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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방울의 찬란

몇 방울의 찬란

[ 양장 ] 황금알 시인선-287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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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2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28*210*20mm
ISBN13 9791168150768
ISBN10 1168150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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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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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이 환히 드러나 보이는 호수에
물닭 몇 마리 유유히 물길을 내고 있다

날개 밑이 슬그머니 부풀어 올라
물 낯바닥이 자꾸만 간지럽다

참 파릇한 봄날 아침에
물안개 피어오르는 편지 한 통
--- 1부, 「봄소식」중에서


깊은 계곡, 굽이굽이
은물결 소리로 천릿길 뒤척이는
백담의 밤

소소한 달그림자에 붙들린
눈망울 하나

눈잣나무들이 푸른 무현금을 켜는
홀로 그득한 밤

어둠이 둥지를 튼 능선에 쌓인
울울창창한 적막 아래

서리 내린 눈썹인 듯
달빛 한 줌

먼 그리움의 저쪽으로
사그락사그락
--- 1부, 「설악」중에서


언뜻
눈물 없는 울음을 들은 적 있는가

흩어졌다 다시
찰나에 쌓이는 수천 겹 바람의 지층

얼마나 가파른 어둠의 협곡을 넘어왔을까

쏴아-쏴아-
아우성치며 온몸으로 휘몰아 가는

선천성 유목의 날개 아래
사무치게 날카로운 시간이 스쳐 지나간다

있는 듯 없는 듯

허공 벼랑을 오르내리며
시의 산맥을 넘나드는

천의 얼굴을 지닌
내 속의 수많은 나
--- 1부, 「바람 나그네」중에서


찬 바람이 이쪽, 저쪽 가리지 않고 분다
바람의 뒤축을 좇아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낙엽들

뺨을 후려치는 바람의 갈퀴를 붙들고
꿋꿋이 서 있는 나무의 결심을 잠시 빌린다

추락할 때는
중심을 잡고 사뿐 우아하게 떨어질 것

짓밟힐 때는
너무 아작아작 밟히지는 말 것

누구를 따라가더라도
영혼 없이 무리 지어 휩쓸려가지는 말 것

고개를 숙이더라도
비에 젖은 가랑잎처럼 되지는 말 것

쓸쓸함이 이스트처럼 부풀어 오르더라도
붉고 노랗게 물드는 가슴을 유지할 것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더라도
안녕-이라는 다정 한 움큼을 잊지 말 것

그래도 어쩔 수 없는
못난 짐승 한 마리 내 속에 살고 있어서

자꾸만 꿈틀거리고
자꾸만 바스락거리고
--- 1부, 「나무에 기대어 약속하다」중에서


한 남자가 숙제를 하듯 낙엽을 쓸고 있습니다
바람이 불어와 얼기설기 흩어 놓으면
늙은 추억을 모으듯 착한 손길이 빗금을 긋습니다

하루치 노동이 수굿하게 익어가는 가로수길
그와 나무들 사이에 아무런 경계가 없습니다

한 톨의 의심도
한 톨의 비난도
한 톨의 성냄도

긴 파랑波浪의 시간을 담은 이파리들이 뒹구는 대로
묵묵히 빈손의 빗질이 따라만 가고 있습니다

그냥, 그렇게 어디론가 바삐 움직이는 발자국들이
지나간 자리를 쓸고 또 쓸고 있습니다

구릿빛 손등 위로 습기 없는 갈색 어둠이 내리는 때
가랑잎 하나 늑골 사잇길로 슬쩍 기웃거립니다

쓸어야 할 게 너무 많은데
언제, 어디서부터 쓸기 시작해야 할지
우두커니로 저물어 가는 어둑한 한 철

그래도 봄이 오기는 하겠지요?
--- 1부, 「그래도 봄은 오겠지요」중에서


사과는 사과를 먹으며 하는 게 좋을까
사과를 앞에 두고 하는 게 더 맛이 있을까

사과를 하려면 몇 개의 사과가 있어야 할지
사과는 사과일 뿐, 그저 한낱 사과일 뿐인데

땅속 깊이 뿌리에서부터 물관을 타고 올라온
거친 근육의 힘으로 수줍은 듯 사과꽃이 피어나고
마음밭 귀퉁이에 똬리 튼 사과의 싹이 돋아나고

비바람과 햇살의 줄기찬 손길로 사과의 꿈이 여물어
마침내 고추잠자리 날갯짓으로 춤추는 가을이 익어간다

동그마한 사과를 한 입 베어 물면
아삭-아사삭 하는 소리가
유쾌한 속도로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고
새콤달콤한 과즙이 사과의 고요한 식물성을 잊게 한다

해빙의 시냇가를 돌아, 짙푸른 초록 울창한 시간을 너머
단풍의 때를 기다리며 붉게 견뎌온 사과들

한 마디 사과 대신, 한 입 사과의 싱싱, 상큼한 맛이
오래 묵혀둔 사과의 멋쩍게 머뭇거리던 시간을
눈 깜박할 사이에 성큼 되돌려 놓는다

사과와 사과의 저 단단한 껍질들 사이에서
사과를 먹고, 씹고, 사과를 되새김질하고
사과는 사과보다 더 맛있는 걸음으로 한 발자국 내딛고

--- 1부,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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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미文賢美의 열 번째 시집 『몇 방울의 찬란』은 “더 낮게, 더 오래/ 무릎을 꿇습니다.”(「시인의 말」)라는 표현에 그 경개景槪와 고갱이가 모두 집약되어 있다. 가령 시인은 더욱 낮은 목소리로, 더 자세를 낮추면서, 하염없이 저 높은 곳을 바라본다. 그리고 더 오래고 오랜 시간을 축적한 사물이나 현상을 지극한 시선으로 응시한다. 거기에 무릎을 꿇은 채 묵상하고 기도하는 모습까지 얹혀 ‘시인 문현미’의 시적 아우라는 겸손하고 원숙한 언어적 매무새를 견고하게 거느리게 된다. 아닌 게 아니라 그동안 문현미 시인은 서정시가 본질적으로 견지하는 사랑과 화해, 그리움과 따뜻함을 주조主潮로 하여 많은 이들을 위안하고 치유해 왔다.

이번 시집은 그동안 이루어 왔던 이러한 예술적 성취를 더욱 투명하고 충실하게 이어 가면서, 그 안에 각별한 순간과 장면을 정성스럽게 구성해 낸 서정의 도록圖錄으로 우리에게 성큼 다가선다. 그렇게 상상적으로 구현한 충만한 현재형을 통해 시인은 서정의 원형을 우리에게 확연하게 보여주고 있고, 우리는 사물과 기억에 겸허하게 귀 기울이는 시인의 서정을 풍요롭게 만나게 된다. 시집을 읽는 내내 우리는 그의 시가 간결한 서정의 한 전형적 범례範例로 우리 곁에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유성호 (문학평론가 · 한양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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