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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무정 2

: 김임상 장편소설 시리즈

리뷰 총점9.1 리뷰 7건 | 판매지수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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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2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428쪽 | 152*225*30mm
ISBN13 9791169571135
ISBN10 116957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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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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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 거한의 사나이가 마치 숲을 지배하는 제왕처럼 어둠을 헤치고 거리낌 없이 걸어 나오더니,
“산 사람이오? 죽은 사람이오?”
“……?”
공포감에 짓눌렸기에 달라붙은 입을 떼기조차 힘들다.
한 팔에 횃불을 들고 또 다른 팔로는 사냥총을 막대처럼 거머쥐고서 곤의 몰골을 딱하게 쳐다보더니,
“쯧쯧! 살고 싶다면 불꼬챙이라도 들고 나를 따라오게나.”
사냥개를 대동하여 이리무리 앞에 총도 겨누지 않고 우뚝 서 있는데, 느껴지는 위풍이 숲의 지배자처럼 당당하고 버젓하다.
--- 본문 중에서

“나는 율리비치라는 사냥꾼이오. 당신네들 모닥불 옆에서 하룻밤 신세졌으면 하오.”
칙칙한 분위기를 깨트리며 불쑥 나서는 자가 있는데,
“당신이 바로 밀림의 패왕이라 불리는 그 소문난 사냥꾼이시군. 정식으로 초청하겠으니 두려워 말고 우리 불가로 오시오.”
눈은 살기를 숨긴 채 차갑게 반짝이고 입가에는 사람을 혼란시키는 교활한 웃음이 번질거린다.
“당신네 두목에게 고해 알리시오. 밀림의 패왕 율리비치가 찾아왔다고 말이오.”
팽팽한 긴장의 줄다리기 순간, 어느 쪽이 먼저 시작하느냐!
--- 본문 중에서

“흥! 당신은 가슴에 어떤 여자를 감추고 있어요. 나를 쳐다보는 눈에 알 수 없는 장막이 닫혀 있어 아무리 다가서도 내가 비춰 보이질 않아요. 나는 차라리 당신이 죽어 이곳에 묻혀버렸으면 좋겠어요.”
몇 배의 술잔이 오간 뒤 흐늑거리는 눈물을 감춘 염강진이 슬픈 몸짓으로 춤추며 이별가를 부르는데, 펄럭이는 옷자락에 눈물이 녹아 흐르고 구슬픈 가락에 실은 목소리가 듣는 가슴을 삭둑삭둑 도려낸다.

석휘(夕暉) 젖은 초원마차 내 사랑도 실었는가
시린 이 아픔 흔들지 마라 風雲의 無情함이여
빈 가슴 열어 고동 울리면 별리의 문이 열린다
찰랑찰랑 방울 달고 초승달 뜬 초원에 누우리
바람 재운 가슴에 세상 슬픈 비 흩뿌리며
접어야지 거두야지 눈물 흐린 저 구름을……
--- 본문 중에서

“자금루에서 시골뜨기처럼 굴면 당장 쫓겨나고 말아요. 저 여자는 자금루의 첫째가는 마담인 카타리나에요. 나를 찾는지 명손이 왔다며 알려주러 온 것이지요. 접근하면 조심해요. 험한 꼴로 죽어 나가고 싶지 않다면 말이에요.”
“이곳은 문 닫는 시간이 언제입니까?”
“자금루는 불야성(不夜城)이에요. 돈만 내면 누구라도 원하는 대로 먹고 마시며, 젊고 아름다운 여인들과 얼마든지 즐길 수 있어요. 당신도 한 번 그래 보실래요?”
“나에게 그런 객기가 있어 보인다고 생각하시오?”
“글쎄요. 남자들이란 기회만 있으면 다 똑같은 늑대지요. 당신이라고 다를 봐가 뭐 있겠어요.”
--- 본문 중에서

미찌꼬가 빈 병처럼 탁자 위로 쓰러져 입술을 지끈 물고 눈물을 뿌린다.
“엉엉! 이 나쁜 놈! 그따위 속임수로 감히 나를 움직이려 들다니! 미찌꼬에게 어울리는 남자는 이 세상에서 오직 네 녀석 하나뿐이야. 하지만 나도 이젠 지칠 만큼 지쳤어. 이젠 나를 위해서라도 더 이상 너를 붙들고픈 생각이 없어. 어디든 너 마음대로 훌쩍 떠나 내 앞에서 영원히 사라져버려.”
“나를 너무 탓하지 마오. 이별이란 큰 풍랑도 거칠게 일렁이다 잠잠해지는 호수처럼 때가 되면 치유되는 유행병 같은 것이라오. 살다 보면 삭아질 작은 상처에 불과한 것이지요. 나는 이미 수많은 이별을 보고 겪었다오. 가슴 파내는 죽음들도.”
미찌꼬가 탁자에 엎드려 각혈하듯 오열을 토해낸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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