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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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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492g | 140*210*22mm
ISBN13 9788925575490
ISBN10 8925575493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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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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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타.”
료타가 불렀다.
“아빠랑 캠핑 간 적 없잖아?”
“응.”
이번에도 게이타는 천진난만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왜 그런 말을 했니?”
료타의 목소리에 나무라는 기색은 없다. 재미있어하는 것 같았다.
“학원 선생님이 그렇게 말하랬어.”
료타는 그 말에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흐음, 그랬구나. 입시 학원이란 곳이 대단하네.”
료타가 빈정거리는 투로 말한 뒤, 게이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지막이 소리 내 웃었다.
미도리가 목소리를 낮추고 게이타에게 말했다.
“그럼. 대단하고말고.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엄마가 만들어주는 오므라이스입니다’라는 대답도 똑 부러지게 했는걸.”
미도리와 게이타가 공범처럼 소리를 죽이고 웃었다.
--- pp.20-21

“아빠다.”
미도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료타가 전화하는 일은 드물다.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살짝 불안해진 미도리가 “다시 전화할게”라고 엄마에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여보세요?”
미도리보다 게이타가 먼저 거실 쪽에 설치된 카운터 위의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아빠야?”
미도리가 물어도 게이타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료타가 건 전화가 아니면 게이타는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한다. 미도리는 젖은 손을 닦고 수화기를 받아 들었다.
“전화 바꿨습니다.”
목소리가 낯선 남성이 매우 정중한 말투로 자기소개를 했다.
영업 전화 종류는 아니었다.
미도리는 불안한 마음으로 수화기를 바꿔 잡으며 귀에 찰싹 갖다 댔다.
--- p.30

게이타는 두 사람의 손을 한데 모으더니 아빠와 엄마의 손등을 맞대고 부드럽게 비볐다.
“사이좋게 지내요, 사이좋게…….”
그 순간 료타는 쑥스러움과 동시에 가슴속 깊은 곳에서 솟구쳐 오르는 온기를 느꼈다. 그런 감정은 전에도 느낀 적이 있었다. 이유도 까맣게 잊어버릴 만큼 사소한 일로 아내와 말다툼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아직 어렸던 게이타가 두 사람의 손을 잡고 “사이좋게 지내요, 사이좋게”라며 화해시킨 적이 있었다.
그때도 똑같은 심정이었다. 쑥스러움과 온기 그리고 약간의 당혹감.
료타는 게이타의 옆얼굴을 바라봤다. 그러다 게이타의 머리 너머로 미도리와 눈이 마주쳤다.
미도리의 눈에 눈물이 그렁거렸다.
오늘 밤은 부모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게이타가 민감하게 알아챈 걸까. 그래서 ‘사이좋게 지내라’는 말을 한 걸까?
료타는 아내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냥 말없이 아내의 눈만 지그시 바라봤다.
--- p.52

료타는 안으로 들어온 남자의 차림새를 살펴봤다. 화려한 무늬가 있는 낡고 후줄근한 셔츠에 주름투성이 면바지. 그 위에 걸친 블레이저는 햇빛에 색이 바랬다. 신발은 낡아빠진 운동화였다. 뒤죽박죽 조화가 안 맞는 인상이었다. 곱슬머리는 목이 가려질 정도로 길었고 빗질한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고개를 꾸벅꾸벅 숙이며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도, 눈을 치뜨듯이 다른 사람을 쳐다보는 눈길도 료타는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내 쪽은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미인이었다. 큰 눈에 자그마한 얼굴, 가녀린 몸에 검은 정장을 입었지만 화학 섬유 옷이라 한눈에 싸구려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혹시 상복이 아닐까, 하고 료타는 생각했다. 그녀에게서는 옛날에 불량한 시절을 보냈던 냄새가 풍겼다. 금발로 염색한 건 아닌 듯했다. 그런 냄새란 저절로 배어 나오기 마련이라고 료타는 판단했다.
--- p.72

“내일 아침에는 열 시에 집에서 출발하자.”
내일 류세이의 집에 간다는 얘기는 미도리가 미리 해뒀다.
“응.”
게이타는 여전히 화면을 보면서 대답했다. 차라리 그러는 편이 충격을 덜 받고 받아들일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 하얀색 차례다.”
다음은 게이타 차례였다. 게이타 순서가 끝나길 기다렸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들리도록 말했다.
“그리고 내일은 그냥 류세이 집에서 자고 와.”
“…… 응.”
게이타의 표정에 불안이 스쳐 지난 것처럼 보였다.
“괜찮겠니?”
“응.”
게이타는 여전히 화면을 보고 있었다. 게임을 멈추고 아이의 속마음을 제대로 듣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게이타는 동의했다. 굳이 겁을 줄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 p.128

료타가 막 입을 떼려고 하는 순간, 유다이가 먼저 기선을 제압했다.
“료타 씨는 나보다 젊잖습니까. 아이랑 보내는 시간을 좀 더 갖는 게 좋아요.”
유다이는 잡담하는 투로 얘기했다. 그것은 불평이기도 했다.
류세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방식에 불만이 있었던 거겠지. 그러나 이쪽의 불만은 그보다 몇 배나 컸다.
료타는 화를 누르고 의식적으로 가벼운 말투로 받아쳤다. 이 얘기는 빨리 마무리 지어버리자.
“뭐, 다양한 부모상이 있어도 좋지 않을까요.”
유다이가 또다시 말을 이었다.
“목욕도 같이 안 한다면서요?”
그것은 입학 시험 때문이라고 말하려다 그만뒀다. 혼자 목욕하기 전에도 료타가 게이타랑 같이 목욕한 적은 몇 번밖에 없었다. 그 부분을 지적당하면 아프다.
“우리는 혼자서도 뭐든 할 수 있게 키우자는 방침입니다.”
료타의 대답을 듣고 유다이가 웃었다. 료타는 그 웃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흐음, 방침이라. 그렇다면 뭐 어쩔 순 없지만, 아무리 그래도…….”
유다이가 다시 꾸르륵꾸르륵 소리를 내며 콜라를 마신 뒤에 말을 이었다.
“그런 걸 귀찮아하면 안 돼요.”
그 말은 료타의 가슴을 찔렀다. 반발심을 느낀 것은 반론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속마음을 들킨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 pp.191-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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