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합당을 반대했지만 김대중과도 손을 잡지 않고 1996년 종로에 출마한 노무현은 이명박, 이종찬에 이어 3위로 낙선한다. 반면 1998년 똑같은 종로에서 김대중의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으로 출마한 노무현은 손쉽게 당선된다. 김영삼때와 마찬가지로, 김대중을 따르면 당선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부산에서 낙선하며 호남의 지지를 받는 노무현은 “만약 내가 김대중을 비판하더라도 호남인들은 나를 지지할 수 있냐”고 물어본 것이다. 호남에 이런 질문을 던졌던 노무현은 실제로 집권 이후에 민주당 분당,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호남 유권자들에게 실제 선택을 강요하게 된다.
--- p.71-72
국민의당은 애초에 범문재인세력이 옛 호남세력을 공천에서 모두 숙청할 것을 대비 기획된 프로젝트형 정당이었다. 과거 노무현이 옛 호남계를 버리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면 이번에는 호남계가 숙청되기 전에 먼저 움직임 셈이다. 그러다 보니 전국의 호남향우회가 지지의 기반이 되었다. 당시 전국호남향우회장은 라디오에 등장, 문재인 세력을 비판하면서 “일베를 보면, 호남사람에 대한 무차별 비하, 욕설이 난무하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주로 과격한 노선의 문재인에 대한 비판과 불만이다. 왜 호남이 부산 출신 문재인 세력 때문에 이토록 욕을 먹어야 하나”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 때문에 이 당의 노선은 자연스럽게 문재인 측의 더불어민주당보다는 온건, 중도 쪽으로 이동했다.
--- p.118-119
이런 윤석열은 문재인 정권의 사냥개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윤석열은 서울중앙지검장이자 국정농단 관련 검찰 특별수사본부장 명의로 9월 16일 1심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박근혜에 대해 “본 건은 국정농단의 정점에 있는 사건으로 사안이 매우 중대하고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일부 뇌물수수 사건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면서 구속영장을 추가 발부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 p.127
김의겸의 증언, 윤석열이 동기들에게 털어놓았다는 진심대로라면 윤석열은 자신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임명시켜준 문재인에 대한 충성심을 발휘하여 정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조국을 제거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사전에 문재인에게 충분히 보고했다는 것이다. 사실 문재인은 얼마든지 윤석열을 검찰총장직에서 해임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문재인은 조국이 윤석열과 한동훈의 칼에 난도질당한 뒤에도 “윤석열은 우리 정권 검찰총장이다”라며 그를 두둔했다.
검찰총장 윤석열은 2020년 10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정계 진출 의향을 묻는 말에 “퇴임하고 나면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 p.134-135
이처럼 보수진영에서는 절대적으로 낙선시켜야 한다고 보는 대통령 후보인 이재명으로선 믿는 구석이 결국 민주당의 영남후보론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이재명은 대놓고 민주당 호남 출신 후보의 확장력 한계론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재명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레이스 중인 2021년 7월 23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백제, 이쪽이 주체가 돼서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성공했는데 절반의 성공이었다. 충청하고 손을 잡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은 “지금은 우리(민주당)가 이기는 게 더 중요한 상황이 됐고, 제일 중요한 게 확장력”이라며 “전국에서 골고루 득표받을 수 있는 후보, 그것도 좀 많이 받을 수 있는 게 저라는 생각이 일단 들었다”고 덧붙였다.
--- p.164
필자는 채널A에서의 논란 이전에 이미 호남에 들어가서 직접 호남 유권자들과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 순천, 광주에서 포럼을 열었던 바도 있다. 3당합당을 반대하며 호남 고립을 온몸으로 막아내려 했던 노무현에 대한 지지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을 부산정권이라 규정한 그의 비서 문재인까지 호남이 모셔야 한다는 말인가. 별다른 호남의 지지를 받을 요인이 없는 부산 출신 문재인은 결국 좌우 갈등을 일으켜 호남표를 묶어둘 수 밖에 없다. 호남이 이 방식의 영남후보론을 고집하면 한국 정치가 진영 싸움으로 파탄이 날 수 밖에 없다는 절박함으로 필자는 직접 순천, 광주로 들어갔던 것이다.
--- p.172
태블릿 조작수사 문제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려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태도가 필요하다.
첫째, 진영론의 벽을 넘어설 수 있어야 한다. 촛불에 경도되지 않고, 태극기 측 주장도 들여다 볼 수 있을 정도로 진영의 벽을 넘어설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자기성찰과 반성이 체질화되어 있어야 한다. 자기 주장에 틀린 점이 없는지 수시로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새로운 길을 내는 데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안전하게 진영에서 내준 길이 아닌, 다른 세력과 연대해서 새로운 길을 낼 수 있어야 한다.
최소한 송영길만큼은 ‘태블릿 진실의 검’을 들고 보수세력과 연대해서 검찰 독재에 맞서 투쟁을 해왔다는 점에서 위 세 가지 자질을 충족하고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 p.193
변호사 출신이자 5선의 국회의원, 인천시장, 여당 당대표까지 역임한 송영길의 2022년 기준 공직자윤리위에 신고된 재산은 6억 3천만 원이다. 자가 주택은 당연히 없다. 송영길은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차피 한번 살다 죽는 ‘렌트 인생’이지 소유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저는 지금까지 아내와 전세 아파트 살면서도 행복하게 살아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송영길은 인천 계양을에서 서울 용산으로 이사하면서 전세 5억짜리 아파트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 p.199
전대협 학생회장 출신이지만 이때부터 송영길은 온건통합노선의 길을 가며 유시민, 이재명, 조국과 같은 강성 지지층의 아이콘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충성도 높은 강경 지지층이 없기 때문에 송영길은 다선 의원, 인천시장, 당대표까지는 갈 수 있었지만 대권 도전까지는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검찰과 진검승부를 벌이면서 진성 지지층이 많아지게 됐다. 그래서 ‘나에게도 이런 일이 있구나’라며 놀라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송영길의 진성팬들이 만든 네이버 카페명은 ‘송영길의 선전포고’다.
--- p.216
송영길은 2021년 5월 3일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전직 대통령들의 묘역을 참배했다. 이때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묘역도 참배했는데, 먼저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선 방명록에 “3.1독립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기여하신 분”이라고 평가하면서 “대통령님의 애국독립 정신을 기억한다”고 썼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선 방명록에 “자주국방 공업입국, 국가 발전을 위한 대통령님의 헌신을 기억한다”고 썼다. 이외에도 손원일 제독과 김종오 장군의 묘역을 찾아서도 참배를 했다.
--- p.228
송영길은 자신은 일관되게 북한의 핵 보유는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해왔음을 강조한다. 그는 자신이 NPT의 불평등성 문제를 지적한 것은 박정희의 핵 자주개발을 이어받아 나중에 다가올 수도 있는 대한민국 핵 자주개발 시대를 예비하는 의미에서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미국의 핵 억지확장, 핵우산, 전략자산 배치 등의 안보분담 비용 협상 때도 이는 중요한 협상 무기가 되리라는 것이다. 이런 송영길의 생각에 모두 동의할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그가 북한의 핵 보유를 옹호한다는 보수진영의 편견은 재고가 필요해 보인다.
--- p.240
이제 한국 외교의 1순위 과제는 러시아를 다시 한국편으로 돌려세우는 일이 되었다. 그 일조차 러시아와 인천시장 때부터 오랜 교류를 해온 송영길이 적임자 아닌가.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문제도 다음과 같이 진단하며 자신에게 공직만 준다면 이 문제로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는다.
--- p.248-249
애초 송영길의 경제관은 문재인은 물론이고 이재명과도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법학과 출신인 문재인이나 이재명과는 달리 그는 상경대학 경영학과 출신으로서 나름 경제학적 훈련이 돼있기 때문이다. 학부 전공 때문에도 그는 늘 경제에 관심이 많았고, 대학 선후배 대부분이 기업 최일선에 있어서 보고 듣는 것도 많았다고 말한다. 그의 큰형 송하성도 경영학과 교수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도 일부러 6년 동안 활동했었다고 하는데, 한미FTA 추진위원장을 맡았던 것도 다 이런 기반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 p.259
총선 전후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보수의 정치 리더는 오직 한 사람 최대집 전 의사협회 회장으로 결정이 나 있다. 박근혜에서 윤석열로 99.99%의 보수세력이 변절을 했기 때문에 변절하지 않고, 윤석열과 끝까지 맞서 싸운 보수의 정치, 사회 인물이 최대집 한 사람 밖에 없는 것이다. 최대집은 이미 ‘정권퇴진당’(가칭)을 창당한다고 밝히며, 다음과 같이 윤석열 퇴진을 총선 제1공약으로 내세웠다.
--- p.267
현재 최대집이 국회에 입성할 수 있는 길은 ‘정권퇴진당’이 최소 3%이상 득표하여 비례대표로 당선되는 것이다. 윤석열이 “아주 싫다”고 하는 비토층 60%의 국민에서 약 5% 정도 보수층이 존재한다. 이 표심을 공략하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송영길 신당 등 다른 윤석열 퇴진정당과 함께 비례 플랫폼 정당을 구성하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좌우의 시너지가 날 수 있다면, 최대집의 국회 입성 가능성은 더 높아지고 윤석열 퇴진의 가능성도 더 높아진다. 그리고 윤석열이 퇴진하면 앞서 언급한 대로 변절하지 않은 보수의 유일한 정치, 사회 활동가로서 경쟁없이 대권주자로 올라설 것이다.
--- p.2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