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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캐스터와 깐부 (큰글자책)

기상캐스터와 깐부 (큰글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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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2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188*257*20mm
ISBN13 9791158544805
ISBN10 115854480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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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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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통의 편지가 왔다. 10년 전 내가 나의 가족에게 보낸 편지였다. 겉봉투는 ‘하동군수’ 명의의 발신인이 적혀 있고 수신인란에는 나의 아내와 두 아들의 이름이 익숙한 필체로 또렷하게 써져 있었다. 10년 동안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일이었다. 나는 당시에 기획계장을 맡아 군민의 날 행사의 일환으로 2110년에 개봉할 타임캡슐을 하동문화예술회관 앞 광장에 매설했었다. 기억을 되살려 보니 그날 모인 사람들은 100년 후 그 자리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었다. 그러니까 이번에 받은 편지는 미니 타임캡슐 행사로 10년 후에 개봉하여 발송하는 이벤트였다.
편지는 이렇게 시작됐다. “사랑하는 나의 아내에게 그리고 나의 분신인 예찬, 기훈에게…” 내용은 평범했다. 그동안 직장일로 가정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했던 미안한 마음과 두 아들이 10년 후에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과 기대감이었다. 그로부터 10년 후 우리 가족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작은 집을 지어 이사도 했고 나는 조기에 퇴직을 하여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사랑하는 어머니도 돌아가셨다. 두 아들은 기대감으로 가득 찼던 편지보다 기대 이상으로 그들의 길을 잘 걷고 있다.
나라도 바뀌었다. 사람도, 동네도, 하늘과 땅도, 이웃도, 친구도, 세계도 바뀌었다. 어제의 것들이 바뀌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진리도, 정의도 바뀌어가고 있다. 바뀌지 않는 것은 세상이 변한다는 것뿐이다.
이 편지가 감동을 주었다. 내용이 아니라 군수가 바뀌고 담당자가 여러 번 바뀌었음에도 약속이 지켜졌다는 것 때문이었다. ‘10년 편지’를 기획할 때만 하더라도 이 편지가 제대로 발송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약속이란 이런 것이다’는 것은 보여주려는 듯이 생각지도 않았던 편지가 약속이 되어 온 것이다. 10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군청 어느 장소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켰을 편지 캡슐은 편지에 쓰인 사연들을 얼마나 잘 지키며 살아가는지 지켜봤을 것이다.
남은 약속이 있다. 앞으로 90년 후 2110년 4월 15일, 우리는 하동문화예술회관 광장으로 가야 한다. 죽어도 가야 한다. 남은 약속은 그것뿐이다.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서로 포옹하고 안부를 물어야 한다. 그러고 난 후에 캡슐을 개봉할 것이다. 진공 상태로 있었기에 100년 동안 변하지 않고 온전한 모습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타자기, 컴퓨터, 카메라, 사진, 책, 옷 등등 우리 손으로 모으고 정리를 했던 기록들을 반갑게 만져볼 것이다. 90년밖에 남지 않았다. 약속은 지키기 위한 것이다.
--- p.24~26, 「약속」 중에서

나는 이탈리아 북부 피사에서 제노바로 가는 완행기차를 타고 여행 중이다. 기차의 진행 방향과는 반대 방향으로 앉아 있다. 기차는 느리다. 반대 방향으로 앉으면 진행 방향으로 앉을 때보다 창밖의 사물들이 느리게 사라진다. 나는 이 기차에 앉아 이탈리아가 우리나라보다 더 많이 가졌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적고 있다.
느린 걸음, 더 맑은 하늘, 푸른 잔디, 작은 카페, 그 카페에서 병아리 눈물만큼 작은 에스프레소 한 잔 두고 나누는 웃음과 대화, 약간의 무질서함과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지켜지는 질서, 본주르노와 차오! 차오! 하는 인사, 눈치 없는 큰 소리의 전화 통화, 당당한 담배 연기, 뒷골목에 버려진 쓰레기와 개똥, 창가의 화분, 붉은 지붕과 하얀 벽, 단조로운 해변과 비치파라솔, 그 아래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반라의 사람들, 활엽수 나무와 그 아래의 벤치, 철도역에 버려진 객차, 이제는 다니지 않아 잡초 무성한 레일,
곳곳의 낙서, 타바키아라고 하는 우스운 가게, 부부나 연인끼리 잡는 손, 여자 버스 운전사, 큰 성당,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 셀카봉 파는 흑인 총각들, 거리의 악사, 주인 따라 구걸하는 개, 창밖의 빨래, 공원과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 높은 성과 성벽, 폰테라고 하는 오래된 다리, 피자와 발음이 비슷한 피아자와 피체리아,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퍼붓는 키스, 귀걸이와 피어싱, 문신, 찢어진 청바지, 로또 파는 가게, 어두운 현관과 방, 옛날 할머니들이 치마 속에 차고 다녔던 것과 비슷한 열쇠꾸러미, 시계탑과 그 아래의 작은 광장, 젤라또라는 아이스크림, 스쿠터 소리와 매연,
여행 가방과 배낭족, 시내에서 심심찮게 만나는 기차 승무원, 나이 많은 올리브 나무, 풍력발전기, 주말마다 열리는 야시장, 언덕과 산꼭대기에 있는 작은 동네, 텔레비전 안테나, 셀프 바, 우산처럼 생긴 소나무, 싸지만 괜찮은 호텔, 연착하는 기차, 가리발디와 쥐세페라는 이름의 거리, 동상, 나도 모르는 사이에 씌워져 있는 바가지요금, 바닷가의 기차역, 귀를 아프게 하는 앰뷸런스, 장갑차와 군인, 박물관과 미술관, 시티투어 버스, 트램, 미끄럼틀과 시소.
얼마나 지났는지 모른다. 다시 펜을 들었다.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거리의 정적, 소리를 앞질러 달리는 앰뷸런스, 군용차량들, 검은색 옷 입은 사람들의 행렬, 조화弔花, 할 일 없는 밀라노 광장의 비둘기, 멀리 퍼져 나가지 못하는 성당의 종소리, 사라진 거리의 악사들, 발코니에서만 들려오는 노랫소리, 시끄럽기로 소문난 이탈리아 사람들의 정적, 정적, 정적.
--- p.76~78, 「이탈리아」 중에서

어르신들을 모시고 자서전 교실을 하면서 내가 배우는 것은 어르신들이 나를 통해서 배우는 것의 몇 배 이상이다. 10주간의 수업 그것도 한 주에 2시간 정도지만 수료 후의 감동은 같이 보낸 시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한 ‘어린이’가 수업시간에 숙제 발표를 할 때 단 한 마디의 글에서 천둥소리를 들었다. 80 가까운 ‘어린이’ 입에서 터져 나온 말은 ‘엄마, 저 동주예요!’였다. 마치 소년이 엄마에게 쓴 편지처럼 엄마에 대한 애정이 폭포처럼 쏟아졌고,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어리광으로 번져 온 교실을 가득 메웠다. 그 울림이라니!
글은 글자로 읽을 수 있고 행간을 통해 읽을 수도 있고 행간을 넘어 한 권의 책을 통째로 읽을 수도 있지만 그것도 부족할 수 있다. 이때는 뜻으로 읽어야 한다. 뜻으로 읽기 위해서는 글을 쓴 이와 하나 되고 그 속에 들어가 그와 소담한 대화를 나누고 그는 내가 되고 나는 그가 되어야 가능한 경지다.
박경리 소설 『토지』 1권 3장 ‘골짜기의 초롱불’에 이런 글이 있다. “초상이 나서 집 안에 불이 온통 켜졌을 무렵 고소성 골짜기를 지나가는 초롱불이 있었다.” 소설의 복선이 되는 구천이와 별당 아씨가 야반도주하는 장면을 싸늘한 단 한 줄의 글로 끝내버린 박경리 선생의 매몰참이 서슬 푸르게 드러나 있다. 그러곤 곧장 4장으로 넘어가 버리니 두 사람의 야반도주에 대한 묘사는 두부모 자르듯 종적을 감춰버린다. 행간으로조차 읽을 수 없는, 뱀 꼬리 자르듯 잘려나간 이 단절에서 들려오는 야반도주는 내 귀에 종일 울리고 쟁쟁거렸다.
전쟁터의 장군이었지만 글로써 그를 더 잘 알게 된 카이사르의 『내전기』에도 박경리 선생의 글 못지않은 싸늘함이 있다. 그리스 파로살로스 전투에서 패한 폼페이우스는 아프리카 알렉산드리아로 도주하는데 뜻밖에 폼페이우스는 이집트 왕으로부터 살해를 당하는 비운의 주인공이 된다. 약 7일 후 카이사르는 폼페이우스를 추격하기 위해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그의 죽음을 알게 된다. 애증의 관계였던 두 사람 사이를 카이사르는 『내전기』에서 단 한 줄로 끝내 버리는데, 질주하던 말이 절벽에서 멈춰버린 상황이랄까. “알렉산드리아에서 폼페이우스의 죽음을 알았다.”
멈춰버린 문장은 더 큰 울림과 진동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이 진동과 여진을 느끼기 위해서는 단순한 문맥이나 행간으로는 불가능하다. 책 전체를 관통할 뿐 아니라 작가 속에 들어가 또 다른 그가 되고 그와 일체가 될 때 가능하다. 이것을 ‘뜻으로 읽는다’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 p.185~187, 「행간을 넘어 뜻으로 읽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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