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빙 고프먼은 평범한 사회과학자가 아니었다. 그의 관점은 분과과학 ― 사회학 ― 을 대표하지도 않았고, 그 분과 학문에 전형적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는 사회학 내에서 사회세계의 서로 다르지만 상호 관련되어 있는 측면에 관한 몇몇 주목할 만한 저작을 집필했다. 비록 그가 사회생활의 너무나도 평범한 차원을 연구하는 것을 자신의 전문영역으로 삼아왔지만, 고프먼 자신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그는 모든 실제적인 의도와 목적에서 비정형적이었다.
--- p.23
비록 고프먼이 사회학자로 훈련을 받았지만, 사회학 분야 내의 대부분의 전임자, 동시대인, 그리고 후임자들과 비교했을 때, 그는 방법 문제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무관심한 것처럼 보였다. 사회학은 항상 자신의 특권적인 분석 대상 ― 즉, 사회 ― 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특정한 대상을 포착하기 위한 일단의 방법을 개발하고 세련화하기를 열망해 왔다. 하지만 고프먼은 방법론에 관한 책을 쓴 적이 없으며, 그의 어떤 책에도 인식론적 또는 방법론적 성격의 정보는 그리 담겨 있지 않다. 다시 말해 고프먼은 자신이 자신의 자료를 어떻게 얻었는지, 그 자료를 어떻게 표집하고 부호화했는지, 자신이 어떠한 분석 전략을 수행했는지, 또는 자신의 분석이나 결론이 관례적인 검증과 반복 실험의 기준을 어떻게 충족시키는지에 대해 독자에게 말하지 않는다.
--- p.68~69
고프먼의 저작에서 드러나는 주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인식과 확인의 여지를 남기는 방식으로 글을 쓰는 그의 재능이었다. 우리는 그의 텍스트에서 우리 자신 및 우리와 다른 사람들 간의 사회적 교섭에 관한 것들을 인식한다. 그리고 그러한 인식은 그러한 사회적 교섭을 자극하고 일으키면서 우리에게 같은 양의 공감과 당혹감을 동시에 자아낸다.
--- p.70~71
인간의 만남과 사회적 상황은 우리가 승리(칭찬받기, 인정받기, 명예 누리기)와 패배(당황하기, 체면 또는 평정심 잃기) 모두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고도 위험한 게임일 수 있다. 따라서 고프먼은 앞서 언급한 카지노, 경마장, 낙하산 타기, 등반하기 등과 같은 인간의 흥분과 위험 감수에 대한 열망에 직접적으로 그리고 아주 드러내 놓고 호소하는 상황, 활동, 맥락에는 관심이 없다. 그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인간의 본성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행위나 (종종 스트레스와 중대한 ‘운명적’ 상황에 직면하여) 자제력과 품위를 드러낼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이다.
--- p.119
이 장은 정신질환, 전체주의적 제도, 제도화 과정, 오명 씌우기가 어빙 고프먼의 사회학에서 중요한 테마를 구성한다는 것을 예증해 왔다. 그는 『수용소』(1961)에서 세인트 엘리자베스 병원에서 수행한 민족지학적 사례 연구에 기초하여 다양한 절차, 특권 체계, 제도적 관행을 통해 전체주의적 기관이 어떻게 환자의 자아에 굴욕감을 주는지를 탐구했으며, 오늘날 그 연구는 미시사회학적 제도 분석의 획기적인 사례로 자리 잡고 있다. 보다 넓은 범위에서 보면, 고프먼의 연구는 인간의 자아와 정체성이 위급한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탐구했고, 그리하여 자아, 역할, 사회제도 간의 관계와 상호연결성을 사회학적으로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력을 더했다.
--- p.162
고프먼이 보기에 인간의 자아는 다양한 사회적 상황에서 개인이 수행하는 여러 가지 역할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고프먼적 자아는 표현되며, 그러한 자아의 실현은 행위자의 전략적 인상관리와 자기 모니터링뿐만 아니라 사회 환경의 지원 및 의례화된 배려 모두에도 의존한다. 그러므로 자아는 “자아의 소유자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의 행위의 전체 장면에서 나오는 것”이며, 따라서 그러한 자아는 바라던 바대로 된 장면의 원인이 아니라 그러한 장면의 산물이다.
--- p.183
고프먼의 후기 저술 중 많은 것이 그의 초기 저작과는 전혀 다른 주제 ― 정신적 프레임, 젠더, 담화 ― 에 관심을 기울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그렇게 한 데에는 얼마간 이유가 있다. 고프먼은 자신의 후기 저서들에서 말하자면 사회적 상호작용 조직의 ‘후면 무대’ ― 즉, 사람들로 하여금 언어적·비언어적으로 사회적 상황에 참여하게 하고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근원적이고 비가시적이고 인지적인 구조와 조직화 원리들 ― 를 점점 더 탐색하기 시작했다.
--- p.226
고프먼의 저작은 그의 저술들에서 주류와는 크게 다르게 학문에 접근하는 방식과 관련해서뿐만 아니라 그간 간과되어 온 주제와 글쓰기 스타일과 관련해서도 정당성을 (각자의 학문 영역에서) 발견해 온 후속 사회학자 및 여타 분과학문의 학자 세대들에게 영감을 주어온 것으로 입증되어 왔다. 이처럼 고프먼의 유산은 그의 아이디어들을 자신의 연구에 활용하는 기성학자들과 향학열에 불타는 학생들에 의해 수행된 연구에서 계속 살아 있다.
--- p.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