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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척 살아가는 거지 괜찮은 사람은 없다 (큰글자책)

괜찮은 척 살아가는 거지 괜찮은 사람은 없다 (큰글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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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척 살아가는 거지 괜찮은 사람은 없다
[도서] 괜찮은 척 살아가는 거지 괜찮은 사람은 없다
정숙자 저 학이사(이상사)
10% 13,500
괜찮은 척 살아가는 거지 괜찮은 사람은 없다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2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188*257*20mm
ISBN13 9791158544829
ISBN10 1158544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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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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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의 틀에 갇혀 판단이 흐려지고 감정선을 다스리지 못할 때 딸아이는 긍정적인 길로 나를 데리고 나간다. 갱년기로 우울해서 아무 말이나 막 던져 말로써 악업을 짓고 있을 때도 아이들은 두청이라 말한다. “엄마, 두 번째 청춘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라고 말하면서 손을 꼭 잡아준다. 그리고 부른다. ‘두청인 엄마 자야’, 친구처럼 불러주는 이름이 싫지 않다. 남편은 버릇없이 엄마 이름을 부른다고 혹 야단을 하지만 그렇게 불러주는 아이의 마음을 너무 잘 알고 있어 고맙게 느껴진다. 우리는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다. 몇 마디 말과 얼굴 표정을 보면 다 안다. 언제나 친구처럼 있을 딸아이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한다.
---「친구 같은 딸, 나의 보석」중에서

아들이 하는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일주일 중 하루는 운동장을 찾는다. 그 운동장이 어디에 있든. 아들이 경기하는 동안 다치지 않고 웃으며 운동장을 벗어나기를 바라며 오로지 아들만 지켜본다. 운동장에 넘어져 고통스러워하는 아들을 지켜보는 일이 쉽지는 않다. 그러다가 다시 일어나 있는 힘을 다해 운동장을 달릴 때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혹 지는 경기 후에 머리를 숙이고 나오는 아들을 지켜볼 때면 가슴이 아프다. 자식이 아니면 아마 불평·불만으로 가득 차 스트레스를 풀지 못해 안달을 낼 것이다. 자식이라는 이유로 이 모든 것이 이해되는지 모르지만, 아마 앞으로 내가 살아있는 동안 늘 그 사람에게 집중할 것이다.
---「그 사람을 만나러 간다」중에서

사람들에 의해 차나무에서 분리된 찻잎은 만드는 이의 정성과 과정의 차이로 인해 다양한 이름으로 나에게로 온다. 자연과 사람의 만남으로 완성된 차를 좋은 사람 혹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시며 무한한 감사와 행복을 느낀다. 더불어 차를 통해서 사람들을 만나고 차를 마시며 차와 사람으로 인해 세상을 살아가는 참된 진리를 배워 가는 중이다. 때로는 당나라 육우를 모셔다가 초의와 차를 마시며 다산의 애민사랑 이야기를 들으며 차에 취해서 이 중년을 버텨 나갈 예정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중에서

차밭에서 찻잎을 따는 방법을 듣고는 정성껏 따서 바구니를 채우고 있었다. 몇몇의 학생들은 연하디연한 찻잎을 따서 그대로 입 안에 넣어 오물오물 씹기도 했다. 따라해 보니 풋풋한 찻잎 향이 입 안을 맴돌았다. 그리고 찻잎을 모아 녹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찻잎이 뜨거운 솥 안으로 밀려들어 갔다. 파릇한 잎이 살포시 하나둘씩 고개를 수그렸다. 그러면 재빨리 타지 않게 손으로 뒤집어 준다. 솥 안에서 찻잎이 내는 향기는 상큼하기가 그지없었다. 청량한 초여름을 닮아 있었다. 코끝으로 밀려드는 그 향기는 내가 가졌던 사람들에 대한 오류를 말끔히 지워내고 있었다. 내가 마셨던 커피와 분명 다른 종류의 향이었고 맛이었다. 이 향으로 오랫동안 차를 마시게 될 것이며 사랑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차 공부도 계속 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차 향기에 다시 시작한다」중에서

전원주택 생활이라 하면 여유로움을 생각한다. 그래서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것이다. 앞마당에 잔디를 심고 작은 샘을 파서 예쁜 물고기도 키우고, 그 주위에는 꽃나무를 심어 철마다 피는 꽃을 보면서 함께할 사람들과 차 한 잔 마시며 살아가길 희망한다. 하지만 전원에 주택을 짓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여유로움 따위는 없다. 봄부터 시작되는 풀과의 전쟁은 겨울이 다 되어서야 끝이 난다. 일주일 동안 집을 살피지 않으면 집 주위는 이미 풀이 장악하여 사람의 흔적까지 묻어버린다. 물론 풀을 외면하고 살 수 있다면 가능할 것이다. 나는 그렇지 못한 성격이라 오늘도 풀을 뽑는다. 풀 뽑기를 마치면 깨끗해진 집이 배시시 웃는다. 이 작은 기쁨으로 내일 또 풀을 뽑고 있을 것이다.
---「풀 뽑기」중에서

사람이 살다 보면 어제와 같이 오늘도 평온하게 지내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그 또한 큰 행복임을 알게 된다. 젊을 때는 어제와 다른 오늘을 간절하게 원했다. 어제와 나의 삶을 비교하고 남들과 비교하며 즐겁고 행복하기를 원했다. 평온하게 지나가는 일상이 지루했고 늘 포인트가 있어야 하고 중요한 밑줄이 존재해야 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 삶이 나에게 얼마나 힘겨웠을지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리석은 생각에 빠져 시간을 낭비했구나 싶다. 조금만 더 일찍 바르게 세상을 보는 눈을 가졌더라면 인생이 그렇게 고단하지 않았을 것이고 순간순간 행복하지 않았을까 싶다.
---「내 안에 존재하는 삶의 진실에 대하여」중에서

내가 차를 시작하기 전에는 분명 입이 두 개고 귀가 하나였다. 다른 사람이 준비되기 전에 입은 말을 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말이 입에서 떨어지기도 전에 또 다른 말이 목구멍을 밀고 나오고 있다. 마른 입 안을 침으로 위로하면서 내용이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말이 풍년이다. 그러나 차를 시작하고 마시는 시간이 흘러가면서 내 몸의 존재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귀가 두 개인 이유와 입의 역할을 바르게 알게 되었다. 이제는 나의 말보다 다른 이의 말을 듣는다. 내가 조용히 차를 우리고 있는 동안 나 외의 사람이 입을 열심히 열어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도록 한다. 재미있는 이야기면 그저 함께 웃어 주고 고민이면 듣고 함께 공감해 준다. 차를 통해 나의 입과 귀를 배려하게 되었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게 되었다.
---「나는 귀가 두 개 입이 하나다」중에서

내가 쓰는 글은 수필적이거나 문법에 어긋나는 경우가 많았고, 단정적인 글이거나 문장이 한없이 길어져 주장하고자 하는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럴 때면 지도 교수님은 초등학교를 잘못 나왔다고 야단을 치곤 하셨다. 그러면 산촌에서 학교를 다녀서 그렇다고 웃어넘기며, 박사 논문을 마치면 다시 초등학교에 편입하겠다고 말하곤 했다. 이제 박사 학위를 받고 그때를 돌아보면 그렇게 뒤에서 밀지 않았다면 중년이라 합리화하면서 마무리하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나는 교수님의 의도를 이해하는 제자가 되었다. 아마 그분의 야단은 초등학교를 무시해서가 아니었을 것이다. 어떻게든 나이를 핑계로 멈추는 것을 막기 위한 그분만의 지혜였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초등학교를 다시 편입해 볼까나!!
---「초등학교도 편입할 수 있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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