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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의 거리 (큰글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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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65쪽 | 210*290*15mm
ISBN13 9791128827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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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쟁은 일본이 참패를 했고, 그걸로 끝났지요? 어쨌든 전쟁은 얼마 전에 끝난 거죠. 그런데도 우리들은 전쟁 때문에 죽어 가는 거예요. 전쟁이 끝나도 아직 전쟁 때문에 지금 이렇게 죽어 가는 거죠. 그게 이상하단 말이에요.

2.

거기에는 오른쪽에도 왼쪽에도 길의 한가운데에도 사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사체는 모두 병원 쪽으로 머리를 향하고 있었고, 바로 눕거나 엎드려 있었다. 눈도 입도 부풀어 짓무르고, 사지도 부을 대로 부어서 흉측하고 큰 고무인형과도 같았다. 나는 눈물을 떨구며 그 사람들의 형상을 마음에 새겼다.

“언니는 잘도 살펴보네요. 나는 멈춰 서서 시체를 보는 건 못 하겠어.”
여동생은 나를 힐책하는 듯했다. 나는 대답했다.
“인간의 눈과 작가의 눈, 두 개의 눈으로 보고 있는 거야.”
“쓸 수 있어요? 이런 거.”
“언젠가는 쓰지 않으면 안 되지. 이걸 본 작가의 책임인걸.”

3.

어머니와 여동생은 노미지마에 가서 집 한 채에 살면서 자신의 밭에 뭔가 씨를 뿌릴 것이다. 그녀들의 생각대로 많은 열매를 맺었으면 좋겠다. 가을 풀의 씨앗은 그녀들의 손에 의해 따뜻하게 흙 옷을 덮었을 것임에 틀림없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날 저녁, 나는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옮겼다. 나도 좋은 씨앗을 뿌리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다. 나는 어느 사이엔가 작가의 호흡을 되돌려 가고 있었다.

4.

원자폭탄을 정복하는 것도 이 세상의 누군가가 생각할 것이다. 원자폭탄을 이기는 것이 가능하다 해도, 전쟁을 할 수 있음에는 틀림없지만, 그것은 이미 전쟁이 아니다. 모든 것을 무로 돌리는 파괴다. 파괴되지 않으면 진보하지 않는 인류의 비극적 상황에 지금은 이미 혁명의 때가 도래했다. 파괴되지 않는 진보보다 평화로 향하는 길은 없다고 생각된다. 이번의 패배야말로 일본을 참된 평화로 이끌기 위한 것이 되기를 바란다.

내가 여러 고통 속에서도 한 권의 책을 쓰는 의미는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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