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여행의 첫날은 뭐니 뭐니 해도 샹젤리제(Champs-Elysees)! 샹젤리제 거리의 화려함 앞에서 쇼핑을 내일로 미루는 일 정도는 어렵지 않다. 어학연수 시절, 홈스테이를 했던 장소이기도 한 샹젤리제 거리로 향하는 메트로를 탔다.
개선문에서 콩코르드 광장으로 이어지는 샹젤리제 거리는 파리에서 가장 큰 대로로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대표적인 거리이다. 이름만으로도 낭만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데 여름철에는 파리지앵 대신 관광객들이 점령하고 있다. 카르티에, 에르메스, 루이뷔통과 같은 유명한 부티크, 포시즌-조르주 셍크 호텔과 그곳에서 운영하는 르 셍크같은 럭셔리 레스토랑은 물론 푸케와 같은 유서 깊은 카페, 푸조와 벤츠 전시장, UGC 영화관, 폴과 같이 요즘 뜨고 있는 빵집, 셀리오나 마크 앤 스펜서 같은 옷가게들을 따라 사람들이 붐빈다. 물랭루즈와 쌍벽을 이루는 카바레, 리도도 있다. 1호선 샤를 드골 에투알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면 바로 앞에 개선문이 나타나는데 이곳이야말로 수많은 관광객이 파리 방문 인증 사진을 찍는 세계 최고의 유명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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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에 지어진 고품격의 나지막한 석조 건물이 주를 이루는 파리 시내에서 서쪽으로 조금만 벗어나면 보란 듯이 현대적인 빌딩이 늘어선 라 데팡스(La Defense)가 나타난다. 샹젤리제 거리가 시작되는 에투알 개선문에서 샹젤리제 거리의 반대 방향으로 쭉 가면 나오는 곳, 파리의 비즈니스 타운이다. 세계적인 회사들이 모여 있고 호텔, 쇼핑몰, 박물관도 들어와 있는 라 데팡스는 파리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몇 주든 몇 달이든 파리에 있는 동안 고색창연한 건물에 익숙하게 되면 서울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빌딩 숲이 이제 매우 새롭게 보이게 된다.
샹젤리제 거리에 개선문이 있다면 라 데팡스에는 프랑스 혁명 200주년을 기념해 세워진, 신 개선문이라고 불리는 그랑드 아르슈(Grande Arche)가 있다. 건물 35층의 높이의 그랑드 아르슈는 중심부가 뚫려 있는 거대한 상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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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음식은 바게트만이 아니다’ 중에서
프랑스식 식사의 후식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면 그건 바로 쇼콜라(chocolat). 쇼콜라는 프랑스어로 ‘초콜릿’이라는 뜻인데 케이크인 갸토 오 쇼콜라(gateau au chocolat), 무스 상태로 만들어 살짝 얼린 무스 오 쇼콜라(mousse au chocolat)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물론, 카페에 가면 뜨겁게 액체 상태로 마시는 쇼콜라 쇼(chocolat chaud)가 있고 마트에 가면 고체 상태의 딱딱한 쇼콜라도 있다. 한국에는 많이 없는 쇼콜라 블랑(chocolat blanc)을 좋아해서 마트에 갈 때마다 한두 개씩 사곤 했다. 프랑스에서 판매하는 과자의 부피와 질량은 한국의 것을 능가하기에 결과적으로 몸무게는 나날이 늘어만 갔다. 음식은 기름지고 후식은 달기만 한 프랑스. 그럼에도 파리지엔느들은 왜 하나같이 가늘고 날씬한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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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동서로 11.5킬로미터, 남북으로 9.5킬로미터의 타원형으로 생긴 작은 도시이다. 서울처럼 필요에 의해 주변 지역을 파고들어 가며 확장되는 일은 거의 없다. 별로 길지 않은 지하철 1구간과 2구간을 벗어나면 파리 외곽이고 RER의 3구간 혹은 4구간이 된다. 파리 시내로 출퇴근하는 많은 이들이 여기에 살고 있다. 서울 시내에 직장을 가진 사람보다는 시간이 덜 걸리지만 이들도 시내에 출근하려면 적어도 40분 이상은 소비해야 한다. 그래서 생긴 말이 ‘메트로, 불로, 도도’이다. 바쁜 직장인의 하루일과를 축약한 말인데 지하철(metro)을 타고 출근해서 일(boulot)을 하고 다시 지하철로 집으로 돌아와 잠(dodo)을 자는 것이 하루이고 그런 하루하루가 모이면 인생이 되니 결국 ‘메트로, 불로, 도도’의 쳇바퀴 속에 삶이 굴러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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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케(bouquet)는 꽃다발이라는 뜻이다. 부케란 꽃이 자연스러운 상태가 아닌 사람의 손길에 의해 다듬어져 보다 아름다운 방식으로 모여 있는 상태를 말하므로 병에 꽂혀 있든 일본식 꽃꽂이인 이케바나로 장식되어 있든 손에 드는 꽃다발의 형태로 되어 있든 모두 부케이다. 하지만 단어의 국적이 달라서인지 꽃다발과 부케의 뉘앙스(nuance)는 서로 다르게 느껴진다. 꽃다발에는 생일, 입학식과 졸업식의 축하 혹은 연인에게 하는 사랑 고백의 의미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부케 하면 바로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떠오르는데 이것은 우리나라에서 부케는 주로 웨 딩 부케의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사실 부케는 이 두 가지 의미를 다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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