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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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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156쪽 | 298g | 152*225*10mm
ISBN13 9791198640406
ISBN10 119864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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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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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눈은 노란 꽃받침이 괭이의 눈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꽃잎과 꽃받침의 모양이 브로치(brooch)를 많이 닮았다.

산에서 괭이눈을 만나면 언제나 그런 브로치를 생각한다. 옹기종기 보석을 얹어 놓은 듯한 꽃잎과 꽃받침이, 5∼60년대 어머니들이 흰 옥양목 저고리에 나일론 치마를 입으며 달고 다니던 그런 브로치다. 가난했던 그 시절에 포인트를 주고 멋을 내려는 어머니들의 소박한 인조 보석의 브로치를 연상시킨다.

사진을 담은 뒤에 모니터로 관찰하다가 괭이눈의 사진 안에 어렴풋하게 하얀 아기 도깨비가 앉아 있는 것 같은 귀여운 상(像)을 발견했다. 수술이 까만 ‘개별꽃’이 변신한 이미지다. 카메라로 영상을 담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재미있는 이미지가 배경에 생긴다. 주된 피사체를 돋보이고자 조리개를 열고 심도를 얕게 하면, 주위 배경의 사물이 흐려진다. 바로 괭이눈 뒤에 보이는 개별꽃이 그런 촬영기법으로 만들어진 상이다.

다시 말해, 조리개의 조절(개방) 정도에 따라 피사계 심도의 깊이가 변하면서 배경이 흐려지는 정도도 변한다. 사물의 형태나 윤곽이 하나의 추상적인 이미지로 바뀌면서, 작가가 의도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사진가들이 말하는 소위 ‘아웃 포커스’ 의 개념에 대해서 약간의 이견이 있다.

인터넷에서 네티즌의 호기심과 관심을 끌기 위해 가끔 유령 같은 사진을 올리는 것을 본다. 카메라를 조작하여 기술적으로 명확하지 못한 상을 만들어 그럴듯하게 하거나, 유리에 비친 상(像)을 적절한 셀렉티브 포커스(selective focus)로 촬영하여 만든다.

요즘은 포토샵에서 인위적으로 무리한 이미지를 만들어 사진 작품의 의미를 왜곡시키는 이들이 있어 안타깝다. 나는 심심할 때 가끔 하얀 아기 도깨비를 꺼내 보며 즐긴다.
---「괭이눈 - 범의귀과, ‘브로치 같은 꽃’」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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