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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되는 정신의 과잉

해부되는 정신의 과잉

현대시세계 시인선-160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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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2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153*224*20mm
ISBN13 9791165121600
ISBN10 116512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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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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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허파에 나는 산다. 살아 있으므로 맛봐야 할 시간의 독(毒)이 복리(複利)로 증식하는 허공의 집. 밤이 던진 돌멩이들이, 깨진 하늘의 비명이, 바람의 차가운 이빨이 피곤의 두개골을 물어뜯는 불면의 옥상에서, 나는 비둘기들과 함께 꿈의 사체(死體)를 천천히 쪼아댄다. 덜 깬 잠의 가위로 피 묻은 아침과 비틀어진 창문 모서리에 걸린 생각의 창자를 싹둑싹둑 잘라내며 공간의 비린내를 온몸에 바른다. 하루가 더없이 상쾌한 그대들 앞에서, 냉소의 어금니를 꽉 깨물고 죽은 밤들의 내장을 울컥 게워내는 아침, 우울들이 새끼 독수리처럼 엎드려 운다. 불면의 손가락이 뚫어놓은 생각의 구멍에 돌을 던지는, 어제의 죽은 잠과 아파트 옥상에 떨어진 밤의 눈동자, 옹벽 속 녹슨 철근의 핏발처럼 콘크리트 기둥에 박혀 허둥대는 태양의 어깨, 다시 살아내야 할 아침의 비참(悲慘)이 일어선다. 나는 없고 타인의 살코기만 걸려 대롱거리는 생활의 푸줏간. 아, 꿈의 토막이 남긴 허기(虛飢)의 냄새여! 오늘도 나는 내일의 새벽처럼 다시 불행할 것이다. 벽의 질식과 깨진 거울들의 날카로운 자기분열, 설명할 수 없는 설명의 근지러움과 거울을 조각내는 거울의 자해(自害)가 한 움큼의 피로를 토해내는 네모난 돌무덤 속, 덜 깬 짜증의 입냄새를 풍기며 낯선 얼굴들이 승강기에 실려 때 묻은 작대기처럼 무의미하게 천정을 내려올 때, 어떤 이들은 청정(淸淨)의 귀를 핥는 혀의 유혹들에 몸서리치며 정신의 이빨을 꽉 깨물고 잠 묻은 아침놀의 틈새와 밤의 높이를 피로써 다시 읽어내려/올라가려 한다. 하여, 그들은 불행할 것이다. 씹다 뱉은 몇 개의 문장이 다리를 절룩거리며 정신의 대문을 열고 하얗게 뛰쳐나오는 회귀의 지친 방, 지옥의 들뜬 소식을 받아 적으며 책들의 갈피에서 책들의 무덤까지 잘린 날개와 부러진 발톱과 죽음의 각주(脚註)를 한입에 물고, 다시 돌아올 사냥개들처럼 그들은 또 불행할 것이며, 부릅뜬 눈알의 충혈과 재떨이에 수북이 쌓여 킥킥대는 냉소의 꽁초로 타자들의 비만을 증언할 것이다. 희망의 클로버를 입에 물고 흰 토끼처럼 깡충대는 자기 긍정의 나루터, 오독(誤讀)의 깊은 강을 건너온 몇 척 배들과 사상(思想)의 두 날개를 저으며 난독(難讀)의 바다를 횡단해온 새 떼들이 자기 부정의 닻을 내리는 밤의 창공. 기억되지 않는 기억의 몸부림으로, 빛을 버리고 어둠 속으로 잠수하는 하늘의 황금두더지들처럼, 이제는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북두칠성에 잠의 집을 세우는 꿈의 배관공들. 그들의 앞은 여전히 불행할 것이다. 높이로 추락하는 심연과 눈 감은 침묵의 별들이 고독의 사다리를 오르내리는 세속의 나루터에서, 친절을 버리고 불친절하게, 이해를 버리고 난해하게, 불행의 베개를 베고 자유의 낮잠을 자는, 어떤 높이들. 올라가는 철옹성들.
---「해부되는 정신의 과잉」중에서

재래시장에 갔다. 순댓국집 알루미늄 쟁반에 놓인 돼지머리가 건너편 족발집 소쿠리에 쌓인 족발들을 보고 웃는다. 정육점 갈고리에 걸린 붉은 몸통들이 트로트 가락에 맞춰 춤을 추고, 해장국집 가마솥 속의 내장들은 뜨겁다고 툴툴거리며 누린 냄새를 토해낸다. 족발은 족발만의 행복으로, 돼지머리는 돼지머리만의 기쁨으로, 내장은 내장들만의 은밀함으로 자신들의 가격을 확인하는 시장의 소란. 서로가 한 몸이었을지도 모를 그들이 각자를 부인하며 족발로, 편육으로, 내장탕으로, 순댓국으로 각자의 죽음을 서슴없이 조각내 팔고 있다. 돼지는 없고 족발만 있는, 족발만 있고 몸통은 없는 진열대 앞에서 갑자기 나의 손과 발이 나를 남겨둔 채 딴 데로 도망간다. 놀란 머리는 방앗간으로 들어가고, 길 한가운데 홀로 남은 몸통은 억울하다며 지갑을 뒤적인다. 아줌마, 족발 얼마예요? 수십 개의 족발이 내 몸통에 자석처럼 달라붙는다. 전생에 나의 삶을 살았을지도 모를 족발과 돼지의 삶을 살았을 것만 같은 내 몸통이 스티로폼 상자에 형제처럼 가지런히 담겨 서로의 안부를 두런댄다. 우리는, 발려놓으면 다 똑같은 살덩이들이라고 속삭이는 몸통 없는 머리들이 검은 모자를 쓰고 비처럼 쏟아지는 나른한 주말 오후.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처럼, 나는 대수롭지 않게 구름 속을 걸어간다.
---「르네 마그리트 그림처럼― 잡설 2」중에서

그에게 던진 칼이 별이 되어 반짝입니다. 당신은, 그의 긴긴 죄들이 아름다워야만 한다며 피 묻은 칼을 뽑아 밤의 창공에 증거처럼 꽂아두셨지요. 고독의 망치가 그≠그녀의 뇌를 두들기고, 생각의 면도칼이 그≠그녀의 얼굴을 북북 긋고, 후회의 바늘이 그≠그녀의 등을 촘촘히 찌르는 좁다란 불면의 복도에서, 그≠그녀는 비루한 육체의 난간들을 철거하며 서로에게 불가능이 되었지요. 설명될 수 없는 그의 검은 인격과 묘사될 수 없는 그녀의 붉은 감각이 철제침대 위에서 삐걱거리며 잠깐의 절정으로 그≠그녀의 뜨거운 윤곽을 쏟아낼 때, 그는 숫돌처럼 누워 그녀 안에 숨은 애인들의 녹슨 얼굴을 서걱서걱 갈아대었습니다. 그≠그녀의 것이 아닌 몸과 타자들의 신음이 방바닥에 흥건히 고여 있는, 의심과 초조와 질투의 큰 개들이 그≠그녀의 심장을 물어뜯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뜨거운 과잉 속에서 그≠그녀는 피할 수 없는 서로의 함정이 되었습니다. 그녀에게 던진 그의 비난이 재봉틀에 드르륵드르륵 꿰매져 수놓아지는 아침, 꽃 모양 스티커로 봉합한 유리처럼 그≠그녀의 상처가 연분홍 커튼에 위태롭게 아른댑니다. 아무도 사랑할 수 없는 사랑의 실패로 사랑의 전부를 또다시 사랑해야만 하는, 시시포스의 등짝 같은 반복에 매달린 그≠그녀의 힘든 사랑들. 겨울나무에 앉은 달이 바람에 마모되어 별이 되어가는 잔인의 터널을 지나서, 한두 개의 칼과 죄를 숨겨둔 사랑의 밤은 설국(雪國)보다 아름다웠다고, 그≠그녀의 당신이 새로이 증언할 것입니다.
---「삼인칭의 밤들― 사랑의 회고록 2」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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