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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사람 히라야마 히데오

: 제3회 고창신재효문학상 수상작

리뷰 총점10.0 리뷰 2건 | 판매지수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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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130*194*17mm
ISBN13 9791130651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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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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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열을 위해 시동을 걸어둔 프로펠러가 맹렬히 돌아간다. 엔진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부속품들은 일사불란하다. 동체를 손바닥으로 쓸어본다. 격렬한 진동에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난다. 혈관을 도는 피의 흐름이 빨라진다. 도색이 벗겨진 부분이 손바닥에 이질감을 남긴다. 날개를 딛고 올라가 조종석에 앉는다. 계기반의 바늘들은 정상 위치에 있다. 조종석 덮개를 닫자 마음이 편안해진다.
---p.007

얼굴을 비쳤으니 내 도리는 한 셈이다. 집을 비운 히라야마 상이 고맙기만 하다. 헛걸음을 했는데도 콧노래가 나온다. 신의주나 경성에서 전보를 칠까 잠깐 망설였다. 양부모에게 애틋한 정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말았는데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 숨 막힐 듯했던 집에서 그나마 좋은 기억은 바나나뿐이다. 그림으로만 보던 그 열대과일을 먹었을 때의 황홀함이란. 잠자던 혓바닥의 미각세포들이 일제히 깨어나 아우성을 쳤다. 미끈거리고 부드러운 식감은 생경하면서도 매혹적이었다.
---p.064

낙하지점을 벗어나는 게 급선무다. 추락했을 때를 대비해 지정해 둔 집결지는 개나 주라지. 비상식량이 든 휴행낭을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옆구리로 오게 사선으로 멘다. 달리면서 고개를 들었다가 눈을 찡그린다. 햇빛이 강렬하다. 손바닥을 이마에 붙여 차양을 만든다. 근접전을 벌이는 전투기들이 쫓고 쫓긴다. 지상에서 보니 생존을 위한 사투인데도 꼬리잡기 놀이처럼 한갓지고 여유롭다. 이제 저들과 나는 전혀 다른 세계에 속해 있다.
---p.081

일본인이 양자를 구한다는 소식을 가져온 건 먼 친척뻘 되는 아저씨였다. 그는 군산에 있는 정미소에서 경리로 일했다. 그런데 조건이 좀 까다로웠다. 아니, 이상하고 복잡했다. 군산에서 가능한 한 멀리 떨어진 지역에 살 것. 일본어에 능통하고, 학업 성적이 우수하고, 집안이 가난할 것. 특히 일본어는 내지인 수준일 것. 게다가 양자라고 했지만 실상은 호적을 새로 만들어 그 일본인의 친자가 되는 거였다. 그러니까 나, 조선인 신민규는 사망 처리돼 민적에서 삭제되는 거였다.
---p.101

추락한 조종사로 포로가 되는 것보다는 지나인 피란민으로 징집되는 편이 낫다. 최악이 아닌 것에 감사하기로 한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마음이 편안해진다. 인간에게 합리화는 현실을 견디는 최고의 발명품이다. 지금, 여기에서 내 유일한 대응책은 합리화뿐이기도 하다. 아마도 을은 나를 자기네 가족의 장남이라고 하며 갑과 맞바꾸었을 것이다. 을은 내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었다. ---p.143

끔찍한 통증에 벌떡 일어난다. 골반에 손이 가 있다. 다시 어깨에 뭔가가 내리꽂힌다. 잠기운을 떨치지 못해 허둥대는 와중에도 신음이나 말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하려고 입을 꽉 다문다. 두 손으로 골반과 어깨를 문지르며 정신을 차린다. 일본군이 착검한 소총을 나에게 겨누고 있다. 나는 놀라서 엉덩이걸음으로 물러난다. 일본군 하나는 무릎을 꿇은 소년을 등 뒤에서 감시하고, 다른 일본군들은 집 안을 수색한다.
---p.185

피란민들에게 음식을 구걸했으나 하나같이 거절당했다. 일곱 가족의 가장이 베푼 물 한 그릇이 최대의 친절이자 자비였다. 말을 걸었다는 이유만으로 두들겨 맞았다. 피란민들은 오는 동안 몹쓸 짓을 많이 당했는지 낯선 사람을 극도로 경계했다. 간혹 나를 동행으로 받아주는 피란민들도 있다. 딱 거기까지다. 음식은 절대 나눠주지 않는다. 그들이 지나온 황량하고 삭막한 산야처럼 인정이 메말랐다. 그런 와중에도 표정과 몸짓에서 희미하게나마 생기가 느껴진다. 이유는 단 하나. 목적지가 멀지 않다.
---p.251

언제부터 말을 잃은 걸까.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입을 연다. 자음과 모음이 결합되지 않은 파편들만 흘러나온다. 안달하지 않기로 한다.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수도 있다. 검지로 땅바닥에 한 자 한 자 공들여 쓴다. 나는 고창 사람 신민규입니다. 조선어로 글씨를 쓰는 게 아주 오랜만이다. 내가 히타 출신 히라야마 히데오가 아니라 고창 사람 신민규라는 사실이 새삼스레 자각된다. 잃은 것이 많다. 되찾아야 할 것도 많다. 그게 무엇이든 이제부터 천천히, 하나씩 찾아오면 되리라.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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