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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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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호흡

: 시를 사랑하고 시를 짓기 위하여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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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68쪽 | 294g | 135*210*12mm
ISBN13 9788960906037
ISBN10 8960906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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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메리 올리버의 글을 읽으면 사랑에 빠진다. 누구나 불가항력적인 언어의 힘을 그녀의 시와 글에서 발견하기 때문에. 이번 산문집은 그녀의 이전 책보다 먼저 쓰여진 글이라 더욱 반갑다. 우리가 왜 그녀를 사랑했는지, 알 수 있는 근원과 풍경을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 에세이M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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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편향과 열정이, 그리고 저자의 결함이 담긴다. 이 책은 편향되고 독단적이기도 하지만, 즐겁기도 하고, 아마 절망도 있을 것이다. 절망 없이 60년을 수월하게 나아가는 삶이 있을까? 하지만 독자들은 낙담의 실개천보다는 기쁨을 더 확실히, 더 빈번히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야생의 세계에 대한 사랑, 문학에 대한 사랑, 타인과의 사랑이라는 지속적인 열정들의 영향을 받은 지금까지의 내 삶이 그러했으니까.
--- p.8

내가 당신과 세 시에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만일 늦는다면, 크게 기뻐하라. 내가 아예 나타나지 않는다면, 더 크게 기뻐하라.
--- p.20

속기나 문구는 모두 기록한 순간과 장소로 돌아가기 위한 것이다. 이건 매우 엄밀한 의미에서 하는 말이다. 기록은 그게 무엇이든 내가 그걸 쓴 이유가 아닌 느낌의 체험으로 나를 데려간다. 이건 중요하다. 그러면 나는 그 아이디어, 곧 그 사건의 의미에 대해 돌이켜 생각하기보다는 아이디어가 나오기 이전부터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내가 공책에서 포착하고자 하는 건 논평이나 생각이 아니라 그 순간이다.
--- p.22

시를 읽는 사람들이 너무 적은 것은, 이 겁에 질리고 돈을 사랑하는 세상에서 시의 영향력이 너무도 미미한 것은, 시의 잘못이 아니다. 결국 시는 기적이 아니다. 개인적 순간들을 형식화(의식화)하여 그 순간들의 초월적 효과를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음악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시는 우리 종種의 노래다.
--- p.42

나는 열심히 책을 읽으며 기술을 연마하고 확실성을 얻어갔다. 나는 사람들이 물에 빠져 죽지 않기 위해 헤엄치는 것처럼 읽었다. 그리고 그렇게 글을 썼다.
--- p.47

내 삶은 나의 것이다. 내가 만들었다. 그걸 가지고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있다. 내 삶을 사는 것. 그리고 언젠가 비통한 마음 없이 그걸 야생의 잡초 우거진 모래언덕에 돌려주는 것.
--- p.53

한때 이것은 굶주린 초록 벌레였다. 그러다 깊디깊은 잠이라는 병목 구간을 지나 바람의 그물을 통과하여 따뜻한 들판으로 날아왔다. 그리고 이제 과거의 빛나는 쓰레기가 되었다. 이것의 공허함은 완전하다. 그리고 끔찍하다.
--- p.61

야생장미의 소임은 우연히 모래언덕에 발길이 닿은 우리 모두를 한동안 완전히 사로잡고 단순한 기쁨을 만끽하게 해주는 것이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그 상상력의 기지개가, 그 균형이 마음을 희롱하게 하라. 지금 나는 머리 위에서 큰뿔부엉이가 검은 날개를 펼치는 소리에 움찔한다. 얼마 전까지는 모래언덕에 앉아 하릴없이 장미들의 도시를 들여다보던 나였다.
--- p.67

이곳에서 낚시는 우리가 그 행위에 참여하든 참여하지 않든, 분명한 활력 가운데 하나다. 바다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집들과 구불구불 길게 뻗은 두 개의 길을 둘러싸고 있다. 한가로운 대화를 둘러싸고 있고, 독창적인 생각이기를 바라며 생각에 몰두하는 마음을 둘러싸고 있다.
--- p.70

이따금 나는 몸을 기울여 물을 들여다본다. 연못물은 거칠고 정직한 거울이다. 내 시선뿐 아니라 사방에서 물그림자에 합쳐 드는 세상의 후광도 비춘다. 그러니까 연못을 가로질러 날아다니며 노래를 조금 부르는 제비들은 내 어깨 위로, 머리칼 사이로 날아다니는 것이다. 진흙 바닥을 천천히 지나가는 거북은 내 광대뼈를 만지는 것이다.
--- p.83

물론 나는 일반적인 방식으로 친구들을 만난 적이 없다. 그들은 낯선 존재들이었고, 그들의 글 속에서만 살았다. 그들은 그림자 동무들이었을지언정 변함없고, 강력하며, 놀라웠다. 그들은 경이로운 이야기들을 했고, 내겐 그 이야기가 세상을 바꿨다.
--- p.89

그리고 나 또한 많은 것을 알게 되고, 압도되고, 기력을 되찾는다. 더 이상 너무 바쁘지도, 지치지도 않는다. 가까운 장래에 또 빙하가, 바다가,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시골이, 검은 개울이, 18마일 약 29킬로미터 걷기가 있을까? 물론이다. 그리고 그런 최고의 동반자와 함께라면 나는 어디든 갈 준비가 되어 있다.
--- p.98

언젠가 누군가가 밀레이 전기를 낼 것이며 거기엔 타인의 복잡하고, 힘겹고, 빛나는 삶에 대한 조심스럽고 배려 있는 연구를 통해 얻어낸 모든 것이 들어 있을 것이다. 그 전기는 확정적 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최대한 진실하고 귀중할 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꾼이 되어야 한다. 적어도 그런 노력을 기울 여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 p.115

그리고 숲속에는 귀여운 게 없다. 수여우도 귀엽지 않고 새끼 여우들도 귀엽지 않다. 나는 그들이 모래언덕을 달려 오르내리는 걸 본다. 여우 한 마리가 더러워진 갈매기 날개를 물어오자 다른 녀석들이 달려들어 물어뜯는다. 작은 이빨을 딱딱거리며 금빛 풀 속으로 뛰어들었다 나왔다 한다. 그들은 사랑스럽지도, 매력적이지도, 귀엽지도 않다.
--- p.116

그러니까 시인의 목소리는 첫 사례로 만난 시들과 함께 시작되는 것이다. 무언가를 행하고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우선 기존의 것에 마음을 빼앗기고 사로잡혀야 한다. 시를 사랑하고 시를 짓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시 한 편을, 그다음엔 몇 편을 사랑해야만 한다.
--- p.125

그 어떤 시도 우리 중 하나 혹은 일부에 관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 관한 것이다. 시는 우리 종種에 관한 긴 기록의 일부다. 모든 시는 내 삶에 관한 것인 동시에 당신의 삶에 관한 것이고, 미래의 무수한 삶에 관한 것이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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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자연의 경이를 예찬하는 그녀의 문장은 소박하지만 아주 직관적인 영성의 언어인데 그것은 메리 올리버가 아주 오랫동안 자연의 충일한 관찰자로서 광대한 자연과 우주의 질서를 그 자신의 문장, 그 자신의 삶을 통해 치열하게 실천하고 실현해왔기 때문이다.
나는 어둑어둑한 박명의 순간에 한쪽 어깨에는 “막 떠오르기 시작한 해를” 얹고 또 다른 어깨에는 창백한 달을 얹은 채로 천천히 천천히 홀로 바다로 나아가는 한 사람의 영혼을 느낀다.확신할 수 없는 삶의 조건 속에서, 시간이 흘러도 해결되지 않는 슬픔 속에서, 반복해서 찾아드는 후회와 수치와 불안 속에서도 살아가기를 멈추지 않겠다는 굳건한 정신의 걸음. 메리 올리버의 문장은 도저한 정신으로 쓰인, 경탄할 만한 세상 쪽으로 나아가려는, 우주 본래의 긍정적인 기운에 가닿으려는 의지의 기록이다. 매일 아침 하나의 경전처럼 이 책을 펼쳐들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 이제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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