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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겔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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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1997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504쪽 | 148*210*35mm
ISBN13 9788932009537
ISBN10 8932009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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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유토피아나, 위대한 사회를 살기에 걸맞도록 사람을 지은 것이 아니라 그것을 구현하기 위해, 끝없이 투쟁하도록 지은 것일 것이라는 것이, 나의 믿음이다. 사람을 그렇게 설계하기 위해, 신은 뭘 끙끙대고 고심했어야 할 필요도 없었음이 분명한게, 그가 사람의 코에다 '숨'을, 또는 그의 '뜻'을 불어넣고 있었을 때, 그 '뜻'을 '욕망'의 모양으로 슬쩍 바꿔놓기만 했으면 되었을 것이다. (사람들로부터, 밑에 구멍 뚫린, 저 '욕망'의 주머니를 뽑아내보라, 그러면 유토피아가 바로 거기에 있다고 알게 될 것을,....그러나, 이것은 동시에, 인세의 종말이기도 할라.)
--- p.15
담쟁이네 영감은 십 년 전에 마누라를 잃고 자식도 없이 홀로 늙어왔다. 몇 군데에서 청혼도 있었고, 같은 또래 영감들의 끈덕진 권(勸)도 있었지만 담쟁이네 영감은 그저 묵묵히 담배 연기나 뿜어내는 것으로 대답을 해왔을 뿐, 이렇다 할 동요도 보이질 않았다. 사랑방에도 잘 나가지 않고, 바로 옆집의 탐스럽고 부유한 장미네 과수댁의 끈질긴 추파에도 눈 한번 깜박이지 않았다. 그렇게 늙어오고 보니, 쓸쓸하지 않으면 못사는 늙은이거나 고자임에 틀림없으리라는 평이 돌았다.

그러나 영감은 고자가 아니었으며 쓸쓸한 것이 그렇게 좋지도 않았다. 영감은 마누라를 잃었을 때의 슬픔을 여의지 못하고 있었는 데다가 장미네 과수댁이다 또는 향나무댁에 소박맞고 돌아온 큰딸이다 누구다 하는 여자들과 자기는 어울릴 수가 없다는 것만 생각했다. 영감은 겨울에는 참선승아니 같았다. 봄엔 넉잠 잔 누에였고, 여름엔 개미였고, 가을엔 눈먼 암다람쥐였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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