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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일록(新堂日錄) (큰글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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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210*290*19mm
ISBN13 979112882625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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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초6일. 감히 아버님의 명을 어기지 못해 구씨(舅氏, 외숙)를 모시고 적나(赤羅)에서 과거에 응시했다. 적나는 곧 군위(軍威)다.
다음 날[3월 7일] 비를 무릅쓰고 출발해 현(縣) 안으로 들어가 간신히 주인집을 정하고 향생(鄕生) 이준성(李俊成)과 함께 거처하게 되었다.
다음 날[3월 8일] 여러 동반(同伴)들을 두루 방문하다가 날이 저물어 돌아왔다. 다음 날[3월 9일]도 또한 그같이 하고, 그다음 날[3월 10일]도 그렇게 했다.
다음 날[3월 11일] 여러 동반(同伴)들과 함께 등록을 했다.
다음 날[3월 12일] 일찍 시험장에 들어가니 부제(賦題)는 〈홀의 주머니(笏囊)〉였고 시제(詩題)는 〈편지를 가는 길에 보내 생사를 알아보네(帛書間道訪存亡)〉였다. 경시관(京試官)은 신숙(申熟), 부시관(副試官)은 진주목사 최입(崔?), 그 아래는 창원부사 장의국(張義國)이었다. 비가 많이 내려 저물녘에 나왔다.

다음 날[2월 9일] 도산(陶山)으로 가는 길에 분천(汾川)의 애일당(愛日堂)을 구경했는데 곧 농암(聾巖) 이 선생의 정사다. 그의 아들 진사(進士) 이숙량(李叔樑)이 선대의 세업을 이어받아 거듭 새롭게 했다. 주인이 나와 맞이해 즐겁게 술잔을 나누다가 시 한 수를 읊조리고 파했다. 도산 서원(陶山書院)에 올라가니 이번(李蕃, 자 언성)이 뒤따라와서 알묘를 하고 물러갔다. 선생께서 평소 물러나 기거(起居)하시던 곳을 두루 살펴보니, 선생의 침석(枕席)·궤연(?筵)·청려(靑藜)·투호(投壺)·연적(硯滴) 및 벽 사이의 도서(圖書) 등이 완연히 어제 같았다. 손을 맞잡고 늠름한 모습을 공경히 상상하노라니 따뜻한 훈계의 말씀을 듣는 듯했다. 선생은 참으로 돌아가셨지만 돌아가신 것이 아니었다.
유정문(幽貞門)·정우당(淨友塘)·절우사(節友社)·시습재(時習齋)·지숙료(止宿寮)·관란헌(觀瀾軒)을 두루 보니 선현의 옛 자취가 자못 나의 마음을 고무했다. 천연대(天然臺)로 나와서 이 군이 마련한 술을 즐겁게 마시며 각기 〈도산가(陶山歌)〉 한 곡씩을 부르고 파했다. 서쪽에는 천광운영대(天光雲影臺)가 있었는데 그 승경의 훌륭함은 천연대에 양보하지 않았다.
소나무 가지는 햇살을 가리고, 위의 하늘 아래의 물에선 새들이 날고 물고기가 뛰어올랐다. 좌우의 취병(翠屛)은 움직이면서 그림자를 푸른 물에 드리우고 강산의 승경을 한 번 보고 다 얻게 되었다. 대(臺) 아래에는 탁영담(濯纓潭)이 있고 담(潭) 가운데는 반타석(盤陀石)이 있어, 또한 여섯 사람쯤 앉을 만했다. 취기에 의지해 저물녘이 되어 손을 잡고 두루 구경하다가 돌아와 애일당(愛日堂)의 자연을 유람했다. 흥이 다하고 술도 깨어 소매를 흔들며 이별했다.

○ 4월 21일, 방어사 이일이 북쪽으로 달아났다고 한다
21일, 내성(內城)과 월성(月城)이 모두 함락되었다. 이로부터 강좌(江左)와 강우(江右)에 있는 동남쪽의 여러 읍이 차차로 함몰되었다. 여러 장수들은 바람을 보면서 달아나 흩어지고, 사졸들은 갑옷을 버리고 다투어 달아나니, 하늘의 뜻과 나라의 운수가 어찌 이러한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는가! 서쪽을 바라보며 통곡하니 분개심(憤愾心)을 이길 수 없었다. 방어사(防禦使) 이일(李鎰)은 상주(尙州)에서 전쟁을 지휘하다가 마침내 북쪽으로 달아났다고 하니 참으로 한심하다.

○ 4월 24일, 관아로 들어가 의병을 논의하다
24일, 아버님을 모시고 부중(府中, 관아)으로 들어가 방백(方伯)과 함께 의병에 대해 상의하다가 돌아왔다.
○ 4월 27일, 유사를 정해 창의토록 하다
27일, 아버님의 명으로 향사(鄕射)에 들어가 각 면의 지모(智謀)가 있는 자를 청해 유사(有司)를 의논해 정하고 그로 하여금 긴급히 창의(倡義)하도록 했다.
○ 4월 29일, 의병장을 뽑아 각 면에 전령하다
29일, 부백(府伯, 고을의 수령)이 의병장을 뽑아 각 면에 전령(傳令)했다.
○ 5월 30일, 동도와 형도가 곽재우의 의진에 들어가다
지난 5월 그믐, 곽재우(郭再祐) 공이 의병소를 설치해 각 읍의 군장(軍將)을 모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때 아우 동도(東道)가 형도(亨道)를 따라 의진(義陣)에 들어갔다. 그러나 나는 어버이가 계셔서 차마 떠날 수 없었던 까닭에 울며 위로하면서,
“어버이를 모시는 일은 오직 나에게 있으니 너는 걱정하지 마라. 나랏일은 오직 너에게 있으니 나의 뜻도 함께한다.”
라고 했다. 이로 인해 시를 읊조리며 위로하고 권면(勸勉)하며 아우를 보냈다.

28일, 밤에 갑자기 아이를 잃게 되었다. 난리 중에도 목숨을 구제했는데, 어찌 이러한 참극(慘極)에 이르게 되었는가!
다음 날[9월 29일], 화현(火峴)에서 영결을 하자니 불에 심장이 다 타는 듯했다. 가만히 아이의 얼굴을 생각하면 밝게 나타나는데, 잊으려 해도 어찌 잊히겠는가? 애통하고 애통하구나.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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