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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신과 의사의 37년간의 기록 2

한 정신과 의사의 37년간의 기록 2

: 무지개 치료

김철권 | 안목 | 2024년 02월 19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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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2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128*188*24mm
ISBN13 9788998043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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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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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습니다, 선생님.”
순간 나는 당황스러웠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환자가 한마디 더 했지만 내 머릿속에는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 p.35

환자와의 대화 양이 증가할수록 나는 마음이 아파 왔다.
그동안의 환자 삶이 컬러가 아닌 흑백이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밥 먹고 약 먹고 자고 또 밥 먹고 약 먹고 자고. 그 환자의 하루 일과는 그렇게 세 박자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래서 A4 용지에 1시간 간격으로 시간을 적은 일일 활동표를 주면서 밥 먹고 약 먹고 자는 것은 까만색으로 칠하고 나머지 활동은 다른 색으로 표시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계속 개인 교습을 진행해 나갔다.
처음에는 온통 시꺼먼 색뿐이었던 A4 용지에 어느 날부터 빨강 파랑 노랑 색들이 하나씩 칠해지기 시작했다. 영화를 보면 빨간색을 칠하고, 하루 30분 걸으면 파란색을 칠하고, 또래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노란색을 칠하고…….
나는 A4 용지가 무지개와 같이 여러 가지 색으로 변해가는 그 찬란한 과정을 환자와 함께 즐겼다.

좋은 논문을 쓰는 것도 중요하고 이름이 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삶을 흑백에서 무지개와 같은 형형색색의 컬러로 만드는 것, 환자에게 삶의 즐거움을 일깨우는 것, 그것이 정신과 의사가 해야 할 중요한 임무라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때로는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으로 이 세상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가지만, 때로는 환멸을 느껴 결코 이 세상을 가슴속에 담지 않겠노라고 다짐하지만, 그래도 내가 있어야 할 장소, 내가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진료실에서 삶에 대해 배우는 것은 환자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
--- p.36

한 70대 할머니가 외래를 찾아와 하소연한다. 두서없이 말하는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다. 한 많은 삶이다.
“할머니, 오늘 여기 오신 이유는 뭡니까? 뭐가 제일 불편합니까?” 내가 묻는다.
“목에 무엇이 걸려 목구멍을 막고 있어서 음식이 넘어가지 않아. 이비인후과에서는 아무 이상 없다고 하는데 참말로 환장할 노릇이네.”
“할머니, 뭣이 걸려 있는 것 같습니까?”
“의사 양반, 내가 그걸 어찌 알겠소. 그걸 알면 내가 여기 왜 찾아왔겠소?” 할머니가 퉁명스럽게 대꾸한다.
“할머니, 제가 한번 알아맞혀 볼까요?”
“말해 보소. 의사 양반 생각은 어떤지.”
“할머니, 할머니 목구멍을 막고 있는 것은 할배입니다. 할배가, 그 미운 할배가 할머니 목구멍을 꽉 막고 있는 거 아닙니까? 제 말 맞지예?”
할머니는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 p.63

“결혼하고 오십 평생 따뜻한 말 한마디 안 해 주고, 그 괴롭던 시집살이할 때 손 한번 안 잡아주고, 소처럼 일만 시킨 할배가 미운 거 아닙니까? 늘 바람피우고, 술 마시고. 할머니는 자식 때문에 살아온 인생 아닙니까? 그 미운 할배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이제는 목까지 막힌 것 아닙니까? 제 말이 맞지예?”
할머니는 말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용서하지 마이소. 사람들은 다 잊어버리라고 하지만 그게 어디 잊힙니까? 절대 잊어버리지 말고 용서하지 마이소. 미운 할배는 그렇다 치더라도 할머니는 살아야 될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밥 먹을 때 밥이 할배라 생각하고 꼭꼭 씹어 넘기이소. 미운 할배라고 생각하면 잘 씹힐겁니다.”
묵묵히 내 말을 듣던 할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한마디 한다. “의사 양반이 용하네. 내 마음을 우째 그래 잘 아노?”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무덤까지, 내, 영감 용서하기 어렵데이. 잘 못 만난 인연인기라.”
--- p.64

그때는 치료를 중간에 그만두는 환자들을 탈락drop out되었다고 말했고, 약을 복용하지 않는 환자들을 약물 순응drug compliance이 낮은 환자라고 하거나 치료 지속treatment adherence이 안 되는 환자라고 했다. 심지어는 환자의 내면에 치료를 중단하거나 약 복용을 중단하게 만드는 정신역동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나는 그렇게 배웠고 교과서에도 그렇게 적혀 있었다. 그래서 환자를 꾸짖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제 나는 그런 식으로 생각하거나 행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전에 내가 보였던 태도를 몹시 부끄럽게 생각한다. 이전에는, 나는 의사의 의자에 앉아 있고 환자는 환자의 의자에 앉아 있는데, 문제는 내 의자의 위치가 환자의 그것보다 훨씬 높은 곳에 있어서 환자를 내려다보는 데 있었다. 모든 것을 치료자인 내 중심으로 생각했고, 환자가 왜 약을복용하지 않으려 하는지, 매일 약을 복용하는 것이 얼마나 성가신 일인지, 병원을 찾아올 때마다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얼마나 괴로운지를 나는 알지 못했다. 나는 의사이고 당신은 환자라는 생각뿐이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 나는 환자의 슬픔과 고통과 외로움에 조금 눈을 떴다. 환자들이 보이는 행동들은 모두 자기 자신을 위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약 복용을 중단하는 것도 병원에 오지 않는 것도 모두 다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 예를 들면 〈탈락〉이니 〈순응〉이니 〈지속〉이라는 말이 얼마나 치료자 중심인지도 이제는 안다.
--- p.130

나는 정년 퇴임하고 나면 개원하고 싶다. 조그만 구멍가게를 열어 환자들을 진료하다가 어느 날 때가 되면 홀연히 이 세상을 떠나고 싶다. 일본 사무라이 영화를 보면 시골에서 개원한 의사의 진료실 공간은 언제나 술병으로 가득 차 있다. 진료비를 낼 형편이 안되는 농민들이 진료비 대신 술을 들고 온 것이다. 더 이상 술병을 놓을 공간이 없어도 환자들이 술병을 들고 오면 의사는 웃으면서 받는다. 그런 장면을 볼 때마다 나는 가슴이 뭉클해진다. 내 진료실에도 환자들이 가져 온 술병이 가득하기를 상상해본다. 구멍가게를 열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저녁이 되면 대폿집에서 한잔하고 그러다가 어느 날 환상과도 같은 이 세상에서 담담하게 사라지는 꿈을 꾼다. 머릿속으로 미래의 내 모습을 떠올려 본다.
--- p.276

그녀가 나가고 곧 그녀 어머니가 들어왔다. 여름인데도 긴 팔 윗옷을 입고 있었다. 나는 어머니에게 동성애가 병적인 것이 아니라 사랑의 한 방식이니 치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괴롭더라도 딸의 동성애를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생각해 보십시오, 따님이 얼마나 괴로웠으면 모친 앞에서 자해를 했겠습니까? 자기가 그만큼 괴롭다는 것을 모친에게 말로해도 안 되니 행동으로 보인 것이지요. 그러니 따님의 고통스러운 그 마음을 헤아려서 이제는 따님의 동성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내가 말했다. 그녀 어머니는 조용히 내 말을 듣고만 있었다. 그러더니 겉옷을 벗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교수님께서 제 딸이 얼마나 괴로웠으면 그렇게 자해를 했겠냐고 말씀하시는데 그러면 저는 어떻습니까?”
그녀가 겉옷을 벗자 왼쪽 팔꿈치 안쪽부터 손목까지 수십 바늘을 봉합한 자국이 보였다. 그 상처를 보는 순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녀 어머니는 그 상처를 보여 주고는 아무 말없이 옷을 챙겨 입고 그대로 나가버렸다.
멍한 상태에서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아이고, 어머니가 동성애네, 모친이 동성애네, 내가 몰랐네.”
--- p.286

나는 정신과 의사가 약물치료를 행할 때의 마음가짐에 대해 한 가지만 강조하고 싶다. 그것은 자신이 자주 처방하는 약을 직접 먹어 보는 것이다. 좋은 정신과 의사가 되려면 그 정도 각오는 해야 한다. 좋은 요리사가 되려면 자기가 쓰는 요리 재료들의 맛을 잘 알아야 하고 그러려면 먹어 보아야 한다. 그것과 같은 이치다. 약물치료에 대해 많은 논문을 쓴다고 좋은 치료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직접 정신과 약을 먹어 보고 약의 부작용을 몸으로 경험하여야 좋은 임상가가 된다. 그래야 환자에게 약을 처방할 때 신중해지고 또 깊게 생각하게 된다. 약을 처방할 때마다 ‘이 약을 내가 먹는다면, 내 가족에게 처방한다면, 어떻게 쓸까?’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건 전적으로 나의 경험이다. 나는 주로 처방하는 정신과 약을 다 먹어보았기 때문에 환자가 그 약에 대해 불편한 점을 말하면 즉시 환자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안다. 약을 적게 쓰고 대신 운동이나 음식이나 정신치료나 그 외다른 여러 치료 방법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좋은 정신과 의사가 되는 첩경이다.
--- p.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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