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특장(特長)은 첫째, 선진 9개국 의회를 비교 분석하고 우리 국회의 폐해와 올바른 방향을 제시했다. 법조 전관과 고위공직자 비리가 국민의 생활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헤쳤다. 따라서 고유의 전공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 걸쳐 연구한 학문의 성과와 삶의 경험칙과 특권 폐지를 위한 활동이 더했다. 둘째, 각 부·각 장 안에서 문제 제기와 나름 대안을 제시하고, 럭셔리한 삶을 구가하면서 책상머리에 앉아 ‘몸 따로 행동 따로’인 문행불일치(文行不一致)의 ‘손가락 정의론자’가 아닌, ‘실천적 정의론자’로서의 외침이다. 넷째, 각주에서는 간헐적인 인용 외, 본문에서 말한 내용에 맞는 실제 겪은 사례와 짧은 여행기를 에세이처럼 엮었기에, 대리 체험과 함께 재미를 더하게 했다.
---「서문」중에서
태초에 우리 인간은 어땠을까? 내 것, 네 것이 구분 없는 공존의 세상이었다. 국회의원은, 궁민(窮民)은 안중에도 없이 연 2회에 걸쳐 850만 원(2024년 기준)을 받아 챙기고는 희희낙락거린다는 사실에 울분을 토하지 않을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건 국민의 세금이다. 이들이 삼복더위에 “엄마! 휴가는 못 가도 켄터키 치킨이나 사달라”고 외치는 한 가정의 아들이나 보듬을 줄 알까? 올해 대홍수에도 수재의연금을 각자 20만 원밖에 내놓지 못하는, 그들에게 긍휼의 미학(aes?thetics of compassion)7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월급도 너무 많거니와, 명절휴가비가 850만 원(국민연금은 2023년 기준, 평균 58만 원x12=696만 원)이라는 게 말이나 되는가?
44 국회의원만 명절을 쇠는 게 아니다. 공무원 신분인 보좌관을 운전기사로 두게 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항공기·KTX·선박마저 무료이며 1년에 1억 5,000만 원의 후원금을 받을 수 있고, 선거가 있는 해에는 그 2배인 3억 원까지 받을 수 있는데도 선거비용은 전액 국고에서 환급한다.
--- p.22·115
태초에 무주물(無主物)이었던 것이, 힘센 자들과 정책입안자들의 공익보다 사익에 앞선 나머지 시민의 삶을 침탈하고 있다.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현재의 인류가 수많은 인류가 거쳐 간 끝에 남았듯이, 생존하기 위함을 뛰어넘은 이러한 폭식자(暴食者, binge eater)들만 남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개인뿐만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를 위한 선(共益, public interest)을 추구하는 공공선(公共善)이 어느 때보다 대두된다.
--- p.31
아무리 노력해도 머글(Muggle, 평범한 사람 또는 보통 사람--- p. 저자 주) 출신은 배제되는 세상이 돼버렸다. ‘금수저(golden spoon)’나 ‘다이아몬드수저(diamond spoon)’와 ‘흙수저(dirt spoon)’나 ‘똥수저(spoonful of poo)’와 대비되는 신신분제(新身分制)와 마찬가지이다.
--- p.33
워싱턴은 떠날 때도 대한민국의 퇴임하는 대통령과는 달리, 조용히 떠나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준 대통령이었다. 임기를 마친 그는 새로운 아방궁을 마련하지 않고, 한치의 미련도 없이 자신의 사저가 있는 고향인 마운트 버넌(Mount Vernon)25에 돌아가 일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 죽음을 맞이했다.
--- p.41
‘전청조’란 청년이 사기 친 금액이 27억여 원이라 하나, 이러한 유형의 사기꾼은 ‘새 발의 피’로 ‘피라미’급인 하급 사기꾼에 불과하단 거다. 따라서 국회의원들을 ‘고등사기꾼집단’이라 칭함에 주저하지 않는다. 세계에서도 제일 ‘추악한 탐욕의 집단’이기 때문이다. 판검사도, 변호사도, 고위공직자도, 박사도 국회의원이 되려고 혈안인 우리나라는 그곳 국회가 그만큼 특권과 특혜가 많기 때문이다. 일본 국회의원에게서 우리가 본발을 점은 코로나-19 때, 2년간 세비를 20%나 자진 삭감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23년 대홍수 때 고작 각 20만 원씩 수재의연금을 냈다하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어데 가고, 쩐(錢)에 절인 그들만의 덕목이 대단하다.
--- p.72·119·146
‘공정함=정의’란 공식의 성립은 우리나라에서는 요원하다. 승자는 자신의 승리를 “나의 능력에 따른 것이다. 나의 노력으로 얻어낸, 부정할 수 없는 성과에 대한 당연한 보상이다”고 보게 되나, 그 능력만은 아니다. 그 승리의 월계관을 쓰기까지의 길목에서는 자신의 능력과 재력이 탄탄한 부모의 기여만이 아니라, 개인의 경쟁에 앞서 이 사회의 모든 구성요소가 함께 하였기에 가능하였음을 외면하거나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능력이 ‘부’만으로 이루어지는 자유지상주의의 그림자가 더는 없는 사회가 돼야 한다.
--- p.99
사회민주주의나 민주사회주의 등은 지금도 유럽에서는 일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스웨덴 등 북유럽은 특히 복지국가의 모범적인 모델이 되었다. 중남미나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경제를 더 악화시켰다거나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한다고 부정적인 면이 없는 게 아니나, 미국은 2010년대 후반부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사회주의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 p.102
‘전관예우(前官禮遇)’란 전직 판·검사가 변호사로 개업하여 소송의뢰인에 대해 유리한 판결 등 특혜를 주는 것이다. 또한 대통령·장관 등 고관을 지낸 사람에게 퇴임 후에도 재임 때와 같은 예우를 하는 것으로써, 공정성을 훼손하는 크나큰 범법행위이다.
--- p.210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제 해체되어야 한다. 이 공기업은 본래의 수명을 다했기 때문이다. 공익 실현을 위해서더라도 피수용자의 희생을 최소화하는 길은 LH로서는 불가능하다. 대도(大盜)만을 양성할 뿐이다.
--- p.228
소크라테스가 30대부터50세가 넘어서까지 전쟁에 참전했단 게 상상이나 될 법한가? 일국의 지도자상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인류 역사상 종교를 통하지 않은 인물 중 최고로 으뜸가는 인물임에 방점을 찍는다. 이 대목에서 대한민국 모리배인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 그리고 대통령까지 본받아야 한다. 같은 인간으로 태어나 해외 나들이 한번 못 간 채 삶을 마감하는 민초(民草)도 많다. 이제 ‘탐욕(貪慾)의 시대(The Age of Greed)’와는 결별하고, ‘공존(共存)의 시대(The Age of Coexistence)’를 맞이하자.
--- p.262·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