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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쏙 드는군!”
담쌓는 사람은 드디어 꼭 맞는 곳을 찾았다고 굳게 믿었어요. 그런데 그때…… “이게 무슨 짓이야!” 담쌓는 사람 주변에 불청객들이 하나둘 몰려들기 시작했어요. 담쌓는 사람은 이 완벽한 곳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
담쌓는 사람이 제일 잘하는 일은 물론 담쌓는 일입니다
평화로운 시간을 방해받은 담쌓는 사람은 이름에 걸맞게 담을 쌓기 시작합니다. ‘담쌓다’라는 단어에는 ‘실제의 담을 만들다.’, ‘관계나 인연을 끊다.’라는 두 가지 뜻이 담겨있습니다. 오롯이 혼자 있기 위해 담을 쌓으며 다른 존재를 배척하는 주인공의 정체성을 완벽히 표현합니다. 혼자 있고 싶지만 혼자가 되고 싶지는 않은 담쌓는 사람의 모습은 꼭 우리의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마냥 이기적으로 굴기만 하는 게 아니라 후회도 하고, 다시 시작할 용기를 내는 담쌓는 사람의 모습은 입체적인 인간관계의 특징을 효과적으로 드러냅니다. 지면을 가득 채운 풍요로운 자연의 색과 색이 완전히 지워진 담 속 풍경의 극단적인 대비는 이 입체성을 극적으로 환기합니다. 『담쌓는 사람』은 그림책의 문법과 만화의 문법을 함께 따르며 각각의 장점을 그러모은 신선하고 독특한 매력을 보여 줍니다. 그림책의 문법을 착실히 따르면서도, 말풍선을 활용한 대사 처리나 지면을 칸으로 나누는 구성 등 만화에서 주로 볼 수 있었던 다양한 연출이 등장합니다. 덕분에 그림책의 풍부한 은유와 몰입감, 만화의 속도감과 유머를 모두 즐길 수 있습니다. 담 너머의 세계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꿈에 그리던 완벽한 평화를 갖게 된 담쌓는 사람은 어쩐지 몰아치는 외로움에 눈물을 흘립니다. 담쌓는 사람이 쌓아 올린 건 담쌓는 사람을 완벽하게 보호해 주는 안전한 담이 아니라,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키는 담이었던 것이죠. 거슬리는 존재들은 눈앞에서 치워버리는 게 능사가 아님을 뼈저리게 느낀 담쌓는 사람은, 작은 두더지가 담을 무시하고 세상 밖으로 나가는 길을 보여 주고 나서야 다시 꼭 맞는 곳을 만나게 됩니다. 우리는 다양한 이유로 담을 쌓으면서 삽니다. 서로에게 그어진 적당한 선은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지만, 그것이 과해지면 차별과 배제, 고립이 되어버립니다. 담쌓는 사람의 이야기는 우리가 두려움과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고 서로 포용하며 지낼 수 있을지 생각하게 합니다. 완벽한 장소는 없듯 완벽한 인간도 없는 법입니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잘못을 저지르곤 하지만, 관대한 자연은 언제나 우리에게 반성하고 더 나은 인간이 될 기회를 쥐여줍니다. 담을 쌓고 쌓아도 여전히 다가오는 수많은 존재와 담 속에 갇힌 주인공을 기어이 다시 찾아내는 두더지처럼 말이지요. “담쌓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라면,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을 다시 놓치는 일은 없겠지요.”라는 책의 마지막 문장과 헬멧을 벗어 던지고 아름다운 자연을 가득 품은 담쌓는 사람의 모습은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분명한 힌트를 던집니다. 경계하고 애쓰지 않으면 결국 다시 놓칠 수도 있지만, 노력하고 반성한다면 다시 찾아온 행운을 오래도록 누릴 수 있습니다. 지금 찾아온 행운이 언제 어떻게 깨어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 결정적인 운명은 내 손에 달려있다는 것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