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네트는 진보의 핵심 척도로 포함(inclusion)과 개인화(individualization) 두 가지를 제시한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인정 레짐이 한편에서는 차별과 배제를 줄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더 많은 퍼스낼리티 차원에서 개인의 독특성을 인정할 때 사회는 더 나은 사회가 된다. “윤리적 삶(ethical life)에 대한 형식적 개념”으로 정식화된 이 기준은 다양한 사회·정치 운동의 주장을 평가하는 데에도 이용될 수 있다.
--- p.21
헤겔의 용어로 표현하면, 감정적 지지는 사람들의 특수성―특히 욕망하는 그리고 정서적으로 취약한 존재로서 그들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구체적인 성질―을 대상으로 하고, 인지적 존중은 사람들의 보편성, 특히 그들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자율적이고 책임 있는 행위의 능력을 대상으로 하며, 사회적 존경은 사람들의 개성, 특히 그들의 독특한 형태의 자기실현을 대상으로 한다. 이러한 세 가지 유형의 인정이 개인들로 하여금 (규범적으로 적절한 존중에 대한 사회적으로 공유된 인식에 의거하여 특정한 종류의 대우를 정당하게 기대하는) 도덕적 존재로서의 자기 자신에 대한 실천적인 개념을 세 가지 서로 다른 방식―즉, 자신감, 자존감, 자부심―으로 발전시킬 수 있게 한다. 개인들이 인정의 형태를 기대할 수 있는 관련 공동체 역시 다르다.
--- p.71
자부심의 발달에 필요한 사회적 조건을 위한 투쟁은 훨씬 더 복잡한 도덕적 주장을 한다. 자부심은 한 사람의 독특한 특성, 능력, 공헌을 그 사람의 가치 지평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상호주관적으로 인정함으로써 실현되기 때문에 특정한 사람이 존경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특정 윤리적 공동체에 대한 해석적 이해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 p.116
호네트가 기본적으로 도덕철학이나 정치철학이 공유하는 더 협소한 프로젝트와 구별되는 하나의 사회철학을 분명하게 제시하는 데 주로 관심이 있다는 것을 상기하라. 다시 말해 그는 도덕철학처럼 개인의 의무와 올바른 행동에 관한 문제를 다루거나 정치철학처럼 국가의 정당성과 기능에 관한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복리에 필요한 사회적 조건에 관한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이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p.123
호네트가 대량 학살의 병리를 설명하는 완전한 사회심리학을 제공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대량 학살이 희생자가 인간이라는 사실 자체에 대한 선행 인정을 망각하는 것, 즉 서로 다른 세 가지 주요 형태의 도덕적인 실제적 인정의 전제 조건인 무도덕적 인정의 기본 형태를 망각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음이 틀림없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어 한다.
--- p.172
호네트는 지불 노동에만 초점을 맞춘 마르크스를 비판하면서, 적절한 데이케어의 사회적 제공이나 가사노동에 대한 보수 지급을 지지하는 페미니스트 학자들은 그러한 투쟁이 단순히 임금과 금전적 평등을 둘러싼 투쟁이 아니라 애초에 그러한 활동과 그에 필요한 자질이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정도에 대한 도덕적 투쟁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그러한 투쟁들은 성과에 기초한 인정 원리의 적절한 범위와 적용 및 우리 사회에서 그러한 인정 원리의 실제적 실현을 둘러싼 투쟁이다.
--- p.208~209
프레이저와 호네트 간의 논쟁에서 두드러진 또 다른 쟁점은 도덕철학과 정치철학에서 이용하는 적절한 평가 기준의 종류와 관련되어 있다. 특히 프레이저는 의무론적 규범 이론이 호네트의 이론과 같은 목적론적이고 완전주의적인 이론보다 현대 사회에서 목격되는 매우 광범위한 윤리적 다원주의에 더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다시 한번 더 인정이론의 이해, 정당화, 규범적 기준의 사용과 관련된 많은 까다로운 문제가 제기된다.
--- p.229
이 세 가지 서로 다른 종류의 관계로 구성된 개인적 관계 영역은 개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고유한 퍼스낼리티를 상호주관적으로 확인함으로써 제도적으로 자신의 내적 본성―자신의 욕구, 감정, 개인적 특성―을 실현할 수 있게 해준다. 호네트에 따르면, 이러한 개인적 관계는 개인의 자기실현에 필수불가결한 사회적 조건이기 때문에, 개인적 관계라는 사회적 영역은 개인의 내적 본성의 발달을 촉진함으로써 규범적으로 정당화된다.
--- p.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