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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에서 - 곡란골 일기 (큰글자책)

지금, 여기에서 - 곡란골 일기 (큰글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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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에서 - 곡란골 일기
[도서] 지금, 여기에서 - 곡란골 일기
천영애 저 학이사(이상사)
10% 13,500
지금, 여기에서 - 곡란골 일기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2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188*257*20mm
ISBN13 9791158544843
ISBN10 1158544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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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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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곡란골에 들어왔을 때 마을 사람들은 딱히 나를 반기지는 않았다. 아니 반기는지 아닌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무덤덤했다. 그러다가 과일을 수확하면서 그들은 자주 과일이 가득 든 바구니를 주었다. 그것이 이 시골 사람들의 환대 방식이었다. 이사를 들어와서 떡을 돌렸을 때도 무덤덤했는데 나중에 채소와 과일을 수확하면서 그때 떡 잘 먹었다고 바구니 가득 채소와 과일을 담아 주는 것이었다. 시골의 시간이 천천히 느리게 가는 것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사도 천천히 느리게 진행되었다. 이사 온 첫해, 나는 우리 가족이 먹을 만큼만 씨앗을 뿌렸다. 그래서 사람들이 다녀가고 나면 늘 뭔가 아쉬웠다. 가을이 오자 배추도 딱 우리 가족이 먹을 만큼의 모종만 심었는데 그래서야 나눠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튼실하게 자라는 배추를 보면서도 선뜻 뽑아줄 수 없었던 것은 딱 우리 먹을 만큼만 심었기 때문이었다.

올해는 뭐든지 넉넉하게 심어두고는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내 마음속에는 그런 방식으로 하는 친구와 이웃에 대한 환대와 나눔의 마음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다만 그 환대와 나눔이 호들갑스럽지 않고 표나지 않게 물 스미듯이 나와 상대에게 스며드는 방식이 시골스러울 뿐이다. 가끔 현관에는 작은 개구리와 풍뎅이의 사체가 놓여 있다. 고양이가 나를 환대하는 방식이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밥을 주는 나에게 고양이는 개구리와 풍뎅이를 잡아서 보답한다. 고양이가 좀 더 크면 뱀이 현관에 놓여 있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고양이는 또 나에게 스며들었다. 그 사체들을 통해서 나는 고양이가 나를 환대하고 있음을 안다. 이렇게 나는 나의 에덴동산을 만들어 간다.
---「봄, 환대와 나눔의 관계」중에서

어젯밤, 해가 저물자 곡란골에는 난데없는 스릴러 스토리가 펼쳐졌다. 이웃과 몇 마리의 통닭을 놓고 가벼운 맥주를 한잔 하는 자리였는데 아저씨 한 분이 산중에 있는 저수지에서 있었던 한밤의 스릴 넘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 아홉시쯤 되어서 메기도 얼추 몇 마리 잡았고 해서 집에 갈까 생각 중이었는데 숲에서 흙이 훅 날아오는 기라. 라이트를 비춰보니 숲에서 새파랗게 불을 켠 눈 두 개가 보이는 기라. 돌을 던져서 쫓아내고 다시 메기 낚시에 정신이 없는데 한참 있으니 또 흙이 후두둑 날아오는 기라. 다시 라이트를 비춰보니 이번에는 불이 새파랗게 켜진 눈이 네 개인 기라. 그놈이 다른 놈을 데리고 온 거지. 그래도 내가 겁은 좀 없는 사람인데 와락 무섭데. 저수지에 펼쳐놓은 낚싯대가 한 여덟 개쯤 됐는데 그걸 어떻게 챙겼는지 몰라. 저쪽에 있는 낚싯대를 가져오는데 소름이 쫙 끼치더라고. 정신없이 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오다가 생각해 보니 잡아놓은 메기를 안 가져왔는 기라. 근데 다시 돌아갈 수가 있어야지. 그놈이 다른 놈을 데리고 올 줄은 몰랐지. 갔는 줄 알았제. 할 수 없이 잡은 메기는 그대로 두고 집에 돌아왔는데 그 후로는 다시는 밤에 메기 잡으러 안 갔지. 그놈이 납딱바리라 카는 놈 아이가. 두서너 놈 오면 정신을 홀린다고. 옛날에는 그놈한테 홀려서 죽은 사람도 여럿 되는 기라.” (중략)

내가 어릴 적에 자타가 인정하는 이야기꾼이셨던 아버지는 저녁마다 동네 아이들을 모아놓고 온갖 산짐승들의 활약상을 들려주면서 방 안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곤 했는데 그때 자주 등장하던 짐승이 바로 이 납딱바리였다. 그때 나는 이 짐승이 네모반듯하고 납작한 그런 모양으로 상상했는데 이번에 알고 보니 살쾡이라는 것이다. 이 대명천지에 납딱바리라는 수십 년 전의 짐승이 다시 호명되고 그 익숙한 이름에 유아기부터의 모든 추억이 일시에 떠오르는 것을 보면 나는 이미 먼 옛날의 인간이고, 내 정신의 근원은 좁은 오솔길을 걸어가던 것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때 길들은 넓지 않았고, 어두워지면 산짐승들이 눈에 불을 켜고 이 산 저 산을 쏘다녔고, 나는 당연한 듯이 그것들을 지켜보았다. 비라도 내리는 밤이면 멀리 공동묘지에서 보이던 불빛들도 아직 내 가슴엔 아련히 켜져 있다.
---「여름, 납딱바리 스릴러」중에서

마늘을 심기 전까지 우리보다는 훨씬 낫지만 역시 반풍수 얼치기 농사꾼인 이웃과 수없이 많은 마늘세미나를 했다. 그가 마늘세미나를 하자는 날은 심심하니 놀자는 날이었지만 “마늘세미나도 하고.”라는 그럴듯한 핑계로 함께 밥도 먹고 수다를 떨며 낯선 시골의 긴 밤을 보내곤 했다. 농사의 ‘농’ 자도 모르는 우리는 그 수많은 밤의 마늘세미나를 통해서 배운 것은 없었지만 막상 그가 빌려준 기계로 밭을 갈고, 준비해 준 토양살충제와 거름을 밭에 뿌리고 이랑에 비닐을 씌울 수 있었다. 그리고 역시 그가 구해준 씨 마늘과 또 그가 구해준 외국인 노동자 덕분에 무사히 마늘을 심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스스로를 딴따라 농사꾼이라 하는 그가 아니면 밭조차 갈 수 없었고 외국인 노동자도 어디서 불러야 하는지 알 수 없는 막가파 농사를 시작했던 것이다. 자주 열렸던 시골 마당에서의 마늘세미나는 결국 그가 모든 걸 해주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앞으로 우리 마당에서는 또 다른 농사 세미나가 풍성하게 열릴 것이고 그때마다 내 귀는 세찬 바람을 맞은 것처럼 팔랑거릴 것이다.
---「가을, 날마다 농사 세미나를 했으니」중에서

신비로운 것은 마을 할머니들의 창고에는 옛날 다락방에서 나오던 것처럼 먹을거리들이 무진장 들어있다는 것이다. 정말 별의별 게 다 나온다. 높은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던 호두나 아이 머리통만큼은 족히 될 감, 정말 신기하게도 상상을 넘어서는 고욤이 나올 때도 있다. 호두는 밭둑에서 여름 한 철을 보내며 몸을 단단하게 굴렸을 것이고, 고욤은 틀림없이 밭둑 먼발치의 산에서 따왔을 것이다. 여름 내내 그 고욤을 눈여겨보다가 서리를 맞으며 몇 번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 따와서 옛날처럼 작은 장독에 담아 두었을 것이다. 나는 가끔 할머니들의 창고 속이 궁금하여 무언가를 내오면 사양하지 않고 기다릴 때가 있다. 화수분처럼 먹을거리가 쏟아져 나오는 할머니들의 창고를 나도 내년에는 가지고 싶다. 겨울이라고 사람들이 노는 것은 아니다. 삭풍이 부는 차가운 날이 아니면 대부분의 마을 어른들은 밭에서 가지치기를 하거나 거름을 주면서 내년 농사를 준비하신다. 수백여 년을 이어서 조상대부터 해 오던 방식대로 겨울이 되면 또 겨울대로 그들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산책을 나가 보면 과수원에는 이미 거름이 두텁게 뿌려져 있거나, 가지가 말끔하게 잘라진 것을 본다. 부지런하다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삶의 반복, 나는 고작 콩이나 튀겨 먹는 이 겨울의 삶을 그들은 그렇게 또 되풀이하는 것이다. 삶은 영원회귀라고 하던가. 태어나서 앞으로 쭈욱 나간다고 생각했던 삶은 어느 지점에서 달팽이처럼 다시 돌기 시작했다. 회귀하는 삶을 나도 모르게 살고 있는 것이다. 농부들의 아버지, 할아버지가 했던 것처럼 그들도 영원회귀의 삶을 살면서 거름을 뿌리고 나무를 돌본다. 어느 날 그들의 자식이 다시 그 밭에서 나무를 돌보고 있을 것이다. 그때 심었던 나무는 그들의 조상들과 함께 사라졌지만 새로운 나무가 다시 그 자리에서 똑같은 삶을 살고 있다. 곡란골에서는 그 영원회귀의 삶의 결이 선명하게 보인다. 지금 내가 어디쯤을 따라가는지도 알고 그 길이 어디쯤에서 멈출 것인지도 대충 보인다. 자연의 순리를 거부하지 않고 다만 그 길을 천천히 따라갈 뿐이다.
---「겨울, 영원회귀의 삶이 있는 마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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