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는 할수록 재밌다. 특정 인물의 뒷담화를 한번 하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특히 직장에서 뒷담화는 쉽게 끊을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리고 뒷담화를 함께하는 동료들끼리는 은연중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무리가 만들어진다. 좋다고 할 수 없지만, 삭막한 직장생활에서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도 없다. “없는 자리에서는 나랏님도 욕한다”라는 옛말이 있지 않은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치지 못해 속병을 앓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모든 사람의 뒷담화를 하는 것은 아니다. 누가 봐도 ‘빌런’이라고 부를 만한 특정한 사람들의 뒷담화를 한다. 어느 집단을 가든 ‘또라이’라 불리는 빌런은 항상 있다는 것을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 p.7~8, 「프롤로그」중에서
취미도 많고 두 자녀의 학부모이기도 한 M과장. 그의 책상은 항상 사무용품으로 가득하다. 수납공간이 있는 모니터 받침대에 가득한 연필, 모니터 옆에 빼곡히 붙어 있는 다양한 크기의 포스트잇, 필통에는 4색 볼펜과 형광펜이 가득하다. 팀 내에서 알파문고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물론 모든 물건은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것)이 아닌 회사에서 제공하는 것들이다. 그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사무용품을 한두 개씩 챙겨서 아무렇지 않게 집으로 가져간다. 직원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4색 볼펜, 형광펜, 포스트잇은 몇 개를 가져갔는지 셀 수 없을 정도다. 공책과 클립 파일도 심심치 않게 챙겨간다. 아마도 자녀들이 사용하지 않을까 싶지만 자세한 건 알 수 없다. 심지어 보온병을 챙겨와 퇴근할 때 커피를 받아서 가기도 하고, 커피믹스도 몇 개씩 챙겨간다. ‘어차피 내가 회사에서 쓰는 거나 집에서 쓰는 거나 뭐가 달라?’라는 식이다
--- p.49~50, 「1부 _ 빌런 1단계, 기본도 지키지 않는 빌런 회사 물품을 조금은 가져가도 되지 않을까?」중에서
5년 차 J대리.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그는 대리로 진급하자마자 3명의 후배를 받게 되었다. 군대 용어로 표현하자면 풀린 군번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 1년 정도는 본인 일도 잘하고 후배들을 열심히 가르치더니, 어느 순간부터 돌변했다. 후배와 선배 할 것 없이 본인이 해야 할 일을 거의 대부분 던지기 시작했다.
“P과장님, XX 회의는 과장님이 들어가시는 거죠? 제가 들어가면 연차가 너무 낮아 그쪽 부서에서 숙제만 받아올 것 같아요.”
“K사원, YY팀에 친한 사람들 많지? 지난번에 같이 회식도 했다며. 이거 그 팀이랑 해야 하는 일이니까 K사원이 맡아서 처리하면 빨리 끝나겠다. 그렇지?”
“L사원은 엑셀을 정말 잘 다루네. 내가 하면 하세월인데 L사원은 1시간이면 다 끝낼 거야. 이것 좀 부탁할게.”
다른 사람들에게 일을 다 던진 후, 그가 하는 일은 정시 퇴근이다.
--- p.125~126, 「2부 _ 빌런 2단계, 일하면서 만나면 안 되는 빌런, 일은 하라고 있는 거지, 던지라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중에서
찢어지는 목소리 톤으로 듣기만 해도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W부장. 얼마나 빌런 짓을 많이 했으면 이제는 목소리마저 듣기 싫다. 이 빌런은 항상 한숨, 불평불만, 짜증, ‘아니’라는 말을 달고 산다. 인상을 하도 찌푸리고 다녀서 얼굴에 그대로 주름이 잡히기도 했다. 왜 사람이 나이 들수록 자기 얼굴에 책임져야 한다고 하는지 W부장을 보면서 정확히 깨달았다. 외모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인상이 달라지는 것이었다. W부장은 모든 회의에서 누가 발표를 하든 한숨부터 쉰다. 마치 ‘에휴, 머리를 달고 고작 생각한다는 게 그 정도밖에 안 되나?’라고 말하는 듯한 한숨이다. 그뿐만 아니다. 평소 행동만 보면 회사에서 일이라고는 안 해본 것 같은 사람이 “그거 예전에 내가 다 해봤는데 안 돼. 안 되는 거야. 자꾸 그런 것만 가지고 오니까 진척이 안 되는 거 아냐”라며 검증도 안 된 이야기를 내뱉는다. 그가 이렇게 짜증을 내고 나면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기분이 덩달아 침울해진다. 차라리 회의에 참석하지 말고, 남들이랑 대화하지도 말고, 본인 자리에서 하는 일 없이 하품이나 하고 있으면 좋겠다.
--- p.208~209, 「3부 _ 빌런 3단계, 회사 밖에서도 만나면 안 되는 빌런 , 짜증을 낼 거면 차라리 하품이 낫겠어요, 한숨만 씨!」중에서