던 갑옷들이 벗겨지고 겹겹이 둘러싸고 있던 방어막들이 해체되고 포장하고 있던 감정들이 허물어진다. 분노, 모욕, 수치, 수모 등의 거칠거칠한 감정들이 조금씩 들썩거리더니 소용돌이친다. 내 안에 이런 감정들이 있었나. 뜻밖의 감정들에 당황한다. 매사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애쓰는 평소의 감정이 아니다. 살면서 이렇게 내 안에 이런 거친 감정들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이게 본연의 내 모습인가. 원래 이랬는데, 꾹꾹 누르고 있었나. 나는 감정들이 날뛰도록 내버려둔다. 그 끝이 어디에 닿아 있는지 알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무슨 일인가 싶어 보니 흰눈이 덮여 있는 고산과 그 너머 있는 구름, 바로 그 옆의 세자매봉이 옅은 분홍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그는 유리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옅은 분홍빛은 점점 짙어졌다. 꽃분홍빛이었다. 분홍색이라고 하기엔 진하고 해서 적당한 단어를 생각해내고 있는데, 먼 기억 속의 한 장면이 불쑥 떠올랐다. 하늘과 아내의 얼굴을 물들였던 꽃분홍빛. 그는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세자매봉을 바라보았다. 자세히 보니 꽃분홍빛으로 물든 것이 아니었다. 꽃분홍빛이 부유하면서 세자매봉을 휘감고 있었다. 생기가 감돌았다. 열망이 느껴졌다. 아무런 감정도 없고 느낌도 없는 무생물인 바위가 연애처럼 생처럼 그렇게 열기를 띠고 있었다. 그러니까 수천 년 동안 세자매봉은 매일 저렇게 눈부시게 빛나는 순간을 맞이했던 것이었다. 저렇게 열망에 휩싸여 가슴 벅찬 하루를 시작했던 것이었다. 사람들은 우두커니 서서 그 광경을 눈에 담았다. 말소리 하나 들리지 않고 주위는 고요했다. 언제까지나 세자매봉 감싸고 있을 것 같은 꽃분홍빛이 점점 옅어지더니 어느 순간 사라졌다. 설산과 구름과 하늘과 세자매봉은 본래대로 돌아왔다. 세자매봉은 잿빛 바위를 그대로 드러냈다. 꽃분홍빛이 사라졌는데도 은은한 열기를 띠고 있는 것 같았다. 사라졌지만 사라진 것이 아니었나. 그는 캠프장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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